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이 시작되려면 시간이 좀 남아있었다.
혼주복을 곱게 차려입은 막내 외삼촌 내외를 보니 세월이 만들어 놓은 표정이 경직되어 있었다.
막내아들 장가보내는데 저리 굳어 있어서야.
가까운 곳에 둘째 외삼촌도 서 계시고 옆 의자에는 파리하게 얇은 살갗을 숨기려는 듯 살짝 화장을 한 둘째 외숙모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어젯밤에 카톡으로 내일 만나자며 확인까지 하신 탓인지 환하게 안아 주셨다.
" 야야 왔나? 보고 싶어서 언제 오나 하고 아까부터 문만 봤다."
연세에 비해서 목소리는 여전히 밝으셨다.
막내 삼촌 내외분께 축하의 말을 건네는데 삼촌이 나를 빤히 보셨다.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삼촌의 눈이 매직아이 보는 듯이 멍했다.
" 누님 오셨네. 우리 누나가 오셨네."
엥?
내가 엄마를 많이 닮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었지만, 그래도 나를 엄마로 착각까지 하시다니.....
" 삼촌! 나 ㅇㅇ이야. 그새 나를 잊은 거야?"
" 어찌 그리 누님하고 똑같으냐." 야야 누나라고 부르고 싶다. 한 번만 불러 볼게."
내가 두 손을 꼬 잡아드리자 서둘러 돌아온 눈빛은 숨은 그림을 놓친 아쉬움이 느껴졌다.
일전에 모바일 청첩장을 받으면서 언질을 받기는 했으나 치매가 많이 진행되어 있는 삼촌을 보며 숨이 몰아 쉬어졌다.
오 남매에서 사 남매가 치매라니.
늦게 도착하신 이모는 얼마나 멀리 되돌아가셨는지 이름은 말하시면서도 보이는 모두를 부정하신다.
나는 아기 때로, 팔십이 넘은 올케는 새댁 때로, 늙은 오빠는 이십 대의 건강한 청년으로.
따로따로 내뱉는 남은 기억 속에 공통점은 우리 엄마였다.
노인들의 입에 맞을만한 음식을 챙기면서 자꾸 눈앞이 흐려졌다.
사촌들의 허둥대는 모습은 몇 년 전의 나였다.
집안 행사에서 보이지 않는 어른들의 수가 늘어난다.
안부의 답은 병원이나 요양원이었다.
드라마 대사가 생각났다.
괜찮아요. 우리가 기억할게요.
우리 부부는 말없이 서로의 손을 더듬어 아프도록 꼭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