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보다 자율성 충족에 주력해야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
중소기업이 직원 급여와 복지혜택 등으로 대기업과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좋지 않은 선택이다. 일반적으로 자산 규모와 투입할 수 있는 예산 등에서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떤 중소기업이 일순간 쥐어짜내서 현행 대기업 수준의 급여와 복지를 제공할 수는 있겠으나, 만약 대기업들이 진지하게 인재 쟁탈전에서 이기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다시 압도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은 앞서 언급한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긍정적인 직원 경험을 제공하는 한편, 대기업이 그 커다란 구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단점을 공략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테네시 대학 MBA 교수인 이리나 코즈마(Irina Cozma) 박사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기고한 칼럼*에서 대기업의 태생적 단점을 아래와 같이 크게 세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관행적이고 느린 의사결정 : 대규모 조직은 계층 구조가 복잡해서 관료주의가 강해지고 이로 인해 의사 결정이 더 느릴 수 있다. 중소기업이라면 며칠 안에 할 수 있는 작업도 대기업에서는 몇 달이 걸릴 수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한 번 착수되려면 회사 내 많은 사람에게 인식되어야 하고 다양한 직위의 관리자의 승인을 거쳐야 할 것이다. 스타트업의 빠른 승인과 진행 속도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인내심의 한계를 느낄 것이다.
작은 존재감 : 더 큰 조직 구조에서는 개인의 노력과 기여가 덜 눈에 띄게 보인다. 아무리 재능을 어필해도 자신은 큰 기계의 작은 톱니바퀴에 지나지 않다는 사실에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조직의 기능적 분화로 인해 직원 한 명의 업무는 결국 큰 퍼즐의 작은 조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무언가 실수한 것을 뒤늦게 알게되었는데,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에 별 지장이 없는 것을 몇 번 경험하다보면 내가 이 조직에 꼭 필요한 사람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될 수 있다.
사내 정치의 과한 영향력 : 일부 대기업에서는 프로젝트의 성패가 업무에 투입한 고민과 노력의 크기보다 사내 이해관계자들의 결정에 의해 판가름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주목성을 높이고 승진하기 위해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은 필수이며, 조직 내 부서 간 장벽이나 부서 이기주의가 매우 심한 경우도 있다. 작은기업의 경우 그래도 경영진을 대상으로 모든 직원들이 소속과 관계없이 대동단결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대기업에서는 부서 또는 리더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팀별로 동맹과 배반을 반복하며 이들이 과연 한 지붕 아래 있는 집단이 맞는지 어리둥절하게 될 때가 있다.
알려진 상식과는 다르게, 급여 수준의 차이도 이직 의사에 그리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Mercer가 2021년 미국 직장인 2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진지하게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사람의 비율은 연봉 6천달러 이상인 그룹이 23%, 미만인 그룹이 37%로 14%p의 격차를 보였는데, 이는 직위별 격차(리더급의 경우 15%, 실무자의 경우 42%)인 27%p의 절반에 불과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기업 채용동향 조사’에 따르면 매출 순위 500대 대기업에 입사한 직원들의 16.1%가 1년 내 퇴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기관에 따라 신규입사자의 1년 내 조기퇴사비율이 17~28%사이에 분포하는 것으로 볼 때 대기업이라고 해서 1년 내 조기퇴사비율이 유의미하게 낮지는 않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한 직장인 중 상당수가 대기업 특유의 경직된 조직 문화와 느린 의사결정 과정에 실망한다. 대기업에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실현되기 어렵고, 변화에 대한 저항이 크다는 점이 흔히 지적되므로 중소기업의 빠른 의사결정과 유연한 업무 방식이 더 큰 만족도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이런 점들이 일부 대기업 이직자들을 다시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이른바 ‘부메랑(Boomerang) 이직’ 현상이다. 부메랑 이직은 세계적으로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2022년 블룸버그통신이 링크드인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21년 영국의 신규 채용자 중 5%는 부메랑 직원이었고, 미국의 경우 2010년 2%이던 부메랑 이직이 2023년엔 4.3%까지 늘었다고 한다. 사람인에서 기업 389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에서도 우리 회사에 ‘재입사자’가 있다는 응답은 56.8%에 달했다.
보상보다 자율성 충족에 주력해야
만족스러운 직원경험에 있어 ‘급여와 처우’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인간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심리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상 시스템만으로 직원들의 직무만족을 유도하고 업무동기를 이끌어 내는데는 한계가 있다. 직원 입장에서도 이런 부분을 외면한 채 높은 보상에 매달려 스스로를 혹사시킨다면 점점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문제가 생기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높은 보상’은 조직 내에서 심리적 욕구 충족이 불가피하게 매우 어려운 경우에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런 경우라도 심리적 불충분함을 금전적으로나마 보상하여 겨우 붙잡아두는 것에 가깝지 직원에게 만족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아니다.
한 가지 팁을 말하자면, 긍정적 직원경험을 위해 충족시켜야 할 세 가지 기본 욕구 중 중소기업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것은 바로 ‘자율성’이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직원들은 업무와 관련하여 무언가 자기가 온전히 결정할 수 있을 때 깊은 만족감을 느낀다. 그렇다고 해서 대뜸 신입 직원에게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우리 부서가 할 수 있는 활동이 무엇이 있을지 각자 결정해서 가져와보라’는 식의 과제를 던져줘서는 안 된다. 내가 당장 할 수 없는 일을 고민하게 만드는 것은 자율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갓 들어온 신입 직원에게는 ‘매 주 월요일 오전 팀 회의 때 어떤 커피점에서 음료를 사 올까’ 같은 것을 결정하게 한다. 환경 미화 업무를 하는 직원이라면 ‘1층부터 청소를 할지, 옥상부터 아래로 내려오면서 할지, 아니면 각 부서의 업무 스케줄에 맞춰 유동인구가 적은 순서대로 할 것인지’를 정하게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느껴지는 작은 만족감들 직원을 회사에 붙잡아두는 것이다. 그 결과 3년, 5년, 계속해서 근속을 하게 된다면, 그는 이제 ‘고객 만족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제안할 수 있는 어엿한 중견 직원으로 성장해 있을 것이다.
ⓒ 2024. 사람인 HR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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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Irina Cozma(2024), What Size Company Is Right for You?, Harvard Business Review
**Mercer(2021), Inside Employees’ Minds Surv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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