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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개 Nov 02. 2024

국화도에는 국화가 없다.

럭셔리한 여행 1.

 
바람을 마주 보며 빈 바다 쪽으로 폭죽이 터진다.
멀지 않은 곳에서 터지는 폭죽은 성냥불보다 초라하다.
그래도 젊은이들은 열심히 불을 붙인다.
연속이라고 붙인 폭죽은 자꾸 새는 방귀소리를 내고 있다.
빈 바다를 그냥 두면 안 되겠니?
피식대는 소리보다 웅얼거리는 물소리가 더 귀 기울어지는 것은 11월 이여서이다.
쓸려가며 악다구니 같은 물소리.
오히려 밀려오는 소리는 곱다.
사분거리며 스며드는 소리.

국화도에서의 첫날밤이 어지럽다.
시월을 보내고, 흰색도 아니며 검은 색도 아닌 우리만의 헐거운 11월을 첫날부터 제대로 놀고, 제대로 쉬어보기로 한다.
 11월은 문청시절부터 우리는 늘 차분하지 못했었다.
 그때는 주변의 모든 이들이 억지를 부리듯이 그간 써 놓았던 원고들을 싸들고 다방, 카페, 술집으로 몰려다니며 우왕좌왕했던......
 

아름다운 그때.

 그와 손잡고 드러난 뻘 밭으로 간다.
긴 세월 함께 지나온 속도를 바꾸지 않고 한 걸음씩 내디뎌 본다.
 해물라면 끓여 소주 한 잔 먹을까? 야식으로.
꼬물거리는 게 몇 마리 담고 조개 서넛을 담아 돌아오다가 숨으려다 들킨 칠게의 집게발에 꽉 물린다.
 아파?
 응, 그래도 피는 안나네.
 바다에서 부는 바람이  등을 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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