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죽음
딱 한 달이 됐다.
지난 5월은 너무 슬픈 날의 연속이었다.
외할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셨고 나는 부산으로 내려가 4일을 보냈다.
보쌈과 육개장을 다시는 안 먹고 싶다며 질려 한 것도 기억난다.
살면서 가장 많이 울었던 날이었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내가 젤 예쁘다며,
효녀라며 예뻐해 주시던 외할아버지가
이제는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한다니 참 이상하다.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
외가쪽의 사촌오빠가 결혼을 했고
오빠는 일부러 결혼을 앞당겼다.
할아버지는 결혼을 보고 가시려고 아픔을 참으셨을 수도 있겠다.
"4월 한 달이 왜 이렇게 길냐~"
나는 생애 첫 직장의 첫 월급을 받은 기념으로
외할아버지에게 용돈과 손편지를 드렸다.
사실 손편지 쓰면서 KTX 타고 내려가고 있었는데
눈물 한방울 흘렸었다.
괜히 막 뭉클하고 그랬던 것 같다.
아니면 그때부터 알았던걸까?
할아버지가 몸이 안 좋다는건 알고 있었으니까.
할아버지한테 편지를 전달드렸지만 할아버지는 읽지 못하셨다.
글씨가 너무 작다나 뭐라나
나보고 읽어보시란다.
가족들 다 삥 둘러 앉은 거실에서
편지 한 문장 읽자마자
엄마랑 나랑 외할아버지랑 다같이 울었다.
편지를 더 읽다가는 오열할 것 같아서 (나도 엄마도 할아버지도)
접었다.
그나저나 내 편지 내용은 다 읽고 가신걸까?
내가 너무 글을 작게 썼나보다..
어쨌든
나는 많이 컸고
그동안 할아버지는 많이 약해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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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내용 일부-
저 수경이에요!
할아버지가 사주신 노트북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이렇게 취직을 하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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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날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나만 남았을 때,
나는 그때 죽고 싶다. ?
사실 안 죽고 싶다.
왜 죽음이란 게 있는지 모르겠다.
회사 게시판에는 하루에도 몇 건의 경조사 알림이 울린다.
장례식장에는 마치 웨이팅 하듯 고인의 화장할 순서를 기다린다.
그런 와중에 화장터의 음식점은 붐빈다.
그 날 점심도 울다가 식당에서 육개장을 먹었다.
당일 날 출근했다가
팀장님이 얼른 부산 내려가라고 해서
바로 나왔다.
택시도 태워주셨고
미숫가루도 사주셨다.
많이 힘들거라며
도착하니까 나보다 빨리 와있는
회사 화환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