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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찹쌀이 Aug 22. 2023

4. 입원과 수술

암환자 가족이 되었습니다.

* 아빠는 2023년 5월 '변연부 B세포 림프종 / MALT Lymphoma'(혈액암/림프종/임파선암)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 PC에서 작성되었습니다.



2주 뒤로 수술 날짜가 잡혔고, 하루 전 입원을 해야 했다. 사실 간단한 복강경 수술이라 생각해서 하룻밤정도 입원하겠거니 안일하게 생각했었는데, 수술을 위해 미리 전날 입원해서 회복 기간에 따라 3-4일, 혹은 더 걸릴 거라고 했다. 결과적으론 총 3박 4일 있었다.


2023년 4월 당시 여전히 코로나19로 인해 병동 내 보호자 출입은 1인으로 제한되었고, 병동 내 면회는 전면 금지였다. (환자가 공용 구역으로 나와서는 면회가 가능했다.) 환자와 보호자 모두 입원 전 3일 이내 PCR 검사를 해서 음성이어야 입원이 가능했다. 병원에서 미리 PCR 검사에 대한 안내를 해 주었고, 3일 전 연락도 주었다. 만약 코로나에 걸려버리면 입원도 수술도 못하게 되니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 같았다.


보호자로는 내가 들어가기로 했다. 수요일 입원이라 일요일에 아빠와 함께 집 근처 보건소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 오랜만에 코 푹. 병원에서 보내준 입원 안내 문자(카톡)를 보여주면 환자와 보호자 모두 무료로 PCR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만약 입원 할 병원에서 받을 경우 환자는 몇 천원, 보호자는 몇 만원 내야 했다.)


입원 하루 전, 엄마와 함께 짐을 쌌다. 얼마나 있을진 모르지만 일단 3-4일 치로 쌌다. 더 있게 되면 엄마가 조달하는 걸로 하고. 처음에는 기내용 작은 캐리어에 짐들을 넣었었는데 하나 둘 추가되다 보니 결국 더 커다란 캐리어로 옮겼다. 내가 이불대신 쓸 침낭, 바람 넣는 쿠션, 수건, 치약칫솔, 세면도구, 속옷, 휴지, 물티슈, 실내화, 간단한 반찬(볶음김치, 멸치조림, 장아찌), 햇반 두 개, 두부, 간식으로 먹을 떡과 빵, 팩 두유, 전자레인지 돌릴 그릇, 컵, 일회용 종이컵 등등. (물론 병원 내 편의점이 있어서 필요한 게 있으면 그때그때 사도 된다 ㅎㅎ)


수련회 가기 전날 같은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알고 있다. 캐리어에는 입밖에 내지 못한 엄마의 걱정이 한가득 담겼다는 것을.




입원 당일 11시에서 2시 사이에 병동을 안내해 주는 연락이 온다. 퇴원하는 환자에 따라 결정되는 모양이었다. 병실은 그제서야 정해지는데, 원하는 병실이 있다면 수술 날짜를 잡을 때 간호사 선생님께 꼭! 말씀을 드리는 게 좋다. 물론 그날 비는 병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은. 우리도 1인실이나 2인실을 원했지만 5인실로 배정되었다. 2인실도 여성 환자분 방은 비어있었지만 남성 환자 방은 빈 침상이 없었다.


**병동으로 오라는 연락을 받고 엄마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우리 집은 병원이랑 가까워서 집에서 대기하다가 연락받자마자 이동했는데, 집이 멀다면 병원에서 대기해도 될 것 같다.) 주차할 곳이 없어 한참 헤매다가 겨우 대고 안내받은 병동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에 내리자 양 옆으로 투명 유리문이 닫혀있었다. 병원 사람들이나 환자와 보호자만 출입할 수 있도록 되어있어서 우리 셋은 어리둥절했다. 아무런 안내도 없었다. 불평을 쓰고 싶지 않아 말을 줄이겠지만, 입원 환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다. 병원을 다니며 느꼈던 아쉬운 부분들은 나중에 병원에 의견을 낼 생각이다.


어쨌든 입원 수속을 하고 엄마는 집으로 돌아가셨고 나랑 아빠는 병실로 향했다. 5인실에 들어서면 한쪽엔 침상 3개, 반대쪽엔 화장실과 침상 2개가 놓여있다. 우리는 오른쪽 화장실 옆 침상이었다. 챙겨 온 물건들을 사용하기 편하게 정리하고 있으니 간호사 선생님이 오셔서 병실 안내, 주의 사항 등을 전해 주셨다. 중간중간 혈압도 쟀던 것 같다.


