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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깎러 Jun 02. 2023

맺음말. 6개월의 긴 휴가가 끝나갑니다.

편하기만 한 시간은 아니었습니다만, 어쨌든 출근 준비는 잘 했습니다

만 32세 신입사원, 곧 귀사를 찾아갑니다.

저는 아주 늦게서야 학계를 떠나겠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제 때늦은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여정이 쉬울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이렇게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돌아온 길에 후회는 없습니다. 다만 그동안 가까운 사람들에게 끼친 마음고생에 죄송할 따름입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저의 O-1 비자는 너무 늦지 않게 접수되었고, 영주권도 착착 처리되고 있습니다. 억세게 운이 나쁘지 않다면 6월 중 취업 비자가 나올 테고, 저는 늦어도 7월에는 드디어 회사에 발을 들여볼 수 있게 되겠지요. 아내 써니도 제가 일을 시작하면 좀 더 편한 마음으로 회사에 다닐 수 있을 테고, 너무 늦지 않게 영주권이 나와 준다면 그때는 적어도 마음의 여유만큼은 남들만큼 가지고 살 수 있게 되겠지요.

저는 그나마 운이 좋아 큰 탈 없이 커리어 전환을 해 낸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주변에 구직 및 신분 문제로 힘들어하고 계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 지면을 빌려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다방면으로 노력하시다 보면 어느새 짠, 일이 풀리기 시작할 거예요. 화이팅입니다.

저의 O-1 비자는 잘 접수되었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에 어엿한 구성원으로서 사회에 기여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먼저 사람 구실 못하고 있는 남편을 물심양면으로 계속 지원해 주고 용기를 북돋아 준 써니에게 가장 고맙습니다. 나라를 훌쩍 떠나겠다는 아들을 끝까지 응원해 주시는 양가 부모님들께도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구직에 조언과 도움을 아끼지 않아 주신 C(1)선배님, C(2)선배님, K선배, S, 그리고 Z를 포함한 선배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내 선택을 이해해 주시고 커리어 전환에 큰 도움을 주신 Y교수님, C교수님, S교수님, W교수님, B교수님, R교수님, 그리고 S박사님을 포함한 학계 선배님들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카카오톡 오픈카톡방 '미국 IT 취업상담소' 여러분, 특히 알 님, 하하 님, 개발자 님, 콩_ 님, 석사끝 님, 구름 님, FOP 님, 힉스 님, Jinchul 님, 고맙습니다.


지난 1년여의 기록을 다시 톺아보며 기록에 남기는 과정이 편안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여기저기 흩어진 기록에 남아 있는 무력감, 답답함, 분노, 그리고 좌절감을 걸러 내고 최대한 담담하고 논리 정연한 글을 쓰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나마 연재를 시작하고자 하는 시기에 영주권이 적절히 접수되어 망정이지, 하마터면 분노에 가득 차 논리 없이 써갈긴 망작을 소중한 사이버 공간에 남길 뻔했습니다. 빠릿빠릿 일 잘해서 우리의 I-485를 제때 접수해 준 BAL의 Justice, 덕분에 정줄 잡고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이것으로 중고 신인의 실리콘 밸리 도전기를 마칩니다. 두서없이 졸필로 많은 글을 풀어놓았습니다. 비록 결과물은 초라하지만, 글을 쓰며 묵혀 두었던 감정들을 풀어놓게 되어 저는 꽤나 후련합니다. 욕심을 조금 부려보자면 제 실패와 고생의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면 더 좋겠습니다.

회사에 적응하면 회사 안팎의 테크 종사자 동료 분들의 이야기도 한 번 해 보고 싶습니다. 글솜씨도 좀 늘어 더 많은 분들이 재밌게 읽어 주실 수 있게 되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미리 잘 부탁드립니다.

이전 10화 9. 뭘 좋아하실지 몰라서 여럿 준비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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