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있던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대답한 내게 그는 전주 막걸리 골목에 있는 술집 사진 한 장을 디민다. 여기는? 집으로 가는 시간이나 전주로 가는 시간이나 같으니까...... 그랬다. 2월에 떠나는 부부여행이 되었다. 지난 1월은 고군산 말도에서 2박 3일의 눅진한 여행이었다면, 2월의 여행은 명절 행사 치르며 쌓인 피로 풀자며 막걸리를 핑계 삼아 떠났다. 한 상차림의 안주에 우리의 볼은 붉으죽죽 해졌고, 서로의 수고에 건배사를 날리며 맑은술로 낄낄거렸다. 그냥 마주 보고 웃었다. 아니 웃어댔다. 애들과 자주 다니던 곳이라 그는 가족 톡 방에 사진을 올리며 안부를 한다. 마치 자랑삼아서. 아버지는 모든 것을 가볍게 한다. 영화 속의 대사였지만, 유독 남자는 아버지일 때 가장 완벽한 존재가 된다.그도 그렇다. 깨똑!! 우리 자식들 넷이서 모여 앉아 저녁을 먹는 사진이 올라와 있다. 옴마야! 이쁜 자식들. 우리는 손에 든 잔을 부딪치며 큰소리로 " 이대로 주우~~~~ 욱" 우리는 전주천변을 걸으며 잡은 손에 배어나는 열기가 식지 않게 더 꼭 잡고 걸었다. 막걸리~~~~ 하~~~ 안 잔~~~~ 역시 불탄다는 불금이 맞다.
이른 아침을 먹고 자박자박 산책에 나서는 길 끝에서 친근한 이름의 찻집을 만났다. 근수네 초기집. 한옥마을 안에 있는 오래된 카페이다. 이른 아침임에도 대문과 옆문까지 활짝 열려 있다. ㅇㅇ아! 노올자. 금방이라도 친구의 얼굴이 나타날 듯한 느낌. 안내해 주는 방으로 들어가니 다탁과 한편에 서있는 두 개의 등잔대가 정겹다. 따끈따끈한 방바닥에서 전해지는 구들장 같은 느낌은 어릴 적에 외할머니댁에서의 기억을 데려온다. 한 잔의 향기로운 차는 눈으로 온기를, 코로 전해 주는 향기를, 입 안 가득 머금은 아주 오래된 고백. 고맙습니다.
햇살이 드러눕는 댓돌에 내려서서 만난 개나리와 매화가 ' 봄'이라 한다. 이른 봄이다. 음력으로는 아직 정월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