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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커퍼, 이야기가 깃든 향취를 음미하다

강릉의 커피 문화를 선도하는 ‘커피커퍼’ 최금정 대표의 이야기

by 로컬키트 localkit

잔 가운데서 찰랑이는 새까만 것을 입안에 머금어 본다. 살짝 식어 밋밋한 첫인사부터 차차 풍부해지는 질감에 톡 쏘는 뒷맛까지. 갖은 향미가 혀끝을 스치고는 이내 깊숙한 곳으로 흘러 들어간다. 모처럼의 여유에 한껏 몸을 젖히니 푹신한 의자가 삐걱거린다. 창문 사이로 기웃대던 바람은 어쩐지 장난스런 기색이다. 미끄러지듯 불어온 그가 방 안에 감돌던 향내를 이리저리 실어 나르니 다시금 짙어오는 쌉싸름함이 문득 낯익다. 바다 냄새던가. 기억을 되짚다 스르르 감기는 눈꺼풀 못 이겨 옅은 잠에 드는 한낮이다.



# Coffee - Cupp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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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맛이 별다를 게 없다고 여기는 건 큰 오산이다. 원두의 품종과 로스팅 방식, 추출 방법이나 물의 미네랄 농도같이 다양한 요소가 커피의 향미를 좌우한다. 물론 그 미묘한 차이를 가려내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섬세한 감각을 기울여 커피를 음미하는 사람들이 있다. 커피 커퍼(Cupper). 커피의 맛과 향을 분석하는 전문 감별사를 이른다.


커피의 고유한 특색을 알아보려 늘 신중하게 시음하는 커퍼. 그들이 말하는 ‘좋은 커피’는 단순히 맛이 좋은 음료 정도로 일축할 수 없다. 중요한 건 균형 잡힌 조화다. 산뜻한 산미와 풍부한 질감 그리고 깔끔한 뒷맛. 세밀한 차이로 훌륭한 인상을 남기며, 유일무이한 향미를 제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는 커피만이 ‘스페셜티’라는 영광의 칭호를 받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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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고장인 강릉에는 마치 스페셜티 커피처럼 대체할 수 없는 개성을 지닌 장소가 있다. 이름하여 ‘커피커퍼(CoffeeCupper)’– 커피 도시 강릉의 초석이 된 공간으로 널리 알려진 카페 브랜드다. 경포호 근처에 하나, 안목해변 바닷가에 둘, 그리고 대관령 왕산골 숲속에 하나. 그중 경포호에 있는 강릉본점에서는 커피와 관련된 유물들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 박물관도 구경할 수 있다.


이곳에 스며 있는 이야기를 음미하려 ‘커피커퍼 박물관’을 찾았다. 안으로 들어서자 과연 예사롭지 않은 장관이 펼쳐졌다.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에 각양각색의 커피 유물, 세월의 흔적이 깃든 로스터와 그라인더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멋들어진 조명 아래로는 향긋한 커피를 담아내기 제격인 잔과 접시가 나란히 줄지어 있었다. 휘황찬란한 광경에 감탄을 금치 못하던 순간, 마침 방문객들을 맞이하던 최금정 대표를 만나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 커피 신드롬(Syndrome), 강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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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국내에 그 흔한 스타벅스 점포도 하나 없던 시절. 최 대표가 일찍이 사업 실패의 고배를 마시고 비로소 기회의 땅 강릉에 자리 잡은 해였다. 시선을 끈 장소는 안목해변 근처에 쭉 뻗어 있는 거리였다. 지금은 어엿한 카페거리가 되었지만, 당시에는 조용하다 못해 황량하기까지 했던 어촌 마을에 닻을 내리기로 결심한 것이다. 눈여겨볼 만했던 점은 거리에 커피 자판기가 유난히 많은 것뿐이었다.


구식 다방에서 카페로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나던 시기에 안목해변 최초의 커피 전문점을 만들겠다는 열망이 그녀를 움직이게 했다. 2년간 프랜차이즈 카페 가맹점을 운영하다 성장의 한계를 느끼고 2001년에 커피커퍼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내기까지, 그 발걸음은 곧고 흔들림이 없었다.

