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커'를 보고

by 박대우

영화 '조커'를 보았다. 토요일 밤 11시에 동네 영화관에서. 그것도 혼자.

집사람과 같이 보자고 했더니 졸리단다. 그리고 집사람은 이런 잔인한 장면이 나오는 부류의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혼자, 아이스커피 한잔 마시며 보았다. (팝콘도 같이 먹을까 하다가 간신히 참았다. 정말 잘한 것 같다. ^^;)


원래 DC코믹스의 만화를 영화로 만든 '배트맨'에서 악당으로 나오는 조커 아닌가?

허상의 도시 고담, 현실에 맞지 않는 캐릭터, 과장된 액션들로 버무린 오락 영화의 조연쯤 되는 역할인 조커는 현실 세계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러나 영화는 그런 조커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를 비극적으로 진지하고 무겁게 그려내고 있다.

영화의 대부분을 이끌어 나가는 조커 역의 배우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실로 놀라웠다. 기쁨과 슬픔, 분노가 순간순간 교차하고 변화하는 분위기를 섬세한 표정 연기로 소름 끼치게 잘 표현하였다. 어떻게 그렇게 잘 연기할 수 있었는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 영화는 일종의 우화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의 어른들을 위한 우화. 매우 어둡고 비장하며 암울한 우화. 영화 전반에 걸쳐 육중한 중압감이 느껴진다.

조커의 태생과 그의 정신적 이상 상태의 변화 과정, 필연적으로 맞이하는 그의 파탄과 파국을 통해 인간의 심층 의식을 건드리고 있다. 조커를 통하여 인간의 내면에 흐르는 절망과 고뇌를 잘 표현해 내고 있는 것이다.

난 이 영화를 보면서 현실 세계에서의 조커는 이 세상을 살아내고 있는 우리 자신이 아닐까라고 생각해 보았다.

조커가 겪는 그 이상한 심리적 괴리 현상의 농도를 100이라 했을 때, 그 농도를 10 정도로 줄이면, 옅은 농도의 조커인 우리 자신을 만나지 않을까 싶다.


현실의 현대 사회가 주는 소외와 고독은 지독한 것이다.

누구에게서도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는 데서 오는 깊은 슬픔. 자신의 내면에 가두어 놓은 분노와 폭력성은 영화 속 조커만의 이야기일까?

우리는 사회생활과 직장 생활, 심지어 가정생활에서조차도 순간순간 이러한 감정들을 억압하고 감추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겉으로는 멀쩡한 듯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영화의 조커처럼 울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실은 조커보다도 더 심하게 일그러져 있는 것은 아닌지?

만화적이고 허구적인 캐릭터를 주제로 하여, 앞뒤가 꽉꽉 들어맞는 탄탄한 스토리로 인간의 고뇌와 슬픔을 멋지게 제대로 표현한 영화를 오랜만에 만나게 되어 정말 좋았다. 뭔가 꽉 찬 느낌으로, 시간과 돈을 들인 것에 대해 후회 없이 영화관을 나오게 되어 참으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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