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을 모든 개성을 위해
저는 구불구불한 곳이 좋아요.
나다움은 무엇일까. 사람들이 찾는 공간은 어디일까.
누구나 저마다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개성 속에서도 특유의 감성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공간들이 존재한다.
사랑과 평화로 사람들을 이끄는 공간,
관광객 뿐 아니라 전주 로컬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있는 카페 평화와평화 사장 강평화 씨를 만났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곧 개업 7년 차를 앞둔 카페 평화와평화 사장이자, 전주라는 도시에서 해보고 싶은 것들을 하는 강평화라고 합니다.
Q. 평화와평화(이하 평평)의 컨셉은 무엇인가요?
컨셉이랄 것이 딱히 없었어요. 수영할 줄 모르는 데 물에 빠진 느낌. 무언가 떠있어 잡아보니 그걸 계속하게 된 느낌이죠. 그런 희미한 흐름이 고착되어 지금의 평평이 되었어요.
평평은 타이포그래피를 기반으로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대체로 가벼운 드로잉은 제가 직접 하고 있는데, 거의 그림판 그림 수준이에요. 한글과 영어 문구로 굿즈를 제작하고 있고, 동어 반복을 하지 않는 규칙을 따르고 있어요. 예를 들어 ‘모두에게 열려있음'의 의미를 약간 바꿔 ‘Peace is everywhere’로 번역한 것처럼요. 처음에는 발주할 때 오역이 난 거였는데, 그런 실수가 지금의 평평을 완성시킨 것 같네요.
Q. 한옥마을에서 거리가 있는 조용한 곳에 위치한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다 중퇴했는데요. 사회복지를 포괄하는 개념 중에 도시계획이 있어요. 도로의 끝을 실선으로 할지, 점선으로 할지가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해요. 점선이면 주차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지름길이 있으면 도시계획으로 수립된 땅이 아니라고 볼 수 있어요.
평평이 있는 곳은 한옥마을도 아니고요. 시내라고 불리는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도 아니에요. 엄밀히 말하면 ‘상권이 아닌’ 상권에 위치해 있죠. 저희가 들어갈 때만 해도 아무것도 없었어요. 저는 개발되지 않은 이 장소에 온종일 살았었어요. 골목골목 사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지름길, 경쟁이 없고 나와의 싸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이곳이 좋았던 것 같아요. 계획에 갇히지 않아 정제되어 있지 않은 구불구불함을 좋아했어요.
Q. 전주에서 안정적인 자영업을 하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네이버 광고, 스마트 플레이스.. 수치화할 수 있는 레시피들은 확실히 돈을 태우는 만큼 매출이 나오죠.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의 속도를 잃지 않는 것’ 같아요. 저희는 동종업계의 일반적인 마케팅 방안에서 살짝 벗어나 운영 매뉴얼을 수시로 고쳐 나갔어요.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피며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가게를 어떻게 알릴 건지는 모두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는 셈이죠.
Q. 그렇다면 획기적인 사업을 구상하는 기획력은 어디서 나오는 건가요?
저희 사업은 자기복제예요. 저는 자기복제라는 단어가 부끄럽지 않아요. 나한테 복제할 게 존재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들이 있다는 말이잖아요. 두 번째 매장인 <산책종점>은 송천동, 전주 북단 끝에 있어요. 끝에 있는 그곳에 사람들이 왜 올까. 그런데 오게 만들고 싶었어요. 자전거를 타고, 러닝을 하며, 강아지랑 걸어오는 산책의 끝이면 좋겠다는 일상 속 자연스러운 생각의 흐름이 사업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Q. 전주에서 자영업이 부흥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자영업자끼리 모이면 우리가 어떻게 될까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잘 안 하려고 해요. 이렇게 했다면 이렇게 됐을 텐데, 정부가 이랬다면.. 이런 하소연을 안 하려고 하죠. 그런 건 우리한테 도움이 안 돼요. 오히려 건강한 활동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러닝, 자전거 타기, 요즘은 수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아침 7시에 수영 한 시간, 저녁 7시에 한 시간. 자영업자들 스스로가 자신의 삶의 패턴을 찾아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저의 삶을 믿는 방식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확산하는 거예요. 안 될지라도 안 되는 이야기는 하지 않고, 어디로 좋아지고 있는지를 찾아내는 대화를 많이 하자는 거죠. 당장 한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좋아질지는 확신이 안 드는 그런 것들을 많이 시도하고 있습니다. 오늘 장사가 안돼도, 불안에 갇히지 맙시다.
Q. 전주라는 도시는 어떤 파트너인가요?
20대 시절에 일상에 변화를 주고자 무전여행을 떠난 적이 있어요. 그러다가 좋은 선배를 만났어요. 대구에 사는 분이었죠.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자신은 대구를 엄청 사랑한대요. 한강 이남 최고의 도시라고 말하는 거예요. 적잖이 충격이었죠. 저는 전주를 한 번도 사랑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전주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어요. 내가 전주를 사랑해야겠다. 자신의 공간을 사랑하는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인 것 같기도 해요.
Q. 그렇다면 사랑하지 않는 것을 사랑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한 번 정도는 사랑스러운 눈으로 보려고 노력을 해보세요. 노력해서 할 수 있는 사랑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가 자신과 맞지 않다 싶으면 인정하고 존중하며 깔끔하게 포기해 주세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을 사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Q. 나다운 개성을 추구하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저는 카페 멤버들과 나다운 걸 찾자고 말을 많이 해요. 요즘 어떤지, 이건 어떤지… 이런 질문들을 자주 던져요. 저는 집이 개판이 되는 것, 그것도 나다운 거라고 생각해요. 에너지를 써서 정리하게 되면 그것도 어쩌면 나다운 과정에 있는 거죠. 맥도날드나 스타벅스 같은 곳엔 서비스업 사투리라고 해야 할까요? 인사말에 특유의 말투가 있어요. 저는 이런 당연히 여겨지는 것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해요. 매장에서 처음으로 제가 인사를 교정하지 않은 친구가 있어요. 여성분이었는데, 인사할 때 차렷하고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하더라고요. 근데 저는 그게 진짜 그 친구답다고 느꼈어요. 그 개성을 고치고 싶지 않더라고요. 나다운 사람이 되는 것은 나다움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신가요?
매일, 매주, 매월 바뀌는 것 같아요. 지금은 쉽게 따라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험담하지 않고, 쓰레기 잘 버리고, 제때 자서 일찍 일어나는 것. 가장 기본적인 것이 가장 어렵잖아요. 건전한 40대가 될 수 있도록 30대를 부단히 노력하는 강평화가 되고 싶습니다.
사업적으로는, 평화와평화 그 자체가 사람들에게 평화로 인식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카페라는 단어 뒤에 식물도 팔아보고 싶고, 요리도 해보고 싶고, 뭐 수영도 넣을 수 있지 않을까요? 결국에는 저희 가게도 문을 닫겠죠. 그때 웃으면서 퇴장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개성은 사랑받을 권리가 있다.
다양한 개성이 모여 문화를 형성한다. 생각지 못한 생활 방식이 유행하기도 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한 일상이 트렌드로 자리 잡기도 한다. 나다움이란, 변화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 그대로를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글·사진: <local.kit in 전북> 생활팀 변정인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