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은 지구상의 모든 기업의 우선순위를 급격하게 변화시켰다
계속되는 중동 및 동구권 전쟁 위기와 함께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경제의 주요 플레이어인 미국과 중국의 경기 침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의 경우, 최근 실업률이 4%대 초반으로 안정됐지만, 이는 임시 해고로 인한 실업률이 지난 여름에 급등한 이후 하락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이다. 물론 실업률이 하락한 것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이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해석하기에는 여러가지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무엇보다 고용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으며, 특히 지난 3개월 동안 월평균 일자리 증가는 116,000개로, 이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66,000개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 불과했다. 고용 시장이 예상보다 더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기업이 여전히 인력을 충원하고 있지만, 그 속도가 느려지면서 경제 성장에 필요한 인력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 내 고용 둔화는 글로벌 경제에도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으며, 특히 한국과 같은 수출 중심 경제에 영향을 줄 것이다.
중국의 경제 둔화 역시 세계적인 공급망의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 만큼, 한국 기업들의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경기 둔화는 기업들이 보다 신중한 경영 전략을 세우게 하고, 투자와 고용 확대에 있어서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게 만든다. 따라서, 이러한 고용 둔화와 경기 불확실성은 국내 대기업들에게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으며, 더욱 신중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9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전체 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91.2로 석 달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CBSI는 기업들이 느끼는 경기 상황을 반영하는 심리 지표로, 100 이상인 경우 경제 전반에 대한 낙관적 심리를, 밑돌면 비관적 심리를 나타낸다. 이번 9월 CBSI는 8월보다 1.3포인트 하락했고, 6월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제조업 분야의 심리 악화가 두드러졌는데, 제조업 CBSI는 90.9로, 1.9포인트 하락했다.
중소기업과 내수기업의 경기 심리는 더 큰 타격을 받았다. 중소기업의 CBSI는 89.7, 내수기업은 88.9로 90 아래로 떨어져, 2020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함께 내수 경기의 침체가 중소기업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 기업들의 심리가 악화되는 것은 글로벌 경기 둔화, 금리 인상, 수출 부진, 내수 침체 등의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불황이 이어지면 기업들의 신규 채용은 계속 위축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기업들이 근본적으로 운영 방식을 재편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지구상의 모든 기업의 우선순위를 급격하게 변화시켰다. 기업들은 예전처럼 많은 인력을 유지하기보다, 핵심 기능을 중심으로 업무를 재편하고 덜 중요한 역할들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부서 통합과 역할 축소가 이어지면서, 조직 내 많은 직무들이 사라지거나, 그 중요성이 낮아지면서 채용 동결 상태에 놓여 있다. 과거에는 필수적인 역할로 여겨졌던 것들도 이제는 완전히 필수적이지 않은 직무는 축소하거나 없애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은 1차적으로 비용 절감이 목적이겠지만, 팬데믹 시기의 경험이 여러 기업들로 하여금 신중하게 행동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기업들은 더 이상 기존의 피라미드형 조직 구조를 유지하지 않으며, 덜 쓰는 법과 더 효율적으로 일하는 법을 강조하고 있다. 결원이 생기더라도 정규직을 충원하는 것을 주저하며, 조직의 규모를 축소한 후 그 자리를 다시 채우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동시에, AI 기술 등을 활용하여 적어진 인력으로 더 많은 성과를 내는 방법을 끊임없이 탐색하고 있다. 연구개발과 마케팅 활동에 투입되는 예산이 줄어들고, 그로 인해 관련 부서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제거되지만, AI 기술을 적용해 오히려 퍼포먼스는 높이려고 하는 것이다.
팬데믹 이후 불안정한 고용 시장 속에서 인재들은 창업하여 경영자가 되거나 새로운 직장을 찾기보다는 기존의 안정적인 직장에 남아 있는 것을 선호하게 되었다. 결국 조직과 직원이 보여주는 이러한 새로운 경향들이 새로운 고용 없이 조직 내 인력 구조가 점차 더 간소화되는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앞으로도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AI와 자동화가 노동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채용 시장의 위축과 노동력 변화는 단기적인 현상이 아닌, 시장의 중장기적 변화의 일부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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