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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인 Mar 26. 2024

잿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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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 않는 자에겐 외로움을

외로움을 타는 자

목이 말라 사랑을 찾아도 얻을 수 없음은

신이 주신 것을 잊었기 때문이니

서로 사랑하라 라는 말씀은

사랑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꾸짖는 말도 아니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자가

어찌 타인을 사랑할 수 있겠냐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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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은 마음도, 죽을 것 같은 고통도

지나가면 다 괜찮아질 것이라는 어른들의 말은

사실 다 거짓말이야

늪에 빠져있는 너를 누군가 손을 잡아 이끌어 꺼내줄 구원자를 찾고 있는 거라면

우울에 잠긴 너를 시간이라는 신이 구원해 줄 것이라고 믿는 거라면

아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어제도 의미 없이 세상을 떠난 지하에서 멍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의 곡성의 의미는

늘어진 차가운 손을 잡고 마지막으로 따뜻해지길 기도하는 염원을 외면한

시간이라는 거짓 구원자를 향한 원망일거야

햇빛을 피해 그늘로 도망친 네가

햇빛이 필요하다면 그늘에서도 나오는 것도 너여야만 해

삶의 의미는 타인이 정해주지 않아

인간은 그저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 시간이라는 배에 탑승하는 것뿐이야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갈지

그대로 물속에 잠겨 그림자 속으로 가려질지

그건 우리가 오늘도 타들어가는 촛불같은 존재가치 속에서

유일하게 스스로 타오를 수 있는 자유의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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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 죽은 날엔

바닥에 닿은 몸이 꽃 잎 같아서

나는 핀 적 없는 꽃이구나

생각한 날엔

잠에서 깰 때 스쳐간 많은 얼굴들이

얼굴에 두 해를 담고 있었고

이름 없는 꽃이 오늘도 다 됐다

슬퍼진 날엔

묻혀진 계절 속 이제는 기억도 안나는 목소리들

내 귀를 스쳐 지나가네

꽃 잎이 질 적에

아름다웠다 말했던 나는

닿기 전에 아름다웠음을 깨달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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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 되면 모두 거짓말일 텐데

왜 봄에 푸르러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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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는 나의 꽃 잎이었는데

나는 그 애의 낙엽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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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를 잡고 올라가면

그곳에선 너가 울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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