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키트 in 신촌 : 현재와 미래
과거 신촌은 청춘의 상징이었다. 연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서강대학교, 더 넓게는 홍익대학교까지 대학생들이 필연적으로 지나칠 수밖에 없는 곳에 있어 젊음과 문화의 중심지로서 활기를 띠었기 때문이다.
현재 홍대, 연남동, 합정과 같은 인접 지역들이 대체제로 부상하며, 신촌의 모습은 예전의 위용을 찾아볼 수 없다. 중심 거리라 할 수 있는 연세로 일대를 걷다 보면 볼 수 있는 빈 점포가 한둘이 아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상권별 소규모 상가 공실률’을 살펴보면 신촌/이대 상권의 공실률이 9.5%이다. 2.8%인 영등포 신촌 지역, 서울의 4.9%, 전국 평균인 6.5%를 크게 상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직접 신촌 거리를 걷더라도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사실이다. 하나의 거리를 쭉 걷다 보면 적어도 한 개 이상의 빈 점포를 마주한다. 통계가 말하고 있지 않은가. 10개의 점포 중 하나는 반드시 비어 있다.
차량 통행 허용, 상권 활성화를 위한 실험
서울 최초의 ‘차 없는 거리’였던 신촌 연세로는 2025년 1월 1일부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을 해제하고 택시와 승용차 등 모든 차량이 통행하게 하였다. 신촌 상권 쇠퇴의 원인으로 지목되어 신촌 상인, 지역 주민들, 서대문구의 요청이 잇따른 데에 관한 결과이다.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는 2014년부터 시행됐지만 민원이 계속 제기돼 오면서 2023년 1월 20일부터 9월 30일까지 시범 해제된 바 있다. 해당 기간에는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이전보다 연세로 전체 매출액이 22%p 상승하였음이 입증되었다. 또한, 2023년 10월부터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재시행하자 매출액이 6.1%p 감소하며 일반차량 통행 시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검증했다. 2025년에 다시 시행되는 이 정책이 어떠한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한편으로는, 필자가 평일 09시, 14시, 17시 등 며칠간 여러 시점에 걸쳐 관찰한 결과, 유의미한 통행량 증가는 보이지 않았다. 차량 통행 허용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신촌 상권 매출에 대한 추후 판단으로 해소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신촌의 변화, 첫 단추 끼우기
신촌이 나아갈 미래를 살피기 위해서는 현재 공실률이 낮은 지역의 성공 요인을 분석해 보면 되지 않을까. 요즘 서울에서 가장 유행에 앞서있다고 손꼽히는 곳. 성동구의 성수동은 공장과 지식산업센터라는 과거를 품고 고층 사무실을 향해가고 있다.
고가도로 옆은 어두운 분위기나 유발되는 소음으로 인하여 일반적인 기업들의 선택지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성수역 인근의 기업들은 저렴한 임대료를 선택하여 고가도로 옆에 자리 잡았다. (최아름, [PART 2] 성수동 1.6㎞를 걷다 ②성수역 : 변화 밀려오는 거리서 잊히는 과거)
신촌으로 돌아가 보자. 2013년 12월, 신촌의 옛 문화를 살려 보려는 취지로 조성한 ‘문학의 거리’ 사업과 같은 노력은 이미 이행되었다. 새로운 사업에 세금을 투입해 신촌 거리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현재 상황에서 변화시킬 수 있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 "이 자리에 월세 3,000만 원 말이 됩니까"…대기업도 짐 쌌다 [현장+] (한국경제, 이송렬)과 같은 헤드라인만 보더라도 성수동의 상황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한 신촌의 높은 임대료는 문제를 해결하는 첫 번째 열쇠가 될 수 있다.
성수하면 떠오르는 것이 팝업스토어이다. 2024년 진행된 팝업스토어 1,431개의 28.53%가 성동구에서 열렸다. (스위트스팟, 2024년 팝업스토어 트렌드 리뷰) 해당 트렌드 리뷰의 표현을 빌리자면 성수는 “2년째 ‘팝업 성지’ 타이틀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덕분에 같은 자리에 끊임없이 다른 팝업스토어가 나타나며, 공실이더라도 금세 다시 채워진다. 지나갈 때마다 비어 있는 신촌의 상가들과는 딴판이다.
임대료를 낮출 수 없다면, 성수처럼 팝업으로 일부 비어 있는 상가들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신촌 현대백화점 유플렉스 지하 2층에 있는 득템샵은 이미 ‘IP 캐릭터 팝업스토어의 성지’로 불리며 (스위트스팟, 팝업스토어 하기 좋은 공간에는 ‘이것’이 공통적으로 있다?! #신촌편), 인기 캐릭터의 경우에는 사람들이 굿즈 구매를 위해 긴 줄을 서 있다.
득템샵만큼 지하철 입구에서 바로 연결된 것은 아니지만, 연세로를 비롯한 신촌 일대는 역세권이며 대학가이기에 유동 인구도 많은 편이다. 다시 말해, 팝업스토어 하기 좋은 공간이 갖춰야 할 모든 기본적인 조건들을 갖춘 셈이다. 신촌 일대의 심각한 공실률을 메우기 위한 또 하나의 키가 팝업스토어의 적극적인 유치가 될 수도 있다.
지속 가능한 변화, 필요한 조건
앞서 연남동, 합정 및 홍대 등이 이미 강력한 브랜드로 자리 잡은 상황을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신촌은 어떤 차별화된 매력을 제공할 수 있을까?
신촌이 여타 지역과의 다르게 가지고 있는 차별점은 단연코 대학가라는 점이다. 송도에 위치한 연세대학교 국제 캠퍼스의 개교로 약 3,000명에서 4,000여 명 정도가 국제 캠퍼스로 이동하였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여러 개의 대학 재학생, 외국인 유학생, 석박사 생, 교직원을 합하면 매우 많은 유동 인구를 가지고 있는 상권이다. 2023년 제1회를 시작으로 연세로의 스타 광장에서 서대문구와 대학생 중앙기획단이 함께 준비하여 여는 ‘신촌 글로벌 대학 문화 축제’처럼 신촌의 특성을 살릴 필요성이 존재한다.
대학가라는 특징이 신촌의 변하지 않은 특징이라면, 대중교통 지구 해제라는 변화와 함께 생각해 볼만한 문제 중 하나는 보행자 친화적인 환경이다. 많지는 않지만, 버스와 더불어 여타 교통수단의 통행이 생기면서 보행자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서대문구는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을 해제하며 교통안전 시설을 강화하고, 교통 소통 관리, 보행 친화 정책 시행 등을 통해 보완해 나간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가 발생하고 조처를 하기보다는 선제적인 움직임을 통해 높은 통행량과 보행자 안전을 함께 가져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신촌이 선택할 미래
대학들이 전부 캠퍼스 이전이라는 선택을 하지 않는 이상 많은 대학이 모여 있는 신촌의 고유한 특성과 유동 인구는 유지될 것이다. 이제는 신촌의 선택에 달렸다. 젊은 층이 많이 지나가고 거쳐 가는 공간인 만큼, 그 인구를 붙잡을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선택은 근본적인 신촌의 정체성을 변화시킬 필요가 없다. 원래 이 지역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살리고, 문제점들은 천천히 개선해 나가면 된다.
비어 있는 공간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새로운 점포들로 채울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과거에는 젊음의 거리로 불렸고 현재는 높은 공실률로 몸살을 앓는 이곳이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글·사진: <local.kit in 신촌> 이민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