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가족이 되었습니다.
* 아빠는 2023년 5월 '변연부 B세포 림프종 / MALT Lymphoma'(혈액암/림프종/임파선암)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 PC에서 작성되었습니다.
2023년 4월 기준 신촌 세브란스 병원 병실 1박 입원료는 5인실(보험) 2만원 / 2인실(보험?) 10만원 / 1인실(비보험) 42만원 정도였다. 5인실과 1인실은 무려 20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2인실이 여러모로 합리적이겠지만 옆 병상 사람과 맞지 않으면 그거만큼 불편한 일도 없다. 예전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아주아주 절실히 느낀 적이 있었다.
처음에 5인실을 배정받고 일단 1인실이든 2인실이든 비었으면 알려달라 했는데, 다행히(?) 다음날 1인실이 바로 생겼다. 한 층에 두 개의 병동이 있는데 한 병동에 1인실은 2-3개뿐이었다. 어쨌든 1인실은... 천국이었다. 샤워가 가능한 화장실, 세면대, 칫솔치약과 양치컵, 큰 냉장고, 소파 겸 간이침대, TV, 그리고 록*땅 어매니티 ㅎㅎ
간이침대는 역시나 간이침대였지만, 그래도 전날 5인실에 있을 때보다는 잠을 훨씬 잘 잤다. 간호사 선생님이 2시간마다 열과 혈압을 재러 들어오셨는데, 그럴 때 빼고는 계속 잤다. 처음 들어오셔서 깨어 앉아있는 나를 보고 보호자분 매번 안 일어나셔도 된다고 했지만 병실 문이 열릴 때마다 눈은 번쩍 하고 띄었다. 예민한 탓이라기보다는, 그래도 간호사 선생님이 아빠 살피러 들어오시는데 그냥 드러누워 자기가 좀 그랬다. 그렇게라도 감사하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아빠는 군시절 국군병원 약제과에 계셨다고 한다. 예전에 들은 적 있었지만 이번에 병원에 있으면서 더 많이 들었다. 수술하러 가기 전 준비하러 오신 남자 간호사 선생님께, 자기가 군병원에 있었다 말씀하셨다. 나는 그런 수다스러운 아빠 모습이 살짝 부끄러웠다. 간호사 선생님은 그러셨냐고 넉살 좋게 대답하셨다. 아빠의 군생활은 50년 전 일이다. 나는 물론이고 그 간호사 선생님도 태어나기 훨씬 전 일이다. 여러 가지 비리들(?)을 얘기해 주셨지만, 옛날 일이어도 글로 남길 수는 없으니 여기서 이만.
1인실에 있으니 시간이 참 잘 갔다. TV도 있으니 지루할 틈이 없었다. 다행히 경치도 좋았다. 연세대학교가 한눈에 들어왔다. 입원하고 있으면서도 경치가 좋은 게 눈에 들어온다. 수술이 무사히 끝난 덕분이겠지. 퇴원 전에 침대에 앉은 모습을 찍어달라고 하셔서 사진도 찍어드렸다. 아이러니하지만 조금은, 행복했다.
입원 기간 중 간호과장 선생님이 한 번 오셔서 잠시 면담을 했는데, 딸이 와서 보호자로 있는 게 참 보기 좋다고 했다. 내가 보호자로 올 수 있어 다행이었다. 입원 중이어도 적당히 운동은 해야 하니 식사를 하고 나면 병동을 두 바퀴 정도 돌았다. 그러면서 다른 병실의 환자들, 보호자들을 보았다. 당연히 대부분 나이가 든 환자들이었고 보호자 역시 그들의 배우자인 경우가 많았다. 즉 보호자 역시 이미 나이가 들었다. 그나마 보호자가 있으면 다행이겠지만 맞벌이를 해야 하거나, 배우자가 없거나, 충분히 건강하지 않거나, 자녀 역시 그러한 상황이라면...
물론 간병인을 고용하면 된다. 그래, 그게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가족의 희생이 오히려 당연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서글픈 일은 아니란 생각도 든다. 그런 형태도 당연히 존재하는 거니까.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현재 사회는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 맞벌이가 필수인 시대. 결혼과 출산이 꼭 필요치 않은 시대.
그래도, 나는 내가 아빠 보호자로 함께 있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3박 4일 (5인실 1박, 1인실 2박) 입원 및 수술 = 약 4백만원 (병실 빼면 3백만원)
나중에 중증 등록을 한 다음에 약 64만원이 환급되었다.
물론 조직검사 했다며 추가비용 33만원 더 낸 것도 있지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