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음을 읽는 브라우저, ChatGPT 아틀라스

이용호의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by 호몽 이용호
251106 브런치.jpg [ChatGPT 아틀라스, 이용호 그림 by Gemini]

앱의 경계가 무너진다, OS에 스며든 AI 비서


우리는 매일 컴퓨터 앞에서 수많은 디지털 칸막이를 넘나든다. 이메일 앱에서 업무 지시를 확인하고, 일정 관리 앱을 열어 회의 시간을 잡는다. 그리고 다시 워드 프로세서를 켜서 보고서를 작성하고, 메신저로 팀원과 소통한다. 이 모든 앱은 각자의 섬처럼 존재하며, 우리는 그 섬들 사이에서 정보를 실어 나르는 바쁜 연락선 역할을 한다. 이러한 분절된 작업 환경은 우리의 집중력을 흩트리고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만약 이 모든 칸막이를 허물고, 컴퓨터 운영체제(OS) 자체가 나의 작업 흐름을 이해하는 지능형 비서 역할을 한다면 어떨까. 이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AI가 단순한 앱을 넘어 OS의 핵심으로 스며들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은 '통합적 맥락 이해'다. OS 수준에 탑재된 AI 비서, 가령 'HOMOROS'라는 가상의 AI가 있다고 상상해 보자. 이 AI는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프로그램을 동시에 내려다본다. 예를 들어, 한 기획자가 거래처로부터 "다음 주 '알파 프로젝트' 시연 일정을 조율하고 싶습니다"라는 이메일을 받았다고 가정하자.


HOMOROS는 이 이메일의 내용을 즉시 파악한다. 동시에 기획자의 일정 관리 앱을 스캔해 다음 주 비어있는 시간을 확인하고, 파일 탐색기를 검색해 '알파 프로젝트'의 최신 기획안을 찾아낸다. 심지어 팀 협업 도구의 대화 기록을 검토해 "현재 시연 버전에 사소한 오류가 논의 중"이라는 사실까지 파악한다. AI는 이 모든 정보를 취합해 사용자에게 "거래처가 시연을 원합니다. 다음 주 화요일과 수요일 오후가 비어있습니다. 다만, 현재 버전에 오류가 있으니 이 점 참고하여 답장하세요"라고 요약해준다.


여기서 더 나아가 AI는 '능동적인 작업 수행자'로 변모한다. 단순히 정보를 요약하는 것을 넘어, 여러 앱에 걸친 복잡한 작업을 대신 처리한다. 앞선 사례에서 기획자는 HOMOROS에게 이렇게 지시할 수 있다. "거래처에 회신 메일 초안을 작성해 줘. 현재 오류를 수정 중이라 수요일 오후 3시가 좋겠다고 제안하고, 그 시간으로 팀원들과 내부 점검 회의도 하나 잡아줘." HOMOROS는 즉시 이메일 앱을 열어 정중한 어조로 메일 초안을 작성한다. 동시에 일정 관리 앱을 열어 거래처와의 미팅 가예약을 잡고, 팀원들의 일정을 확인해 수요일 오전으로 내부 회의 일정까지 잡아 초대장을 발송한다. 기획자가 한 일은 단 하나의 지시뿐이다. 수많은 앱을 오가며 클릭하고 타이핑하던 시간이 단 몇 초로 줄어든다.


하지만 이처럼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AI 비서는 우리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이 AI는 과연 인간의 '뉘앙스'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만약 팀 대화방에서 논의된 '사소한 오류'가 사실은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를 만큼 심각한 문제였다면, AI는 그 맥락적 무게감을 파악하지 못하고 섣불리 일정을 잡을 수도 있다. 또한, 모든 편리한 작업을 AI에 위임하게 될 때, 우리의 업무 능력 자체가 약화될 위험도 존재한다. 사소한 일정조차 AI 없이는 처리하지 못하게 되는 '지적 의존' 상태에 빠질 수 있다. 결국 AI가 작성한 초안, AI가 잡은 일정을 최종적으로 검토하고 승인하는 '인간의 감독'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다. AI는 유능한 부사수일 뿐, 결정권자는 여전히 인간이어야 한다.


이처럼 AI가 OS에 통합되는 흐름은 우리가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우리는 더 이상 워드, 엑셀, 이메일 같은 개별 '도구'를 사용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대신, AI라는 단일한 대화창을 통해 "보고서 써줘", "회의 잡아줘", "데이터 분석해 줘"라고 '목표'를 지시하게 될 것이다. 이는 생산성의 거대한 도약을 가져올 수 있지만, 동시에 그 과정에 대한 인간의 통제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기술에 종속되지 않고 기술을 지배하는 현명한 사용자의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대가 오고 있다.


| 작가 프로필


@손잡인_이용호 프로필.jpg


이용호 작가는 스마트공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AI 머신비전’ 전문회사인 ‘호연지재’를 경영하고 있다. ‘머신비전’에서 인공지능 딥러닝에 의한 영상처리기술을 자주 적용하다보니 10년 이상 연구한 AI 분야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 현재는 인공지능 커뮤니티인 ‘AI 에이전트 연구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SKT 이프랜드 플랫폼에서 3년 이상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호몽캠프’를 110회 이상 진행한 바 있다.


작가는 ‘50플러스 오픈랩’이라는 중장년과 시니어의 디지털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플랫폼에서 수석 가디언즈로 AI 분야의 전도사로 활동하기도 한다.


주요 강의 분야는 “챗GPT 시대 생산성을 500% 높여주는 인공지능”, “머신비전에서의 인공지능 활용”,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스마트폰 AI 활용하기”, “시니어와 MZ세대간의 소통”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황금키』,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나는 시니어 인플루언서다』가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일당백의 시대 노코딩 업무 자동화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