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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프트 엔지니어링 황금키 2. 구조화와 구분자의 사용

이용호의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by 호몽 이용호
250828 브런치.png [ 구조화와 구분자 ]


요즘은 검색이나 글쓰기, 번역 같은 일은 물론이고, 기획이나 코딩까지도 인공지능에게 맡길 수 있다. 스마트폰을 열고 챗봇에 질문만 던지면 몇 초 만에 결과가 나온다. 그런데 이상한 경험을 한 번쯤은 해봤을 거다. 분명 다 설명했는데, AI가 엉뚱한 답을 내놓는 경우 말이다. 그럴 땐 “AI가 아직 부족하구나”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우리가 질문을 어떻게 했는지가 더 큰 원인일 때가 많다.


AI에게 원하는 답을 얻으려면 프롬프트(prompt), 즉 지시문을 어떻게 짜느냐가 핵심이다. 그리고 이때 꼭 기억해야 할 두 번째 황금키가 있다. 바로 "구조화와 구분자 사용"이다.


생각해 보자. 누군가 숨도 안 쉬고 이렇게 말한다면 어떨까.
“회사 홈페이지 좀 개선해주세요. 우리 회사는 IT 솔루션 업체고, 고객은 중소기업이에요. 지금 사이트는 속도도 느리고 모바일도 불편해요. 예산은 500만 원쯤 됩니다.”

정보는 많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머리가 복잡해진다. 어디서부터 정리해야 할지 헷갈린다. AI도 똑같다. 정보는 많은데 정리가 안 돼 있으면 맥락을 이해하기 힘들다.

반대로 이렇게 말하면 훨씬 명확해진다.

목적: 회사 홈페이지 개선안 제안

회사: IT 솔루션 업체, 고객은 중소기업

문제: 속도 저하, 모바일 최적화 부족

예산: 500만 원


똑같은 내용인데도 한눈에 들어온다. AI 역시 이런 구조를 만나면 훨씬 정확하게 답을 낸다.


여기에 구분자라는 도구를 더하면 효과는 훨씬 커진다. 구분자는 정보를 나누는 표시다. 삼중 따옴표("""), 대괄호([ ]), 꺾쇠괄호(< >), 하이픈(-), 번호 매기기 같은 게 있다. 예를 들어 고객 리뷰를 분석해 달라고 요청한다고 하자. 리뷰 본문과 “이걸 분석해 주세요”라는 요청이 뒤섞여 있으면, AI는 어디까지가 데이터인지 헷갈린다. 하지만 리뷰를 따옴표 안에 넣고, 요청은 따로 적어두면 혼란이 사라진다.즉, 구분자는 “여기는 데이터, 여기는 지시”라는 표시판 같은 역할을 한다. 특히 긴 텍스트나 코드, 표를 다룰 때 구분자가 없으면 오류가 쉽게 생긴다. 하지만 표시를 해주면 AI는 경계를 명확히 인식한다.


그렇다면 어떤 구분자를 언제 써야 할까?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긴 문장이나 인용문은 삼중 따옴표가 좋고, 여러 옵션을 보여줄 땐 대괄호가 깔끔하다. XML처럼 태그 구조가 필요하면 꺾쇠괄호가 어울린다. 글을 섹션별로 나눌 땐 하이픈, 단계별 설명에는 번호가 제격이다. 중요한 건 한 가지 스타일을 정하고 일관되게 쓰는 것이다.


여기서 하나 더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AI도 사람처럼 처음과 끝을 더 잘 기억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치 편향(Position Bias)’이라고 한다. 독서할 때 서두와 결론이 오래 남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지시사항은 중간에 묻히지 말고 앞이나 뒤에 두는 게 좋다.


예를 들어 “광고 문구를 써 달라, 단 너무 과장되지 않게 해 달라”라는 조건을 중간에 끼워 넣으면 AI가 놓칠 수 있다. 하지만 아예 맨 앞이나 맨 끝에 강조해 두면, 원하는 방향으로 결과를 끌어갈 수 있다. 결국 구조화는 보기 좋으라고 하는 게 아니라, 원하는 답을 제대로 얻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물론 구조화를 쓸 때 주의할 점도 있다. 첫째, 너무 간단한 질문까지 구조화할 필요는 없다. “오늘 날씨 알려 줘” 같은 말까지 목록으로 만들면 오히려 번거롭다. 둘째, 구분자를 여기저기 섞어 쓰면 혼란만 커진다. 셋째, 중요한 정보를 중간에 파묻어 두면 아무 소용 없다.


그렇다면 언제 구조화를 쓰는 게 좋을까? 정보가 여러 갈래로 섞여 있을 때, 데이터와 지시문이 함께 있을 때, 조건이 복잡할 때, 단계별 작업이 필요할 때, 결과 형식을 정확히 정해야 할 때다. 이런 경우 구조화와 구분자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실제 예시를 들어 보자.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가 AI에게 상품 설명을 부탁한다고 하자. 그냥 “블루투스 이어폰 소개해 줘”라고 하면 결과는 들쭉날쭉하다. 어떤 건 너무 길고, 어떤 건 핵심이 빠진다. 하지만 이렇게 구조화하면 달라진다.


상품: 블루투스 이어폰

특징: 소음 차단, 10시간 배터리, 방수 가능

고객 대상: 대학생, 직장인

제외할 것: 가격 언급

형식: 200자 이내, 밝고 활기찬 톤


이렇게 정리하면 AI는 기준에 맞춰 정확히 결과를 낸다. 게다가 이런 프롬프트는 템플릿처럼 재활용도 가능하다. 다른 상품만 넣으면 같은 형식으로 글이 뚝딱 나온다.


정리하자면, 구조화와 구분자의 원칙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AI와 제대로 소통하는 법이다. 짧고 모호한 요청으로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느니, 처음부터 조금 길더라도 정리된 요청을 주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앞으로 AI는 글쓰기, 분석, 코딩, 디자인 등 더 많은 영역에서 함께 일하게 될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어떻게 소통하느냐”이다. AI도 깔끔히 정리된 지시를 더 잘 이해한다. 사람이 귀에 쏙 들어오게 말하면 대화가 잘 되듯, AI도 명확히 구분된 지시일 때 제대로 반응한다.


결국 원하는 결과를 얻는 비밀은 단순하다. 중요한 건 앞뒤에, 정보는 보기 좋게 나누고, 구분자는 일관되게 쓰는 것. 이것이 바로 새로운 시대의 언어 습관이다. AI와 사람이 협력하는 시대에, 좋은 질문은 곧 최고의 무기가 된다.


|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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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 작가는 스마트공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AI 머신비전’ 전문회사인 ‘호연지재’를 경영하고 있다. ‘머신비전’에서 인공지능 딥러닝에 의한 영상처리기술을 자주 적용하다보니 10년 이상 연구한 AI 분야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 현재는 인공지능 커뮤니티인 ‘AI 에이전트 연구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SKT 이프랜드 플랫폼에서 3년 이상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호몽캠프’를 110회 이상 진행한 바 있다.


작가는 ‘50플러스 오픈랩’이라는 중장년과 시니어의 디지털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플랫폼에서 수석 가디언즈로 AI 분야의 전도사로 활동하기도 한다.


주요 강의 분야는 “챗GPT 시대 생산성을 500% 높여주는 인공지능”, “머신비전에서의 인공지능 활용”,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스마트폰 AI 활용하기”, “시니어와 MZ세대간의 소통”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나는 시니어 인플루언서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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