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의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컴퓨터 앞에 앉아 “한식 메뉴로 4인분의 저녁 재료를 준비해 줘”라고 입력하면 장바구니가 채워진다. “한국의 머신비전 주요회사 5곳을 분석해 발표용 슬라이드를 만들어 줘”라고 말하면 보고서와 자료가 생성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영화 속 장면 같던 일이 이제 현실이 됐다. 이번에 공개된 OpenAI의 ‘ChatGPT 에이전트’ 덕분이다.
실리콘밸리의 개발자들은 오래 전부터 꿈을 꿨다. AI가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것을 넘어, 클릭하고 자료를 찾고 계획을 세우고 행동까지 대신하는 ‘에이전트’가 되는 날을. 여러 회사들이 도전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기술적 한계와 안전 문제는 그들을 번번이 좌절시켰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OpenAI가 선보인 에이전트는 현실적이면서도 강력했다. 질문이 아니라, 일을 대신해주는 AI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이 에이전트를 사용하려면 ChatGPT에서 ‘에이전트 모드’를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Pro, Plus, Team 요금제 사용자부터 쓸 수 있고, 한국에서는 7월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제공된다. 사용법도 간단하다. 자연어로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된다. 에이전트는 알아서 지메일과 깃허브를 열고, 터미널에서 명령어를 실행하며, 웹을 탐색해 결과를 정리한다. 사람이라면 몇 시간씩 걸릴 일을, 몇 초 만에 처리한다.
이 에이전트가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성능이다. OpenAI에 따르면 이 에이전트가 탑재한 모델은 기존의 o3나 o4-mini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성능을 보였다. 고난이도 시험에서는 압도적이었고, 수학 문제를 푸는 능력도 대폭 향상됐다. 다른 하나는 안정성이다. 더 강력해진 만큼 위험도 커졌다. 생물학·화학 무기 개발에 악용될 가능성도 지적됐다. OpenAI는 이를 막기 위해 실시간 감시 체계를 마련했고, 민감한 데이터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메모리 기능을 비활성화했다.
물론, 아직은 물음표가 남아 있다. ‘정말로 업무에서 유용할까?’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오류 없이 작동할까?’ 과거의 에이전트들은 종종 현실의 복잡한 환경에서 삐걱거렸다. 대표적으로 클로드 데스크탑은 기대만큼의 호평을 받지 못했다. 이번에도 결과는 사용자들의 손에 달려 있다. 그러나 이번 시도가 중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AI가 더 이상 ‘대답하는 존재’가 아니라 ‘일을 대신해 주는 존재’로 진화했음을 선언했다는 점이다.
우리 일상에는 수많은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작업이 있다. 일정 관리, 자료 조사, 보고서 작성 등은 늘 시간을 잡아먹는 골칫거리였다. 하지만 이제는 프롬프트 한 줄이면 된다. 한 식당 점주는 “이번 주 인기 메뉴를 분석해주고, 트렌드에 맞는 신메뉴도 제안해 줘”라고 입력한다. 그러면 에이전트가 SNS 데이터를 분석해 리포트를 작성하고, 메뉴를 설계하고, 필요한 재료까지 목록으로 만들어준다. 회사원도 마찬가지다. “다음 주 회의 일정을 잡고, 발표 자료를 만들어줘”라고 하면 에이전트가 메일과 캘린더를 확인해 최적의 시간대를 찾고, 발표용 슬라이드를 작성한다.
하지만 아무리 편리해도 주의는 필요하다. 강력한 도구는 언제나 위험과 함께 온다. AI가 악의적으로 쓰이거나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은 늘 존재한다. OpenAI가 이번에 메모리 기능을 끄고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는 AI를 신뢰하려면, AI가 강력해질수록 더 많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제 시작이다. ChatGPT 에이전트가 우리를 대신해 할 수 있는 일들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이다. 더 많은 업무가 자동화되고, 더 많은 창의적 시간이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미 충분히 놀랍다. 단 한 줄의 프롬프트가 새로운 업무 방식을 열고 있다. 앞으로의 변화가 기대된다.
| 작가 프로필
이용호 작가는 스마트공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AI 머신비전’ 전문회사인 ‘호연지재’를 경영하고 있다. ‘머신비전’에서 인공지능 딥러닝에 의한 영상처리기술을 자주 적용하다보니 10년 이상 연구한 AI 분야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 현재는 인공지능 커뮤니티인 ‘AI 에이전트 연구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SKT 이프랜드 플랫폼에서 3년 이상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호몽캠프’를 110회 이상 진행한 바 있다.
작가는 ‘50플러스 오픈랩’이라는 중장년과 시니어의 디지털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플랫폼에서 수석 가디언즈로 AI 분야의 전도사로 활동하기도 한다.
주요 강의 분야는 “챗GPT 시대 생산성을 500% 높여주는 인공지능”, “머신비전에서의 인공지능 활용”,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스마트폰 AI 활용하기”, “시니어와 MZ세대간의 소통”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나는 시니어 인플루언서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