그저 좋은 원두를 써서 좋은 맛과 향을 내려는 일념이었다. 어두컴컴한 지하 다방이 대세였던 시절에 아름다운 바다와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통유리에 볕이 드는 카페를 만들었을 뿐이다.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았던 곳에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불모지였던 해변 거리가 카페로 가득 차기까지 채 5년도 걸리지 않았다.


최 대표는 마음이 이끄는 대로 나아갔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카페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그녀는 여전히 ‘안목해변 최초’라는 위상에 안주하지 않고 차별화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거듭하고 있었다.



# 마음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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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하고 싶은 일들을 자유롭게 펼쳐 보는 걸 꿈꿨어요.

여전히 저는 이곳 강릉이 제 놀이터라고 생각해요.”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삶. 커피커퍼와 함께 걸어온 길의 흔적으로부터 그녀의 굳건하고 진취적인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늘 독창적인 시도를 이어가려 했던 그녀는 안목해변 1호점을 건립하기 한해 전인 2000년, 대관령 왕산골에 국내 최초의 커피 농장과 커피 박물관을 만들었다.


대관령은 평균 기온이 낮아 커피를 재배하기에는 극한의 조건이었다. 그러나 최 대표는 확신을 가지고 뛰어들었다. 대형 온실을 짓고 오랜 기간 커피나무를 가꾼 결과, 국내에서 고품질의 원두를 생산하려는 최초의 도전에 성공할 수 있었다.


수집하는 취미가 있는 남편과는 함께 커피와 관련된 유물을 모으기 시작했다. 세계에 흩어져 있는 유물들을 한 장소에서 만나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을 창조하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강릉커피박물관’에는 전시관 외에도 로스팅 체험관과 교육관을 마련하여 방문객들이 커피 문화를 더욱 깊이 향유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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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2017년에 건립된 ‘커피커퍼 박물관’은 평창 동계올림픽 시기 외국인에게 강릉 커피 문화를 홍보하기 위해 경포호에 자리 잡았다. 현재 두 박물관은 모두 별도의 입장료 없이 음료 한 잔만 주문하면 관람할 수 있다. 더 많은 이들이 전 세계의 희귀한 커피 유물들을 한자리에서 구경할 수 있도록 하려는 최 대표의 담대한 뜻이었다.


문화의 발전에 있어 거점 공간의 존재는 두말할 필요 없이 중요하다. 커피커퍼라는 유일무이한 거점, 그리고 그것이 자유롭게 누벼 온 족적은 어느 해변 마을에 커피 문화의 범람을 일으키며 강릉을 세계와 연결하는 초석이 된다.



# 이야기와 추억, 그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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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는 여느 곳보다도 현실과 맞닿아 생동감이 넘치는, ‘살아 있는’ 박물관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유리 벽이나 캐비닛의 활용을 최소화해 관람객과의 거리를 좁히고, 로스팅 체험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그들이 커피의 역사와 문화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서게 했다. 무료 개관으로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도 그 노력의 일환이었으나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녀는 많은 사람들이 물질적인 가치를 넘어, 박물관에 깃든 이야기의 진가를 알아보고 함께 공감하기를 바란다며 진지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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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커퍼의 여러 공간을 통해 전하고 싶은 의미가 무엇인지도 물었다. 커피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곳인 만큼, 인문학적이고 예술적인 풍요로움을 선사하려 했다고. 동시에 홀로 조용히 커피를 마셔도 외롭지 않은, 포근한 친구 같은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값어치를 논할 수 없는 경험을 전달하는 데 몰입했다. 커피커퍼가 강조하는 직원의 소양은 뛰어난 실력보다도 따뜻하고 선한 성품이다. 잠시 머무르는 손님도 좋은 기억을 가져가도록 친절히 응대하는 것. 커피커퍼와 함께하는 순간이 마치 어릴 적 추억처럼 잊히지 않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기를 바라는 소망이었다.


늘 같은 마음가짐으로 대체할 수 없는 가치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지는 한편, 빠르게 변하는 유행을 좇으며 개성을 잃어 가는 강릉의 커피 문화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표하는 그녀였다.



