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연고가 없는 엔지니어들의 미국 취업, 어떻게 도전하는 게 좋을까
미국에 전혀 아무 연고도 없는 엔지니어분이 만약 미국 취업을 염두에 두고 계시다면, 나는 (1) 미국 석사 (2) NIW / EB-1A도전 (3) 주재원 비자 도전을 순서대로 추천드리겠다.
미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하며 경제활동에 임할 수 있는 신분 없이 한국 내에 연고를 둔 상태에서 미국 회사에 직접 도전하는 것은 적어도 지금은 절대 좋은 생각이 아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확실히 2023년 상반기 막바지 지금은 미국 테크 기업 취업하기 좋은 시기가 아니다. 특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직책을 예로 들자면 신입 채용이 다 없어져 버린 나머지, 학부 졸업생들이 일자리가 없어 취업 재수를 고민해야 할 정도이니 말 다 했다. 그나마 AI 광풍으로 AI/ML 쪽이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고, 하드웨어도 업종마다 다르긴 한데 소프트웨어보다는 나은 정도지만 실적 폭탄이 터진 GPU 계열 회사들을 제외하면 예년만큼의 큰 규모의 신규채용을 하고 있지 않다.
여러 번 언급하지만, 나는 나의 미국 취업이 그나마 가능했던 까닭은 내가 미국에 있었다는 황당할 만큼 단순하지만 강력한 사실 때문이라고 강하게 믿는다. 지금은 한국에 주소를 두고 있는 대한민국 국적자라면 면접 기회조차 잡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근시일 내 미국 취업에 도전하고픈 대한민국 국적의 full-time engineer가 계시다면 나는 미국에 합법적인 근로 신분을 얻는 것을 최우선으로 염두에 둘 것을 추천드리고 싶다. 합법적인 근로 신분 취득의 방법은 확률이 높은 순서 대로 (1) 미국 석사 도전, (2) NIW / EB-1A도전, 마지막으로 (3) 주재원 비자 (L-1 / E-2 Employee) 도전이라고 본다. 비자 발급에 더 많은 주체들의 이해관계가 끼게 되면 발급 절차에 걸리는 시간은 시간대로 길어지고 내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아져 신분을 안전히 취득할 확률은 확률대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으로 가는 발판을 삼고자 먼저 캐나다로 떠나 캐나다 영주권 획득 후 미국 이민의 케이스를 쫒는 분들도 종종 보이는데, 나는 전문가가 아니기에 여기에 대한 의견 개진은 삼가고자 한다. 다만 앞서 언급드린 것처럼 나의 비자 발급에 더 많은 주체들의 이해관계를 끼는 것이 과연 현명한지 한 번 고민해 볼 가치는 있다고 본다. TN 비자는 강력하기는 하지만 절대 만능은 아니다.
미국의 한인 기업에서 영주권 스폰서를 미끼로 대한민국 국적자 대상으로 공고를 내어 평균보다 낮은 임금으로 일할 구직자를 구하는 경우를 본 적도 있다. 실제 경험해 본 바가 없고 내 가까운 주변에는 비슷한 경험을 해 보신 분들이 거의 없기에 역시나 명쾌한 답을 내려드리긴 힘들다. 다만 한 말씀드릴 수 있다면 지금은 누구도 취업비자 / 영주권에 대해서 확신할 수 없는 시기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드리고 싶다. 한마디 더 덧붙이자면, 영주권 심사에 책정 임금도 큰 영향을 미치니 고용 계약을 맺기 전에 다시 한번 잘 고민해 보시길 바란다.
미국 석사를 도전한다면 추천서, SOP, 성적표가 필요할 것이고, 여기에 추가로 공인 영어 성적 발급과 영문 성적표 발급이 필요할 것이다. 지원 시기는 9월 학기 기준 12월에서 3월 사이이니, 꾸준한 준비가 필요할 영어 시험 준비를 제하고도 늦어도 전년 9월부터는 풀타임으로 정보 수집 - SOP 작성 - 추천서 섭외 과정을 시작해야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GRE가 요구되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가! 다만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길이기에 금전적으로 준비가 필요하고, 학교 레벨들도 커리큘럼도 너무나 다르므로 본인에게 맞는 학교를 알아보는데만 체력적, 마음의 준비가 필요함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OPT용 미국 대학원에는 비싸지 않은 교육비와 나쁘지 않은 교육의 질을 제공하는 중-하위권 주립대가 나쁘지 않다고 본다. 물론 상위권 대학이 직접 제공하는 양질의 교육과 높은 경쟁을 뚫고 모인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를 추구한다면 그 길을 쫓는 것이 옳다. 하지만 인가된(accredited)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주립대라면 어느 학교이든 대동소이한 코어 커리큘럼을 제공하므로, 본인이 원하는 특화된 프로그램이 없어 아쉬울 수는 있을지언정 내는 학비가 아까운 저질의 교육을 받을 가능성은 없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실리콘밸리의 산 호세 주립대학교 (San Jose State Univeristy, SJSU)가 꽤 괜찮은 선택지라고 생각한다. 일단 주립대학교 특유의 저렴한 학비를 제공하면서(1년 약 미화 1만 불) 코어 커리큘럼 자체는 나쁘지 않고, 주변 상위권 사립/주립대학교에 비해 입시 난이도도 높지 않아 준비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덜 유발된다. 결정적으로 학교 캠퍼스가 실리콘밸리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어, 주변에 위치한 여러 테크 기업 회사들에 환상적인 접근성을 제공한다! 단점이라면 실리콘밸리 특유의 높은 집세와 생활비를 꼽을 수 있겠는데, 삶의 질(아시아인 문화에 대한 높은 접근성, 좋은 날씨, 쉬운 인턴 기회 등)과 높은 생활비의 trade-off를 잘 고려하여 선택을 내리시면 되겠다.
