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이야기.

빨뚜가 대세라고?

by 날개


귀가 시려오기 시작한다.
바람은 아무 데서나 불어와서 마구마구 온몸을 뚜드려 팬다.
단골 곱창집에 모여 앉아 요즘 대세라는 빨간 뚜껑 소주를 띠릭 띡 딴다.
꼴꼴 꼴 투명한 술이 잔을 채우고, 우선 지난번 무소식이 희소식이었던 지인에게 미안함을 대신해서 내가 먼저 건배제의를 한다.
호로록 넘어가는 한 모금의 소주가 주는 첫 잔의 짜릿함이 주는 매력.

나는 그 첫 잔이 좋아서 소주를 마신다.

늘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했던 그는 빨뚜 두어 잔을 넘기고서야 입을 연다.
언젠가부터 술 한잔 하자, 밥 한 번 먹자,라는 말에 별반 동하지 않았었다.
지나는 인사치레려니 했었다.
빨뚜에 취한 그가 뒤뚱거리며 지나 온 시간의 족적을 술술 풀어낸다.
수~~~ 울~~~ 술.
그랬구나. 그랬었구나. 그래서 늘 입에만 물고 있었구나.

빨뚜 탓에 우리는 엉겨 붙었다.
뜨듯해진 얼굴을 빨강뚜껑 소주의 첫 잔보다 짜릿한 바람이 마구마구 핥아댄다.

빨뚜는 노동주 보다는 인생주에 가깝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