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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행 Jul 04. 2023

이미 가 본 여행지? 아닐 걸요

격세지감

"다 가봐서 갈 데가 없는데?"


지난 일요일. 우리 가족은 무작정 주문진으로 떠났다. 게 먹으러. 

오랜 치료로 입맛을 잃은 엄마가 우연히 TV에서 본 대게 먹방이 여행의 계기가 됐다. 

"게 먹고 싶어" 이 한마디에 일요일 오전 무작정 출발. 


즉흥적으로 떠난 만큼 계획이 있을 리 만무했다. 게 먹는 것 말고는.

그래도 2시간이 넘게 걸려 왔는데 게만 먹고 갈 수는 없잖아? 근처 가 볼 만한 곳들을 검색하기 시작했지만,

강릉... 양양... 속초...


강원도는 너무 익숙하다. 

아주 옛날 옛적, 우리 아빠가 꽤나 잘 나갈 때 우리 집은 양양에 별장 아닌 별장 같은 조그마한 아파트 한 채를 사둔 적이 있다.

덕분에 늘 그곳으로 놀러 갔고 덕분에 양양, 속초는 로컬만큼이나 훤했다. 


아빠의 사업이 기울면서 아파트는 안녕. 자연스레 그곳으로 놀러 가는 횟수도 뜸해졌다. 

이미 잘 아는 관광지라는 점도 한몫했다. 

다 가봤는데 뭘 또 가. 


이번 여행도 그랬다. 다 가본 곳들, 새로 생긴 관광지라고는 비싼 입장료를 받는 곳들 뿐이었다.

그럴 바엔 가본 델 다시 가 보자. 그냥 바다 본다 생각하지 뭐.


그렇게 선택한 곳은 양양 죽도 해안 산책로. 

걷는 것이 중요한 엄마를 위해 선택한 곳이었다. 밥 먹고 소화시킬 겸 짧게 산책하기. 


하지만 도착해선 오 마이 갓. 

죽도에 있는 인구해변은 엄마 표현을 빌리자면 "거들떠도 안 보는 곳"이었다. 별 볼 일 없는 아주 작은 해변이었으니까. 

그런데 그 어느 곳보다 핫한 장소가 되어 있었다. 


TV에서만 보던 서퍼들이 색색깔의 보드를 타며 여름을 즐기고 있었고. 

해변을 따라선 개성 넘치는 서핑 관련 샵들과 사람들을 유혹하는 예쁜 인테리어의 카페, 그리고 호텔까지. 

알고 보니 이곳이 '양리단길'이란다. 


도시가 신기한 시골쥐가 된 느낌이었다. 눈이 휘둥그레 해져서는 이곳저곳 쉴 새 없이 고개를 돌려가며 구경하는 모습이란. 


"우리가 알던 데 맞아?"


시간은 많은 걸 변화시킨다. 아팠던 기억도 잊게 만들고, 한 장소를 아예 다른 모습으로 바꿔주기도 한다. 

덕분에 여행을 하면 늘 새롭다. 


가보지 못한 여행지는 많다. 지구라는 행성에 너무나도 많은 나라들이 자리 잡고 있는데 다 가봤을 리가. 

서울에서 부산까지 무려 477km나 되는 이 땅에 수많은 지역들이 있는데 국내 여행 역시 다 가봤을 리가. 


하지만 늘 새로운 곳만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럴 때 시간이 항상 해결해 준다. 예전에 가봤던 그곳, 지금 가면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어 있곤 한다.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으로 새로운 것들이 생겨나있기도 하고. 

그 장소의 색다른 매력을 찾아낸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새롭게 변신하기도 한다. 


이미 가 본 여행지? 그런 건 없다. 

그러니 떠나보자. 새로움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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