NIW / EB-1A를 준비한다면 일단 최대한 빨리 이력서를 준비하고 변호사들에게 돌려 무료 상담을 받아 볼 것을 추천드린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NIW의 당락은 미국의 정치-경제 상황에 따라 영주권 발급 일정이 너무나 유동적으로 변하기에 무조건 팀을 꾸려 준비해야 가능한 일이다. 일단 한 로펌과 계약서를 쓰고 나면 추천서 준비까지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리지 않지만, 그 이후에부터 미국에 도착할 수 있게 되기 전까지 시간이 걸리는 단계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NIW 기반 I-140도 이제는 premium processing이 가능하기 때문에 접수 후 15 근무일 내에 결과가 나오게 되었다는 점이긴 한데, 언급했다시피 I-140은 첫 단계에 불과하다. 지금처럼 문호가 닫혀 있고 대기열이 긴 경우에 Consular Processing을 준비해야 하는 분들의 경우는 긴 호흡으로 영주권 취득을 노리고자 하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어쨌든 시작이 반이니, 마음을 먹었으면 빨리 움직이도록 하자.
나는 Victor Chen 이민 사무소와 석의준 변호사님이 대표로 계시는 US Law Group에 상담을 받았다. 두 로펌 대단히 능력 있고 대단히 빠른 일 처리 속도를 보여주셨는데,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석의준 변호사님 팀이 좀 더 빠른 대응을 보여주셨다. 내 주변 NIW 신청 케이스들은 거의 저 두 로펌에서 처리된 듯 하지만, 내 NIW 관련 자료는 조금 연식이 있는 자료임을 참고해 주시면 좋겠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영문으로 된 미국 엔지니어링/테크 취업 정보는 대단히 많다. 미국에 취업하고자 하자면 어쨌든 첫 발걸음으로 영문 LinkedIn 프로필을 만드는 것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미국판 Blind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 다만 아무래도 미국 취업 이민자의 대다수가 인도를 비롯한 서아시아계이기 때문에 익명의 인터넷 커뮤티니에서는 어느 정도 정보를 걸러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인도를 비롯한 서아시아권 친구들은 본인들을 Desi라고 부르며, 인도 자체도 엄청 크기 때문에 국가명 외에 본인들의 출신 지역 명으로 본인들을 부르기도 하니 이런 표현들을 알아두면 정보 필터링에 도움이 된다.
국문으로 된 최신 취업/이민 정보를 알아보고 싶으시다면 꽤 유명해서 한 번쯤 들어가 보셨을 네*버 카페 미*모 라는 곳이 괜찮다. 이외에도 많은 오픈카톡방에서도 최신 정보를 접하실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멘탈이 강한 분이라면 미국의 국문 커뮤니티 사이트 WorkingUS.com라는 곳에 한 번 들어가시는 것도 방법이다.
폭풍 같은 1년을 겪으며 누구보다 미국 취업 및 이민에 대해서는 잘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글을 쓰면서 상당한 부끄러움을 느끼고 겸손함을 배우게 되었다. 글을 쓰기 위해 미국 취업 및 이민에 대한 내 지식을 한 번 되짚어 보며 내 지식에는 오류도 많고 곳곳에 빈 곳도 많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글에 적은 대부분의 정보는 다수의 출처를 참고하여 팩트체크를 마친 후 작성하였으나, 미처 팩트체크가 부족해 잘못된 부분도 있을 것이고, 내 편견이 작용하여 의도와는 다르게 편향적으로 서술된 부분도 있을 수 있겠다. 독자분들에게 최대한 객관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의도로, 내가 정보를 얻은 여러 가지 출처를 다음 글을 통해 공유해 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