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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녕 May 30. 2024

4장. 가장 따뜻했던 눈 내리는 날 #은비스브레드

퍽퍽한 스콘이 퍽퍽한 삶을 녹여주었던




#은비스브레드

스콘이 퍽퍽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당장 은비스브레드 스콘을 먹으라고 권한다.

스콘이 특별하기 쉽지 않은데 그걸 해낸 곳.

스콘 하나로 작은 3평짜리 매장이 건물을 세우고 2호점을 낸 이유가 있는 맛이다.

이곳을 가면 꼭 기본 '시오사토 스콘' 을 추천한다.




인생 처음으로 눈오는 겨울,

의정부까지 갔다가 인생스콘의 맛을 맛보고

의정부를 밥먹듯이 갔다. 의정부는 부대찌개가 유명하다고? 나한테는 은비스다.



아주 사진에 진심이였기 때문에 올린 은비스 탑.. 나의 행복





1) 무언가에 진심인건 참 즐거운 일이다.


무언가에 진심을 다해 열정을 불어넣어본 경험이 있는가?

단지 일이 아닌 정말 취미, 즐거움 하나 때문에 진심을 다해본 경험은 참 소중하다. 특히 지금같이 무언가에 진심을 다하기 보다 찍먹 정도만 하면서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는,


물론 진심이려고 , 진심이 되려고 해서 진심이 되는 게 아니라

너무 진심일 때는 내가 진심이였는지도 모른다. 그것에 온전히 집중해있기 때문에.



참 신기하게도 그게 난 빵이였다.

빵을 넘어서 빵사진과 리뷰에 진심이였다. 나는 신기하게 어릴 때 부터 좋아하는 걸 덕질할 때 가만히 있질 못했다. 제발 사람들이 같이 공감해주었으면 하고, 이 좋은 감정을 마구마구 표현하고 싶다. 학창시절 좋아하던 아이돌과 배우 영상을 아주 전체 반학생들한테 틀어주면서 눈알빠지게 영업했던 게 아직도 웃기다.. 특히나 프로듀스101 하던 시절에는 투표하려고 계정만 몇십개 만들고 반친구들 휴대폰을 다 뺏어들고 투표하고 다녔다 ..^^


이 정도로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게 생기면 그걸 사람들한테 알리고 싶어한다. 

이렇게 맛있는게 있는데 왜 안먹어!!! 먹어봐!!! 이런 마음? ㅎㅎ 혼자 이 맛있는 걸 먹기에는 너무 아쉽지 않아?





2) 온라인이 전부인 MZ의 삶




코로나 자취생 20살의 겨울은 춥고도 추웠다. 빵을 먹고 싶어도 나에게는 너무 비쌌다.

매일 인스타를 하다보면 먹고 싶은 빵은 많아지고 그 먹고픈 마음을 인스타 속 사람들과 나누곤 했다.

댓글로 서로서로 맛있어요 ~ 이거 추천해요 ~ 이런 소소한 대화들이 나에게는 오히려 더 큰 즐거움이였나싶다. 그렇게 계속 대화하다보면 친구보다도 더 내적 친밀감이 높아진다. 뭔가 알고 있었던 사람들 같달까.

 

나는 어딜 가도 조용히 왔다가는 걸 잘 못한다. 뭔가 내 흔적을 남기고 싶달까? 그래서 어딜 가든 빠르게 인스타를 올린다. 이게 바로 요즘 MZ 특인가? 그러다보면 여기를 온 사람들이 답장을 보내주기도 하는데 헐! 하고 가끔씩 만나서 인사도 한다. 소소한 즐거움 ㅎㅎ 소소한 관종?


 심심한 하루를 또 보내던 중, 매일 소통하던 인스타 속 빵플루언서 언니가 은비스브레드를 계속 올리길래 너무 궁금했다. 저 언니는 뭐가 그렇게 맛있길래 매주 저길 가냐..? 도저히 안되겠다싶어서 은비스브레드에서의 약속을 언니와 잡게 되었다.


그 덕에 나의 첫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만남이 이어졌다.

지금은 이런 만남이 꽤 이상하지 않지만 그 당시는 코로나이기도 했기에 더더욱 낯선 경험이였다.온라인에서 매번 소통하던 그 언니와 은비스브레드에서 잠깐 만나서 서로 빵 이야기 잠깐 나누고, 맛있는 스콘들을 가득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신기하게도 이때는 그냥 하나의 작은 추억일 줄 알았는데 이런 사소한 만남들이 모여서 어느새 내 모든 주변 사람들을 이루고 있다. 이 경험이 나에게 있어 인간관계의 자유를 만들어준것 같다. 어디가서든 관계는 만들 수 있음을 깨달았고 나 스스로가 좋은 사람이면 인연은 계속 이어지더라.






3) 스콘의 맛



추운 겨울, 은비스브레드 앞은 들어갈 공간 조차 없는 작은 매장이였다. 

눈 오는 길거리에 초록색 은비스브레드는 그 어디보다 크리스마스스러웠고 주말 오후부터 스콘 품절 소식에 네이버예약을 다급히 하고 빠르게 발을 옮겼다. 놀랍게도 이 당시 나는 스콘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고 스콘보다 케이콘이라하는 케이크와 스콘의 합작품만을 노리고 갔다. 


케이크와 스콘, 바삭퍽퍽한 스콘이 아래깔려있고 그 위에 가나슈, 그리고 부드러운 크림.

정말 완벽한 삼중주 아닌가? 

기대 가득하게 퍼먹은 케이콘은 꽤나 담백하면서 깊게 퍼지는 맛이 너무 매력있었다.

크림을 기대하고 먹었는데 크림보다도 스콘의 고소한 버터향이 놀라웠다.

지금껏 먹었던 스콘은 그냥 밀가루맛이였는데 이곳의 스콘에는 고소한 버터 풍미가 깊게 녹아들어 그 누가 먹어도 '고소해!!' 라고 외칠 맛이다. 


당장 기본 스콘을 꺼내들었고, 정말 투박해보이는 시오사토스콘은

내 인생 스콘이 되었다.

담백하면서 약간의 가염된 버터의 맛과 비정제설탕이 자글자글 씹히면 한입으로 멈출 수 없다.

어떻게 보면 토스트 구울 때 나는 향이 퍼지는 마가린의 고소한 맛인데

그보다 훨씬 부담스럽지 않고 고급스러운 맛이다. 런던에서 먹은 스콘보다도 여전히 은비스가 제일 맛있다.


가끔 베이킹소다의 씁쓸한 맛이 날때도 있어서 날바이날 (?) daybyday ..

맛있게 구워진 날 당일에 바로 먹는 스콘이 제일 맛있다. 








그 뒤로 스콘을 격하게 사랑하게 되었다. 

사실 스콘의 맛이 그정도는 아닐수도 있다.

어쩌면 나의 따뜻한 기억들이 합쳐지면서 

행복한 순간이 많지 않았던 20살의 겨울에 느꼈던 감정이라 더욱 크게 와닿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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