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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복현 Aug 21. 2023

예쁜 집은 지하라도 용서됩니다.



투자를 하다가 공실이 생기면 머리가 아프다. 전세자금을 돌려주어야 하는데 현금이 없으면 대출을 이용하여야 하니 이만저만 머리가 아픈 게 아니다. 하루라도 빨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번에도 큰돈을 들여 인테리어를 하고 부동산 사장님에게 광고를 하였는데 1주일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더 기다려 본다고? 

기다릴 때 기다리더라도 상황은 알고 있어야 한다. 


평상시에 거래를 엄청 잘하는 부동산 사장님이지만 4명이나 다녀갔는데도 불구하고 계약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근처 직장인들에게 여러 번 집 구경을 시켜주었지만 계약 안 되고 있는 상태였다. 힘들게 언덕길을 올라갔는데 계약이 안되어 허탈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내 계획대로 라면 계약이 되었어야 했다. 아니 인테리어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나갔어야 했다. 이번 집과 같은 경우를 한두 번 겪는 것이 아니었기에 나름 전략을 세워 인테리어를 한 거였다.





'아니~ 이렇게 깨끗하고 예쁜 집을 왜 계약을 안 하지?’ ‘어쩔 수 없지 다른 사람이 오겠지.’ 이런 마음은 점점 계약이 뒤로 밀리게 된다. 좀 더 적극적으로 계약자를 찾는 마음이 중요하다.

 ‘왜 계약을 안 하고 갔을까?’ “어떻게 하면 계약이 될 수 있을까?

차분히 생각을 해본다. 입주하게 될 사람의 입장에서 냉정하게 상상을 해본다. 첫째 1인 직장인을 위한 집이니 일자리까지 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어느 날 부장님에게 혼나고 버스에서 내려 힘들게 언덕을 올라온다면? 음~ 상상만 해도 싫다. 발걸음이 얼마나 무겁겠나. 우리 집은 현관부터가 아니라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부터 경험하는 모든 것이다. 두 번째 상상은 현관문을 열었을 때였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어두운 벙커 같은 장면을 보았을 것이다. 그냥 편하게 굴속 같은 집으로 인식이 되고 왠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장면으로는 언덕 위의 집이라는 단점을 이기지 못한다. 어찌 되었든 우리는 예쁜 인테리어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0.1초도 터널 같은 어둠을 허락하고 싶지 않았다.





나의 목표는 오늘 이후 방문하는 첫 번째 예비 세입자가 계약을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하여 내가 할 일은 무엇일까? 내가 이 집으로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 나는 이 집에서 무엇을 보여주고 싶을까? 1인 직장인이 입주를 하게 될 텐데 어떤 생각으로 이사를 오게 될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니 두 가지로 요약이 되었다. 첫째 1인 세대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다른 어떤 집보다도 밝고 환하고 예쁘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그들의 마음은 가족과 따로 사는 외로움보다 여행지 같은 경험을 주고 싶었다. 이것들을 위한 나의 행동에 ‘귀찮음’,’ 피곤함’이란 없다.’ 어떻게’만 남는다.


계약을 위한 결정적 한 방이 필요하였다. 


우선 첫인상을 밝고 환하게 세팅하자. 최소한 굴속 같은 느낌은 보여주지 말자. 조명을 다 켜놓고 밝고 환한 모습을 첫눈에 보게 해 주자. 0.1초도 어둠을 허락하지 말자. 추석 연휴 끝나면 손님이 올 텐데 미리 세팅을 해놓자. 세팅을 하려면 몇 가지 소품이 필요한데 경기도에 사는 내가 부산까지 어떻게 가지고 가지? 승용차에 싣고 가져가야 하지만 추석이라 엄청 밀릴 텐데, 왕복 2일은 걸릴 것 같은데 고민 끝에 KTX를 이용하기로 결정하였다. 







새벽에 열차를 타는 마음은 마치 전사 같았다. 부산에 도착해서는 무거운 짐을 가지고 좀 더 편하게 택시를 타는 방법도 생각이 났다. 평상시에는 택시를 1층 광장에서 탑승을 한다. 하지만 덩치 큰 여행 가방은 무거우니 택시 탑승하는 더 간편한 방법이 생각이 났다. 부산역은 택시를 내리는 곳이 역사와 같은 건물에 붙어있어 굳이 1층까지 내려가지 않아도 된다. 부산역에 대합실 가까운 쪽에 손님을 내려준 택시들이 여기서 돌아가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택시를 타고 이동할 때면 다리를 건너기도 하고 오르막 내리막이 있다. 부산이라는 도시가 아름다운 이유다. 낮은 도로에서 보면 병풍 같은 도시와 스카이라인이 예쁘고 높은 도로에서 보면 내려다보이는 병풍 같은 뷰가 예쁘다. 다리를 건널 때면 시원한 바다와 도시가 한눈에 보인다. 층층이 보이는 뷰는 바다와 어우러져 참 아름답다. 부산 사람들은 언덕에 익숙하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나의 집이 언덕에 있는 것이 크게 단점은 아닐 수도 있다. 



