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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와 브랜드: 의탁에서 창조로

그렇게 브랜드는 태어난다.

by 김정호



사람은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본능적인 욕구를 지닙니다. 이 과정에서 때때로 브랜드는 단순한 상품 이상의 의미를 갖죠. 브랜드에 자아를 ‘의탁’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입니다.


자아 의탁이란, 자신의 정체성이나 가치를 외부 대상에 기대어 보완하거나 대신하려는 심리적 현상을 말하는데요, 소비자들이 특정 브랜드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를 규정하려는 경향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uaninet_59654.jpg 이미지 출처: 부치자닷컴

물건에 이름 대신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새기고 노트북에는 슈프림의 스티커를 붙입니다. 로고가 새겨진 옷을 입고 나갔을 때 누군가 그 브랜드를 알아보면, 자신의 삶이 인정 받은 것인 양 기뻐합니다.


이렇게 브랜드들은 소비자의 자아 형성에 상징적 도구로 작용하며, 심지어는 자아를 대체하기도 합니다. 이는 심리학에서의 ‘브랜드 동일시’ 혹은 ‘자기 확장’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아가 확고해질수록 이러한 브랜드 의탁 현상은 줄어들까요?


일반적으로 그렇습니다. 자아가 안정된 사람일수록 외부의 평가나 상징에 흔들리지 않고, 브랜드에 의존하기보다는 자신의 내면적 가치에 기반해 소비합니다. 그러나 이는 브랜드와 완전히 거리를 둔다는 뜻은 아닌데요, 오히려 자아가 확고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철학이나 정체성과 부합하는 브랜드를 ‘선별’하여 사용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브랜드는 자아를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대상이 아니라, 표현 수단으로 기능합니다.






나아가, 자아가 충분히 확고하고 외부에 동일시할 만한 브랜드가 없다고 판단되면, 일부 사람들은 직접 자신만의 브랜드를 창조하기에 이릅니다. 기존 브랜드들이 자신의 철학, 미적 기준, 사회적 가치관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때, 브랜드 창업으로의 결심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이는 단순한 경제적 선택이 아니라, 자아실현의 방식 중 하나입니다.

결국 자아와 브랜드의 관계는 수동적 의탁에서 능동적 창조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자아가 확고해질수록 브랜드는 더 이상 자아의 대체물이 아닌, 자아의 도구가 됩니다.


그렇게, 또 하나의 브랜드가 탄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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