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의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자신만의 가게를 운영하는 소상공인을 상상해보자. 손님들에게 단골 혜택을 주기 위한 스탬프 적립 앱이나, 시간대별로 간편하게 예약을 받을 수 있는 앱이 있다면 사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수백, 수천만 원에 달하는 앱 개발 외주 비용은 작은 가게 주인에게는 엄청난 부담이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며 창업 생태계의 지형을 바꾸고 있는 것이 바로 ‘노코드(No-Code)’ 기술이다. 코드를 단 한 줄도 작성하지 않고, 마치 블록을 조립하듯 앱을 만들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이제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사장님이자 동시에 앱 개발자가 될 수 있게 되었다.
노코드 플랫폼, 그중에서도 ‘플러터플로우(FlutterFlow)’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개발 과정을 쉽게 만들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이 제공하는 가장 큰 전략적 가치는 최소한의 자원으로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타진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 동네 빵집 주인이 매일 남는 빵을 마감 시간에 할인 판매하는 ‘마감 세일 알림’ 앱을 구상했다고 가정해보자. 전통적인 방식이라면 큰 비용을 들여 앱을 개발한 뒤에야 손님들이 이 서비스를 정말 원하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플러터플로우를 이용하면, 단 며칠 만에 가장 핵심적인 기능인 ‘빵 목록 업로드’와 ‘푸시 알림 발송’ 기능만을 갖춘 최소 버전의 앱을 만들 수 있다. 이 앱을 단골손님 몇몇에게 먼저 사용하게 하여 피드백을 받아보는 것이다. 만약 반응이 폭발적이라면 투자를 늘려 배달 기능이나 결제 기능을 추가하면 되고, 만약 손님들이 별다른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면 큰 손실 없이 사업 아이템을 수정하거나 접을 수 있다. 이는 큰 전투에 앞서 소규모 정찰대를 보내 적진을 살피는 것과 같은 지혜로운 전략이다.
노코드 도구는 단순히 시제품을 만드는 수준을 넘어, 실제 사업 운영에 필요한 충분한 기능들을 제공한다. 앞서 언급한 빵집 앱의 경우, 손님들의 예약 정보나 스탬프 적립 현황 같은 데이터 관리가 필수적이다. 플러터플로우는 구글의 파이어베이스(Firebase)와 같은 데이터베이스 시스템과 매끄럽게 연동되어 이러한 고객 데이터를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돕는다. 마치 가게의 복잡한 장부를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똑똑한 비서와 같다. 또한, 외부 서비스 연동(API) 기능을 통해 구글 지도를 삽입하여 가게 위치를 쉽게 안내하거나, 인공지능 서비스를 연결하여 손님들의 후기를 분석하고 신메뉴 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 등 상상하는 대부분의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이는 더 이상 노코드가 ‘코딩의 보조 수단’이 아닌, 그 자체로 완결된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강력한 도구임을 의미한다.
플러터플로우가 다른 노코드 툴과 구별되는 가장 중요한 지점은 ‘미래를 위한 다리’를 놓아준다는 점에 있다. 사업이 크게 성공하여 수만, 수십만 명의 사용자를 감당해야 하거나, 기존 노코드 플랫폼이 제공하지 않는 아주 독특하고 복잡한 기능을 구현해야 할 때가 올 수 있다. 이때 대부분의 노코드 툴은 한계에 부딪히지만, 플러터플로우는 사용자가 만든 앱의 전체 소스 코드를 다운로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빵집이 동네에서 시작해 전국적인 프랜차이즈로 성장하면서, 자체적인 물류 시스템이나 복잡한 가맹점 관리 시스템이 필요해지는 상황과 같다. 이때, 처음 노코드로 만들었던 앱의 소스 코드를 기반으로 전문 개발자들이 더욱 견고하고 확장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처음부터 거대한 빌딩을 짓는 대신, 튼튼한 조립식 주택으로 시작해 사업의 성장에 맞춰 증축하고 리모델링하는 유연한 접근법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기술이 발전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더 많은 사람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다. 코딩이라는 장벽에 막혀 있던 수많은 잠재적 창업가와 혁신가들에게 노코드 기술은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이제 자본이나 기술 인력의 부족은 더 이상 좋은 아이디어를 포기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 플러터플로우와 같은 도구는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만나는 가장 빠른 통로를 열어주고 있다. 자신만의 사업을 꿈꾸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면, 이제 노코드의 세계에 문을 두드려 볼 시간이다. 당신의 작은 아이디어가 세상을 놀라게 할 다음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
| 작가 프로필
이용호 작가는 스마트공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AI 머신비전’ 전문회사인 ‘호연지재’를 경영하고 있다. ‘머신비전’에서 인공지능 딥러닝에 의한 영상처리기술을 자주 적용하다보니 10년 이상 연구한 AI 분야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 현재는 인공지능 커뮤니티인 ‘AI 에이전트 연구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SKT 이프랜드 플랫폼에서 3년 이상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호몽캠프’를 110회 이상 진행한 바 있다.
작가는 ‘50플러스 오픈랩’이라는 중장년과 시니어의 디지털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플랫폼에서 수석 가디언즈로 AI 분야의 전도사로 활동하기도 한다.
주요 강의 분야는 “챗GPT 시대 생산성을 500% 높여주는 인공지능”, “머신비전에서의 인공지능 활용”,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스마트폰 AI 활용하기”, “시니어와 MZ세대간의 소통”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황금키』,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나는 시니어 인플루언서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