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02
이번에는 [이름 없는 것들]에 수록된 곡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곡을 만들 때의 감정부터 작, 편곡 과정에서 있었던 일, 녹음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 글로 더 풀어보려고 합니다. 음악 자체만으로 느꼈을 때와 또 다른 방향으로 새롭게 들어보실 수 있을 거예요. 앞으로 두 곡씩 다섯 번에 걸쳐 올리겠습니다.
01 이름 없는 것들의 마을 (intro)
앨범의 첫 트랙은 “이름 없는 것들의 마을”입니다. 원래는 1집 앨범의 타이틀이 될 뻔했던 이름입니다. 감정들이 이루고 있는 마을이 이 앨범의 컨셉이니까요. 하지만 ‘마을’까지 포함된 제목은 오히려 상상력을 제한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앨범 제목은 [이름 없는 것들]이 되었고, 대신 인트로에 그 이름을 달게 되었습니다.
마을로 걸어 들어가는 직관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앨범 전체 구상 단계에서부터 첫 번째 트랙에는 발소리를 넣고 싶었습니다. 터덜터덜 힘 없이 걸어가는 발소리를 찾기 위해 프로듀서와 여러 종류의 발소리를 다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직접 뒷 산이라도 가서 녹음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에 다행히 적합한 발소리를 찾았고 정확한 템포를 맞추기 위해 하나하나 잘라서 붙였습니다. 소리만 들어도 어떤 걸음걸이인지 상상이 되었으면 했어요. 그 위에 미지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듯한 사운드를 얹었습니다. 다음 곡인 “터널을 지나가요”에서 사용된 기타 녹음 코드와 사운드가 활용되었습니다.
02 터널을 지나가요
드디어 첫 곡이 재생됩니다. 조용한 공간에 쓰다의 기타가 울려요. 차카차카 울리는 기타 스트로크가 시계 초침처럼 느껴져 조급함을 주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노래가 시작되고, 뒤로는 비명 같기도, 동물의 울음소리 같기도 한 터널의 소음이 들립니다. 이 소리는 데모 단계에서부터 공들여 만든 소리인데요. 모두 저의 목소리입니다. 알 수 없는 울음소리가 터널을 가득 메웠으면 했거든요.
빠르게 달리다 갑자기 멈추는 구간이 두 번 있습니다. 우뚝 서서 자기 발 끝과 주변을 둘러봅니다. 터널 안, 나의 주변엔 아무도 없지만 어디선가 비웃음 소리가 들려와요. 곡을 만들면서도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입니다. 정신없이 달리다 문득 멈췄을 때 더 크게 느껴지는 심장박동, 더 거칠어지는 호흡, 불안한 마음이 눈에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부분엔 현악기로 포인트를 주었습니다. 저는 현을 긁는 소리가 울음소리와 비슷하게 느껴져요. 그래서 늘 저의 작업에 현악기를 사용해 왔습니다. 이 곡에도 잘 묻게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프로듀서님께 요청드렸고 마땅한 자리에 잘 넣어주셨어요.
그리고 드럼. 이 곡의 포인트는 아주 힘 있고 빠르게 질주하는 드럼 리듬입니다. 이 리듬을 얻기 위해 미국의 드러머에게 작업 의뢰를 맡겼고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렇게 드럼과, 기타, 베이스. 그리고 저의 목소리(울음소리)로 가득 찬 곡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리고는 계속 달려요. 끝까지 달려요. 정신없이 달리다 깨닫습니다. 아무리 달려도 여긴 나밖에 없고, 더 나아갈 길이 없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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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 Xeuda(쓰다) - Through a tunnel(터널을 지나가요)
https://www.youtube.com/watch?v=tCj_UNG_nO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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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돌덩이가 가득 든
배낭을 메고선
힘겨운 발걸음을 아주 조금
끝으로 끝으로 가져가요
그때 문득 불빛이 꺼지면
내 발끝이 보이지 않아
터널을 지나가 터널을 지나가 터널을 지나가
터널을 지나가요
마음을 다 주어도
닿을 수 없는 걸
피할 수도 끊을 수도 없는
칠흑 같은 이곳
그때 문득 비웃음 소리
들려오면 주저앉아 울어요
터널을 지나가 터널을 지나가 터널을 지나가
터널을 지나가요
터널 안에 요란하게 내 박동 소리
터널 안에 요란한 건 내 박동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