생수를 사러 편의점에 가며 엄마와 통화를 했다. 두 통을 사서 돌아오니 내일 수술을 해 주실 외과 교수님이 오셔서 수술 내용을 설명해 주고 계셨다. 4곳에 구멍을 내서 복강경으로 수술한다고 하셨다.




을 잘 수가 없었다. 간이침대가 불편한 건 이미 예상했던 바.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새벽 내내 간호사 선생님들이 환자들의 상태를 살피고 채혈 혹은 혈압 측정 등 정해진 루틴을 위해 병실에 드나들으셨다. 걱정이 많은 나는 혹시 지금 들어오신 선생님이 아빠에게 오는 것일까 염려되어 병실 문이 열릴 때마다 잠에서 깼다. 실제로 몇 번은 아빠를 보고 가셨다.


다행히 아빠는 바로 잠에 드셨다. 아빠는... 병실의 그 누구보다 크게 코를 고셨다. 그래서 사실... 부끄러워서 잠을 못 잔 것도 있다... 이 자리를 빌려 죄송합니다...




이튿날 아침, 수술날이다. 아침 일찍 아빠와 휴게실에 나가 TV를 봤다. 아무도 없어서 편했다. 아빠는 조금 더 TV를 보다 들어오신다 하셔서 나는 병실로 돌아가 어제 싸 온 샌드위치로 아침을 먹었다. 아빠는 어제저녁부터 쭉 금식이었다.


간호사 선생님이 오셔서 수술 준비를 하시며 1인실 자리가 날 것 같다고 하셨다. 그러면 좋겠네요, 라며 수술 준비를 했다. 11시 40분쯤 이동을 도와주시는 분이 오셔서 수술실용 침대로 아빠를 옮겼다. 수술실 앞까지 갈 수는 없었고, 병동에서 수술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앞까지만 따라갔다. 잘 다녀오셔~ 라고 손을 흔드니 아빠도 한숨 자고 오겠다고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단순히 검사를 위한 수술을 하러 가시는 것뿐이란 걸 잘 알면서도, 눈물이 울컥했다. 아빠. 언제나 건강하실 거라고, 오래오래 옆에 계시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머리도 하얗게 새고, 많이 빠지고(미안ㅋ), 어느새 키도 많이 줄었고, 피부도 쭈글쭈글. 누가 봐도 할아버지의 모습이 되어있었다. 하얀 침대 시트에 덮여 수술실용 침대에 누운 아빠의 웃는 얼굴이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틈새로 보였다.


다행히 1인실이 비어서 아빠가 수술 가신 동안 짐을 싸서 방을 옮겼다. 커다란 유리창 밖으로 연세대학교가 내려다보였다.




수술은 엄마와 내 생각보단 오래 걸렸다. 면회는 금지였지만 엄마 혼자 집에 계시기엔 마음이 불편하셔서 병원으로 쫓아왔다. 1인실이어도 병동에 같이 있을 수는 없으니 병동 밖에서 수술이 끝나기를 함께 기다렸다. 친절하게도 수술 진행 상황을 문자로 알려줬다. 11시 51분 수술준비 중, 12시 57분 수술 중, 이후 한 시간마다 수술진행 중, 마침내 3시 22분 회복 중, 3시 55분 병동으로 이동합니다 까지. 엄마는 유리문 너머 아빠 침대가 병실로 들어가는 것까지 보고서야 집으로 돌아가셨다.


아빠는 수술하러 가시던 모습 그대로 병실로 돌아왔다. 수액 몇 가지를 달고 온 걸 빼면. 간호사 선생님 두 분이 다시 병실 침대로 옮겨주시고 옷을 정리해 주셨다. 아빠는 금방 눈을 뜨고 나와 얘기를 나눴다. 수술하러 가서 한숨 자고 오니 좋~은 1인실로 왔네, 라며 둘 다 웃었다.



수술은 오전 중에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아마 중간에 예상치 못하게 길어지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으니, 하루에 진행하는 수술 횟수를 제한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네요. 수술에 참여하시는 모든 분들이 참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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