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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찹쌀이 Aug 01. 2023

2. 검사와 검사와 검사와 검사

암환자 가족이 되었습니다.

* 아빠는 2023년 5월 '변연부 B세포 림프종 / MALT Lymphoma'(혈액암/림프종/임파선암)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 PC에서 작성되었습니다.



바로 다음 월요일 오전으로 PET-CT 촬영이 잡혔다. 도통 무슨 검사인지 몰라 검색해 보니 방사성 물질을 사용한 검사방법이라고 한다. 몸속에 방사성 물질을 넣으면 그게 암이 있는 곳에 달라붙는데, 그 모양새를 촬영하여 어디에 암이 얼마나 퍼져있는지 확인하는 검사...라고 이해했다.


암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과정 중 하나이다.


사실 암인지 확인하는 가장 좋은 검사는 그 부분을 직접 떼어내서 조직검사하는 것이다. (나중에 알아보니 이걸 생체검사, 줄여서 '생검'이라고 부르더라) 하지만 전신마취를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으니 바로 수술을 하기 어려운 경우이거나 아빠의 경우처럼 수술이 애매한 부위에 있거나 하면 수술까지 가기 전에 먼저 시각적으로 확인을 해 보는 거다. 꼭, 반드시, 조직검사를 위한 수술이 필요한지.




금식을 한 아빠와 PET-CT 촬영실로 향했다. 아빠는 병원에 혼자 가시려고 했지만 걱정이 많은 엄마가 나를 딸려 보냈다. 아빠는 조금 성가셔하는 것 같아서, 지난번에도 진료실에서 보호자 찾지 않았냐고, 내가 우겨서 따라나섰다. 결과적으로 매번 병원에 가실 때마다 내가 따라붙었고,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큰 병원을 한 번 가 보니 보호자가 없는 어르신들은 한참 헤맬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30대인 나조차도 복잡해서 정신이 없었다. 키오스크, 하이패스, 진료카드, 바코드, 수납, 그리고 복잡한 동선. 물론 곳곳에 자원봉사자 분들이 계셔서 많이 도와주시고 간호사 선생님들도 친절하게 설명해 주셔서 점차 익숙해졌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어렵다.

병원, 그것도 큰 병원에 왔다는 건 그 병이 위중하다는 뜻이고, 아무래도 나이가 드신 분들이 많고, 또 의료 환경이 약한 지방에서 올라온 경우가 많다. 그러니 긴장된 상태이기도 하고, 용어도 어렵고, 과정도 복잡하니 몇 번이고 다시 설명을 부탁하거나 실수를 하는 경우도 많다. 길을 헤매는 환자들을 보는 건 드문 일도 아니다. 나도 그러했고.


지난 병원 진료 때, '웃픈' 광경을 목격했다. 진료가 끝나면 간호사 선생님이 따라 나와 이후 일정이 적힌 종이를 주시며 설명해 주신다. 나와 아빠는 진료실 앞에서 순서를 대기하고 있었는데, 나이 많은 부부가 진료실을 나와 간호사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네, 감사합니다 하고 돌아섰다. 그런데 간호사 선생님이 다시 진료실로 들어가자마자 남자분이, "뭐라는지 하나도 모르겠네"라고 했다.


아빠와 나는 쿡쿡 웃었다. 왜냐면, 우리도 그랬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무나 공감이 갔다. 그 남자분의 말이 결코 간호사 선생님을 비난하거나 그런 의도는 아니다. 오히려 그분을 배려하기 위해 되묻지 않은 것이리라. 분명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는데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좀 더 필요하다. 나도 그랬다. 30대인 나도 그랬는데, 어르신들은 오죽할까. 그게 조금 애잔했다. 누구의 탓도 아니다.


그래서 매번 병원을 다녀오면 진이 쭉 빠진다.




PET-CT 접수를 하고 조금 있으니 아빠 이름을 불렀다. 팔에 주사를 맞았다. 잠시 후 1인용 대기실(회복실이었나)에 아빠만 들어가셨다. 보호자도 1인실에 같이 있어도 되냐 물으니 방사성 물질이 들어간 후에는 따로 있는 게 좋다고 하길래 그럼 바깥 소파에 앉아있겠다 했다. 아빠는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하다 깜빡 졸으셨다고 한다.


대기는 오래 걸렸지만 촬영은 2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방사성 물질이 퍼지는 것을 기다리느라 대기가 길었다. 11시 반쯤 접수하고 1시에 끝났으니, 2시간 정도 걸렸다. PET-CT를 찍고 나서는 몸 안의 방사성 물질을 빼야 하니 물을 많이 마시라고 했다. 병원에 올 때마다 텀블러는 필수다. 그래서 자주 가는 곳의 정수기 위치 파악도 끝났다. 특히 이렇게 약물을 주입하거나 항암 주사를 맞으면 그 성분을 빼기 위해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물론 평소에도 건강을 위해 수분 섭취는 필수지만.




셔틀버스를 타고 경복궁역에 내렸다. 1시 반쯤 아빠랑 일본식 경양식 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아빠는 함박스테이크 정식, 나는 돈까스 카레. 아빠와 나는 각각 일본에 살았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라는 접속사가 반드시 어울리진 않겠지만, 그래서 그런지 일본 음식을 참 좋아한다. 각자의 요리를 먹으며 일본 음식 이야기를 나누었다.


바로 다음날 또 CT촬영과 진료가 잡혀있었다.



지난 진료 때 PET-CT 검사비도 함께 지출했는데

본인부담금 약 47만원, 공단부담금 약 31만원으로 찍혀있다.

건강보험료 열심히 낸 덕을 이번에 톡톡히 보고 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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