조금 불편한 익숙함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언덕을 올라오는 불편함은 잊게 해주어야 한다. 벙커 같은 집이 빛나는 공간으로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은 나의 시그니처 생각이다. 공간 사용설명서가 필요하였다. 방과 주방 사이에 작은 공간이 있는데 혼자 넉넉하게 앉을 수 있는 홈 카페로 이용이 가능하도록 벤치를 만들어 두었다. 합판으로 만들어 예쁜 색을 칠해두었지만 언뜻 보기에는 그냥 나무상자처럼 보였을 것 같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현장에 도착하였다.





역시 굴속 같은 느낌이었다. 다녀간 사람들이 계약을 하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앞에 다녀간 예비 세입자들은 모두 컴컴한 굴속 같은 느낌을 제일 먼저 보았을 것이다. 공실 탈출이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은 아니었던 것이다. 작은 홈 카페는 라탄으로 된 식탁 등을 켜고 빨간색 쿠션으로 벤치를 장식하니 아늑하고 아름다운 공간이 되었다. 누구의 설명이 없어도 홈 카페인 것을 다 알 수 있었다. 여기서 식사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책도 읽을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이라는 것을 공간이 스스로 설명하고 있었다. 내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이것이었다. 아마도 다녀간 4명은 이 공간의 사용방법을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 하나 굴 속 같은 모습을 해결하기 위해 현관부터 주방 그리고 화장실로 이어진 곳을 모두 조명을 켜 두었다. 화장실 문을 열어두어 바로 민트 색상의 타일을 볼 수 있었다. 이것 또한 내가 보여주고 싶었던 공간이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이 신발을 벗기 전에 바로 길게 뻗은 공간에서 환하고 예쁜 공간을 시각적으로 확인하고 신발을 벗고 들어왔는데 더 예쁜 홈 카페를 보았다고 상상하면 바로 계약이 될 것 같았다. 이 동네에 이런 집은 없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행복한 상상을 할 것이라 믿었다.


전사의 마음으로 광명역에서 새벽에 출발하여 마무리하고 나니 10시 30분 경이되었다. 배가 고팠다. 나의 에너지를 위하여 도시락을 가져갔다. 진심을 다하여 집을 꾸미고 나니 아침식사는 꿀맛이었다. 어차피 부산에 왔으니 바다 뷰가 있는 매물을 보기로 하였다. 약속을 하고 택시로 이동하여 집 구경을 마칠 무렵 부동산 사장님의 전화를 받았다. ‘세상에 나 ‘ 그 사이에 집을 보고 가신 분이 계약을 한다고 계좌번호를 달라고 한다. 누구의 설명 없이도 공간 자체로 알 수 있도록 세팅하고 2시간 만에 계약금의 일부가 입금이 되었다. 





추석 이후에나 계약이 될 것이라 생각하였는데 바로 성과가 나왔다. 언덕을 올라온 불편함은 아늑함과 여행지 같은 경험으로 보상받게 해주고 싶었다. 따뜻함을 강조한 전구색의 조명과 아늑함을 살려줄 라탄 식탁 등 그리고 포근함을 감싸줄 쿠션이 큰일을 해냈다. 쿠션이 말한 것이다 


“나 여기 있으니 함께 해요” 그 소리를 듣고 계약을 한 것이다. 집안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하여 집을 보러 온 사람을 끌어당긴 것이다.

공실 탈출에 성공하고 직접 얼굴을 보거나 통화할 일이 있을 때 꼭 하는 말이 있다. 처음에는 우리 집에 와 주어 감사하다. 






"우리 집에 살다가 나갈 때 꼭 부자가 되어서 나가시오." 또는 "멋진 여자친구(남자친구) 만나게 되길 응원한다."두 번째는 부자가 되려면 비법이 있다. 화장실인데 변기 뚜껑을 사용하고 꼭 닫아도라는 말이다. 이 말은 언젠가 풍수 전문가의 말을 듣고 나도 지금까지 실천하는 행동이다. 또 하나는 화장실 청소하고 물기 없이 건조하게 말려서 사용하면 좋다는 말이다. 



청소력이라는 책에 나오는 글귀를 빌려서 "자금 사정이 좋아지길 원하면 화장실 청소를 자주 하라."라는 말을 기분 나쁘지 않게 전한다. 나는 이 말을 할 때 진심이다. 말하는 나도 듣는 사람도 모두 반짝이는 눈으로 말하고 듣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의 집에 살다 가는 분들이 건강도 재산도 직장도 지금보다 모든 면에서 잘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나의 경험은 데이터가 되어 거침없이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된다. 공실 탈출 프로젝트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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