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눈을 떼고 보니 창이 훤하다. 뒷걸음질 치는 어둠의 뒷모습은 텁텁하다. 구깃구깃한 어둠의 질감이 주는 무게감이 오히려 편안하다. 여과되는 찻물이 방울방울 고이는 시각. 툭! 짙은색의 물감을 잔뜩 묻힌 붓으로 밝아 오는 아침을 꾸욱 누른다. 오늘 하루를 내가 원하는 색으로 바꿀 수 있을까. 손바닥으로 감싼 찻잔의 온기로 만들 오늘의 그림은 덧칠해야 하는 유화가 될는지, 아니면 물 번짐으로 억지스러운 수채화가 될는지. 설레는 것이 많아지는 것이 아쉬움 때문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