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키트 in 신촌 : 과거
신촌의 한편, 한 때 젊은 영혼들이 모여 음악에 몸을 맡기던 추억 어린 공간들이 있다. 라이브 클럽이다. 대학가의 활기가 흘러넘치던 시절 그곳은 음악과 이야기가 서로 어우러지는 작은 성지였다. 들국화, 부활, 송골매와 같은 밴드들이 불러일으킨 진한 선율과 자유로운 영혼은 당시 신촌의 골목마다 깊은 흔적을 남겼다.
비록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여 그 빛이 흐릿해졌을지라도, 누군가에게 신촌의 옛 라이브 클럽은 여전히 잊을 수 없는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아 있다. 그 한 페이지를 들여다보기 위해 ‘신촌 그림라이브 하우스’에 찾았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그림라이브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이동명입니다.
Q. 언제부터 그림라이브 하우스를 운영하셨나요?
라이브 클럽을 직접 운영한 지는 약 5년 정도 되었고, 이 공간 자체는 과거 프리버드 라이브 홀을 이어받아 30년을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어요. 저도 90년대부터 밴드 활동을 하며 이곳에서 많은 공연을 경험했고, 라이브 홀만의 분위기를 잘 살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직접 운영을 맡게 되었죠.
이동명 대표는 라이브 클럽을 운영하는 동시에 직접 밴드 활동도 이어가고 있었다. 그는 단순히 공연장을 운영하는 사람이 아니라, 90년대부터 신촌의 음악 문화를 몸소 경험하고 지켜온 산증인이었다. 이를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필자는 이동명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의 생생한 감각을 느껴보고자 했다.
Q. 예전에는 라이브 클럽이 대중음악의 중심지였는데, 그 시절과 현재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큰 변화는 라이브 클럽 공연의 대중성이에요. 90년대만 해도 부활, 신촌 블루스, 자우림 등 많은 인기 밴드가 공연을 했었고 그에 맞춰 클럽들도 기획 공연을 열었어요. 매일 신촌 또는 홍대로 와서 원하는 공연을 볼 수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밴드들도 더 이상 라이브 클럽에서 공연을 진행하지 않고, 그에 따라 관객도 확실히 줄었어요.
Q. 예전 라이브 클럽의 인기 시절을 회상할 어떤 것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구체적인 하나의 사건이 기억난다기보다는 그 시절의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밴드 활동을 하며 공연하고, 공연이 끝나면 클럽 사장님, 같이 밴드 활동하는 친구들, 다른 밴드들이랑 어울려서 이야기 하고 술도 마시면서 친목을 쌓는 그 분위기가 기억에 남아요. 요즘 연예인들이 행사 다니는 것처럼 이쪽 클럽 가서 공연했다가 다시 저쪽 클럽 가서 공연하고 그랬어요. 그때 다른 밴드들이랑 인사하면서 “다음 공연은 어디 몇 시야?“ 하는 그 당시 기억들이 모두 추억이죠. 저한테는.
신촌뿐만 아니라 어느 장소든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곳에는 반드시 흥망성쇠가 있기 마련이다. 과거에는 찬란했던 음악의 성지였던 신촌도 세월의 흐름 속에서 점차 빛이 바랬다. 필자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시대에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 밴드와 라이브클럽 운영자들이 가지는 고민이 무엇일까 의문이 들었다.
Q. 현재 밴드를 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관객 동원이 힘들어 재정 문제가 가장 크죠. 예전에는 인기 있는 밴드들도 많았고 그 밴드들이 지금의 콘서트처럼 라이브 클럽에서의 공연을 1순위로 뒀기 때문에 관객이 많이 왔어요. 하지만 IMF, 국제 금융 위기 등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힘들던 시기를 지나오며 밴드들의 인기와 관객 수도 많이 줄었어요. 월드컵 이후로는 쇠퇴기를 걸었고요. 영화 티켓값이 2만 원 하는 시대에 밴드들이 그보다 싸게 받으며 공연을 하면 임대료, 장비 대여비, 인건비 때문에 결국 적자에요. MZ세대들에게 2만 원 주고 라이브 클럽에서 밴드 공연볼래?‘하면 솔직히 안보잖아요. 저한테 물어봐도 고민할 것 같아요.
Q. 현재 라이브 클럽을 운영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제가 밴드를 시작했던 90년대만 해도 열정으로만 밴드를 하니까 무대만 세워줘도 너무 행복했어요. 하지만 요즘은 현실적으로 밴드들이 개런티를 받아야 하고, 그 개런티는 티켓 판매로 충당해야 하는데, 악순환의 연속이죠. 결국 이러한 밴드들의 어려움이 라이브 클럽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지고요. 저도 한두 번은 임대료 없이 인디밴드들에 기획 공연을 열어줄 수 있는데, 그걸 매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요. 그렇다고 임대료를 소정의 낮추기도 쉽지 않고요. 결국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들이 상충해서 예전처럼 운영하기에는 아주 힘들어요.
Q. 개인적으로 예전처럼 라이브 클럽이 다시 흥행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어려운 질문이에요. 예전과 같은 흥행을 위해서는 정부 지원 사업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도 밴드나 라이브클럽 관련된 정부 지원 사업을 알아보고 신청하려고 해도 찾기도 힘들고, 선정되더라도 예산 금액이 많지는 않아요. 이와 관련해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
Q. 마지막으로 라이브 클럽에서 활동하는 밴드들에 해주고 싶은 조언은 무엇인가요?
저도 밴드를 같이 하는 입장에서 즐겁게, 재밌게 음악에 대한 열정을 잃지 말고, 계속했으면 좋겠어요. 예전처럼 밴드에 대한 인기나 라이브 클럽이 인기를 다시 인기를 얻기 어렵겠지만, 저 역시 이렇게 밴드도 하고 라이브 클럽을 운영하면서 계속 이어가잖아요. 음악을 하고 싶다면 포기하지 말고, 계속하셨으면 좋겠어요. 응원합니다 모두.
신촌 그림 라이브 하우스를 운영하는 이동명 대표는, 자신이 오랜 세월 밴드 활동을 하며 경험한 그 열정과 감동을 젊은 음악가들에게 돌려주고자 한다. 그는 자신이 속한 밴드의 이름을 라이브 클럽 명칭에 새겨, 단순한 공연장이 아닌 인디 밴드들에 많은 기회의 장을 마련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동명 대표와 같이, 신촌의 밤을 수놓던 선율과 열정을 여전히 기억 속에 새겨 놓은 사람이 많다. 그 무대 위에서 울려 퍼졌던 노래들은 청춘의 자유를 나타냈고, 관객들은 함께 숨을 쉬며 그 순간을 공유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며 라이브 클럽 문화는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갔다. 음악을 향한 갈망은 여전하지만, 디지털 시대 속에서 라이브 음악의 가치가 희미해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촌을 무대로 새로운 음악을 꿈꾸는 이들이 있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그리고 새로운 세대를 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있는 한, 신촌의 음악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다시, 그 뜨겁던 밤처럼 신촌의 골목이 음악으로 가득 차는 날이 다시 오길 기대해 본다.
글·사진: <local.kit> 김현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