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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찹쌀이 Sep 05. 2023

6. 3박 4일간의 병원생활

암환자의 가족이 되었습니다.

* 아빠는 2023년 5월 '변연부 B세포 림프종 / MALT Lymphoma'(혈액암/림프종/임파선암)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 PC에서 작성되었습니다.



사실 조직검사를 위한 간단한 복강경 수술이니 입원도 하루이틀이면 끝나겠거니 생각했었다. 그래서 1인실을 요청하기도 했고. 실제로 수술 후 회복은 아주 빨랐다. 통증이 심하면 무통주사의 주입 버튼을 누르라고 했지만 거의 누를 일이 없었다.


수술 직후에는 소변양마시는 물의 양을 체크했다. 첫 소변은 소변양을 간호사 선생님께 알려드렸고 그 이후로는 침상에 붙어있는 노트에 양을 기록했다. 소변통에 소변을 보시면 양을 체크하고 병동 안에 있는 처치실(?)에 가져다 버리고 거기에서 새 통을 가져온다. 물도 마시는 양을 체크하기 위해 눈금이 있는 통을 주셨다. 주로 누워계시다 보니 물을 컵으로 드시기엔 불편했다. 그래서 팩두유에 붙어있던 ㄱ자로 꺾이는 빨대를 이용해서 드렸다. 다행히 물도 잘 드셨고 소변도 잘 나왔다.




수술이 끝나고 병실에 돌아오신 게 4시였고 6시쯤 저녁이 나와 식사를 하셨다. 밥 대신 으로. 지난밤부터 금식을 했으니 3끼를 건너뛴 오랜만의 식사셨다. 원래도 매운 음식을 못 드셔서 병실에 입원하며 설문지에 체크했더니 하얀 반찬들이 주로 나왔다. 고사리, 콩자반, 두부부침, 고등어구이, 연근 이런 반찬들.


8시쯤엔 싸 온 빵을 한쪽 드렸다. 항상 집에서도 6시에 저녁 식사를 하고 8-9시가 되면 간식을 드셨다. 따뜻한 홍삼차나 꿀차에 빵이나 떡 한쪽. 그게 우리 집의 루틴이었다.


다음날 아침부터는 먹는 약 처방이 나왔다. 퇴원하고 집에서 먹을 진통제를 미리 처방을 받아먹어보는 셈이었다. 그런데 오후부터 속이 울렁거리고 메스껍다고 하셨다.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셨다. 억지로라도 조금 더 드셨으면 싶었지만 영 불편하신 모양이었다. 그래서 물이라도 많이 드시게끔 해 드렸다. 이온음료도 사다가 물과 번갈아 드렸다.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포*리 ㅎㅎ


결국 너무 힘들어하셔서 진통제를 멈췄는데, 다행히 아프지는 않아 하셨다. 그렇지만 계속 주무셨다. TV를 보다가 주무시고 또 깨셨다가 다시 주무셨다. 울렁거려서 핸드폰을 보기도 힘들다고 하셨다.


수술해 주셨던 외과의사 선생님도 올라오셨다 가셨다. 수술은 잘 끝났다고 했다. 빵빵하게 부른 배를 보고 소화제도 처방해 주셨다. 진통제도 다른 약으로 바꿔 처방받았다.




옛날에는 주말엔 퇴원 수속을 해 주지 않았었다. 그래서 토요일에 나가고 싶어도 월요일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우리 가족도 그런 줄 알고 수요일에 입원했지만 월요일에 퇴원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요즘은 주말에도 퇴원 수속을 해 준단다. 이 얘길 간호사 선생님께 하니, 그래서 주말 퇴원 되냐고 묻는 보호자분이 많은 거구나~ 하셨다.


퇴원 수속은 병실에서 처방약을 받고, 마지막 드레싱을 받고, 수납하면 끝이다. 드레싱 해 주실 선생님이 안 오셔서 여쭤보니 긴급 수술에 들어가셨다고 해서 간호사 선생님이 대신해 주셨다. 집에선 내가 해드려야 했기 때문에 꼼꼼히 눈에 새겼다. 아빠가 옷을 갈아입으시는 동안 수납을 하러 다녀왔다. My세브란스 어플에서도 미리 납부 금액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를 데리러 온 엄마가 소포장된 견과류를 가져와 스테이션 간호사분들 드시게 나눠드렸다. 외래로 만났던 간호사 선생님들도, 병동의 간호사 선생님들도 정말정말 친절하셨다. 아프고, 모르는 게 많고, 불안하다 보니 간호사 선생님들께 의지할 수밖에 없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정말 큰 힘이 되어주셨다.

감사합니다!




다다음주, 조직검사 결과를 보기 위한 혈액내과 진료가 잡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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