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린 왕자를 고등학교 1학년 때 읽었었다. 좋은 책이라는 소리를 어디서 듣고 책을 빌려보았다. 그런데 웬걸, 아주 얇은 책이었고 시시한 동화책 같았다. 다 읽는데 채 1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뭐 이래! 별것 아닌데!'. 이런 책이 어떻게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의아해했었다.
그 후 대학교 4학년 때 다시 '어린 왕자'를 읽었다. 그때는 아마도 밤을 새워 읽은 것 같다. 어린 왕자의 문구가 주는 그 하나하나의 의미를 음미해 가며, 눈물까지 흘려가며 읽은 것 같다. 그리고 그 후로도 몇 번을 아주 천천히, 불면 깨질까 무슨 유리 보석처럼 아주아주 아껴가면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이면 내 생활은 빛으로 가득 차게 될 거야. 나는 너의 발자국 소리를 알게 되겠지. 그 발자국 소리는 어떤 발자국 소리와도 다를 거야. 다른 발자국 소리는 나를 땅 밑으로 숨게 만들지. 하지만 너의 발자국 소리는 음악처럼 나를 불러내게 될 거야.
그리고 저기 좀 봐. 밀밭이 보이지? 나는 빵은 먹지 않아. 나에게 밀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밀밭은 내게 아무 느낌도 주지 않아. 그건 슬픈 일이지. 그런데 너는 금빛 머리카락을 가졌잖아. 그러니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그건 아주 멋진 일이 될 거야. 나는 금빛으로 물결치는 밀밭을 보면 너를 생각하게 될 거야. 그러면 나는 밀밭을 스쳐 가는 바람 소리를 좋아하게 될 거야!"
'어린 왕자'를 읽어본 분이라면 모두 알고 계실 밀밭에서의 어린 왕자와 여우의 대화이다.
'누군가를 길들이게 되고 사랑하게 된다면, 그의 머리카락을 닮은 밀밭의 바람까지 사랑하게 될 거야!'라고 여우는 말하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어린 왕자는 자신의 별에 두고 왔던 장미를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과 관계없는 수천만 송이의 아름다운 장미들이 주는 허망함의 의미를 깨닫는다. 불만투성이의 장미였지만, 자기가 물을 주었고 벌레를 잡아주었던 별에 남겨두고 온 못난 장미가 주는 사랑의 의미를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다시 여우를 찾아갔을 때 여우는 말한다. "본질은 눈에 보이지 않아!", "너의 장미가 그토록 소중한 이유는 네가 장미를 위해 들인 시간 들 때문인 거야! ".
그리고 마침내 말한다. "사람들은 그 진실을 쉽게 잊을지라도, 너만은 그래선 안 돼! 자신이 길들인 것에 대해서는 영원한 책임이 따르는 거란다. 그러니 너는 네 장미를 책임져 주어야 하는 거야!"라고.
어린 왕자 전편에 흐르는 아름다운 문구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너무나 아름다운 문구이다.
사랑을 할 때 읽으면 가슴이 뭉클뭉클 북 치듯 요동칠 것이며, 실연을 당한 사람이 읽으면 눈물이 뚝뚝 떨어질 그런 문구들이다. 혹시 이혼이나 별거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 문구들을 10번만 되뇌어 읽어볼 것을 권한다.
어떻게 이렇게 아름답게 글을 쓸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사랑이란 바로 여우가 말한 바로 그것, 그대로이다. 더 말하면 사족에 불과할 뿐이다.
내가 길들인 사람들. 내가 책임지고 물도 더 주고, 벌레도 더 열심히 잡아줄 일이다. 다만 그렇게만 하면 될 일이다.
오늘은 집 안 청소나 더 열심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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