# 고집스럽지만, 열려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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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우리만이라도 지켜내고 싶다는 마음이에요.

어찌 보면, 고집불통이죠.”



한때는 신드롬이라 불렸던 커피 문화도 급격한 획일화를 비껴가지 못했다. 똑같은 메뉴, 똑같은 공간, 똑같은 마케팅. 한순간의 상업성만을 노리고 인위적으로 복제한 것들은 유행이 변하는 즉시 빠르게 소멸할 수밖에 없다.


최 대표는 커피커퍼가 20년이 넘도록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자리를 지켜올 수 있었던 이유는 고집스러우면서도 열린 마음으로 사업을 이어온 덕분이라고 했다. 이야기와 추억을 중시하는 커피커퍼의 철학은 견고히 유지하되, 늘 긍정적인 태도로 새로운 도전을 거듭하는 자세가 성공의 비결이었다. 국내 최초의 커피 농장과 박물관을 만들고 발전시킨 것은 물론, 대중적인 체험형 콘텐츠를 개발하거나 커피를 활용한 천연 화장품을 만드는 등 독창적인 사업으로의 확장은 브랜드에 큰 힘을 실어 주었다.


그녀는 혼자서는 결코 이러한 성과를 거둘 수 없었을 것이라며 주변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용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로 다른 장점이 있는 이들이 함께 생각을 나누며 만들어내는 힘은 무엇보다도 강하다. 각자의 울타리 너머로 연결되어 배우고 가르치는 관계로부터 우리는 비로소 성장한다. 커피커퍼가 그런 인연이 스며 있는 따뜻한 사랑방이 되기를 바라면서, 열린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노력하는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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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 도시, 강릉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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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이란 도시를 만난 건 제게 가장 큰 행운이에요.”



최 대표가 강릉에 정착한 지도 어언 30년이 흘렀다. 이제는 강릉이 꼭 고향 같다며 남다른 애정을 표한 그녀는 여전히 커피를 문화로 정립하기 위해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20년에 제12회 강릉커피축제의 공동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한 데 이어, 2025년에는 제1회 세계커피축제의 조직 위원장이 되어 강릉 커피 문화를 세계에 선보이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수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일구어낸 ‘커피 도시’의 감각적인 이미지는 강릉을 대표적인 문화 관광지로 거듭나게 했다. 최 대표는 정주 인구가 적은 강릉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먼저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속적인 홍보 효과를 위해 연 1회가 아닌 사계절 내내 열리는 커피 축제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즐길 거리로 가득 채운 제1회 세계커피축제는 그 원대한 목표를 향한 성공적인 첫걸음이었으리라.

*제1회 세계커피축제는 인터뷰 이후인 2025년 5월 2일부터 5월 6일까지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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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인 해안 거리와 도심의 양극화는 강릉이 해결해야 할 또 다른 문제다. 대책이 있는지 묻자, 그녀는 모두가 자신만의 개성적인 콘텐츠를 가져야 한다고 답했다. 커피커퍼의 이색 박물관이나 체험 시설 같은 것들 말이다. 더구나 관광 중심지가 아닌 시내의 카페라면, 오직 그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마련해 찾아갈 이유를 만들고 널리 알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공간이 지닌 ‘이야기’의 힘이기 때문이다.


대화 막바지에 그녀는 강릉이라는 도시를 만난 것이 다시 없을 행운이라고 덧붙였다. 운명 같은 공간에서 마주한 장면들이, 커피커퍼가 차분히 써 내려갈 이야기에 깊은 향취를 더해 가기를 바라며 인사를 나눴다.




파도를 굽어보며 마신 커피 한 모금에 너른 바다의 향기가 스며들었다.

이 순간은 돌아오지 않을지언정,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으리라.


이윽고 빈 잔에는 여전히 온기가 감돈다. 그 안에 서린 추억을 찬찬히 곱씹어 본다.

마치 이야기가 깃든 향취를 음미하는, 커피커퍼처럼.



글: <local.kit> 김서정 에디터

사진: <local.kit> 김서정, 오지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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