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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백담 Jul 03. 2023

선인장에게

가시에 가려진 너의 속살을 핥아먹고 싶었다


아이야

너는 왜 너의 모습을 모르는지


아름다운 장미도 가시가 있듯이

너 역시 그것이 있지 않니

나는 네가 항상 아름다웠는데

만개한 꽃들 사이에서도 너는 가장 먼저 눈에 띄었지

꽃이 피지 않은 네 모습이 가장 아름다웠지


나는 어렸을 적부터 아름다운 것을 지나치지 못하고

눈에 밟히는 그것을 가져야만 했는데

가시에 찔려 선혈이 낭자하는 순간에도

나는 너를 쥘 수 있어 행복했던

그런 순간을 만들어준 건 너였지


너의 속을 반으로 잘라

새어 나오는 진액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리고

그것을 입에 감춰 무는 상상을 했다


여타 다른 것에서는 맛볼 수 없는 단맛이었다

그래

나는 가시에 가려진 너의 속살을 핥아먹고 싶었다

너의 끈질긴 삶의 원천을 내 혀로 맛보고 싶었다


나는 언제나 너를 가장 아름답다고 여기고

너는 언제나 너를 가장 흉측하다고 여기는

이상하고 엉뚱한 우리의 눈


너는 너를 영원히 보지 못하지

내가 나를 직접 보지 못하는 것처럼

우린 영원히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지


그래서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는 것 아니겠니

이해할 수 없으니 이해하려 노력하고

세상에 완벽이란 없으니

우리는 영원히 노력하다 죽어가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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