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다니는 딸아이 아빠, 출근을 잠시 멈추다.

02. 비가 와서 바지가 다 젖어도 괜찮다. 크록스 축축한 거 빼곤

by 공부하는 이아니

02. 비가 와서 바지가 다 젖어도 괜찮다. 크록스 축축한 거 빼곤

ChatGPT Image 2025년 12월 1일 오후 12_45_54.png

휴직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된 걸까.
요즘은 아침마다 아이 등원시키는 루틴이
마치 오래전부터 내가 해온 일이었나 싶은 자연스러움이다.

장마가 시작되는지 오늘은 비가 억수같이 온다.
아이와 어린이집까지 걸어가는데,
우리 딸은 “오늘도 아빠?” 하는 표정으로 힐끔거리며 신난다.
아빠가 등원시키는 일이 아직은 어색하지만…
어색한 만큼 좋아 보인다.
(이 맛에 휴직한다더니… 아, 그런 건 아니구나.)

아이 맡기고 아내를 지하철역까지 바래다 주고,
집에 와서 대충 정리한 뒤 도서관으로 향했다.

평소에는 전기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오지만,
오늘은 우산 쓰고 한발짝씩 비를 맞으며 걸어왔다.
비 소리 들으며 걷는 맛이 또 묘하게 좋더라.
괜히 감성도 올라오고.
그러다 비가 조금만 더 내리자
바지가 바로 물 샤워를 했다.

괜찮다. 나만 괜찮으면 된다.
다만 축축한 크록스는 용서할 수 없다.

시험일이 가까워질수록
마음 한편에서 “야 빨리 해라” 하는 목소리가 큰 볼륨으로 들린다.

추석 명절 때는 아내와 아이를 처가댁으로 먼저 보내고
나 홀로 스터디 모드 ON 할 계획이다.

출근했으면 어떻게든 긴 연휴를 꿀처럼 쪽쪽 빨아먹었을 텐데,
휴직 중엔…
뭐, 어차피 휴일이 매일이니까?
라고 생각하려 했지만,

명절수당이 안 나온다는 사실은 정말 매운맛이다.

오늘은 왠지 글 쓰면서 음악 듣는 이 시간이 유난히 좋다.
‘1분만 더 듣고 공부 시작해야지’ 했는데
이 글 쓰는 동안 벌써 1분이 증발했다.

그래도 휴직 기간의 목표들을 하나씩 채워 가기 위해
오늘도 결국 나는 책을 펼친다.

비도 오고, 크록스도 축축하고,
시험도 다가오지만—

그래도 나는 계속 가본다.

휴직자의 하루는 그렇게 또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