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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행 Oct 13. 2023

대부도 바지락 칼국수 말고 고양이

아기자기한 매력

대부도에서 바지락 칼국수를 먹을 요량으로 맛집을 검색하다 이 글까지 오셨다면, 미리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 글에선 바지락 칼국수 맛집에 대한 그 어떤 정보도 없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도에서 바지락 칼국수만 먹고 떠날 건 아니지 않은가. 비록 맛집 정보는 없지만 대부도, 그리고 제부도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온 뒤 느낀 점과 그 장소들을 소개해 드리려 한다. 


최근 들어 맨발 걷기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져 대부도-제부도 여행의 첫 목적지로 삼은 곳은 방아머리 해변이었다. 그리 큰 규모의 해수욕장은 아니지만 고운 모래와 물이 빠졌을 때 갯벌에서 맨발 걷기를 하기 좋다는 말에 그곳으로 향했다. 


지난 강릉 여행 때 처음으로 모래사장 맨발 걷기에 도전했다가 호된 경험을 한 우리 가족은 걱정반 기대반으로 발을 내디뎠더랬다. 호된 경험의 이유는 생각보다 경사진 동해 바다의 모래사장과 그로 인해 엄청나게 푹푹 빠지는 발 때문이었다. (기후위기로 인해 동해안의 해안침식이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듣기만 했지, 이렇게 몸소 체험하게 될 줄은 몰랐더랬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방아머리 해변은 맨발로 걷기에 꽤나 훌륭한 장소가 돼 주었다. 맨발로 밟아도 포슬포슬 사라지는 곱디고운 모래 덕분이었다. 그런데 방아머리 해변을 맨발 걷기로만 추천드리고 싶지는 않다. 아주 귀여운(?) 매력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모래사장에 찍힌 새발자국이다. 사람들의 발자국 위로 뚜렷하게 자기주장 중인 새발자국이 방아머리 해수욕장에 빼곡히 찍혀 있었다. 지금 내가 공룡 발자국 화석을 보러 왔나 순간 착각할 정도로 신기하면서도 귀여웠다. 저 가벼운 몸도 모래사장에 흔적을 남기는구나. 


방아머리 해변의 귀여운 매력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켜주는 건 바로 고양이다. 맨발 걷기를 마치고 발에 묻은 흙을 툭툭 털어낸 뒤 고개를 돌리자 나를 빠안히 쳐다보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근처 식당 혹은 카페에서 돌봐주는 고양이인 듯 목에는 목줄을 하고 있었고 목욕 좀 해본 고양이인 듯 털은 새하얬다. 사람을 좋아해서인지 눈을 마주치자 곧바로 벌러덩. 그리고는 배를 드러내놓고 뒹굴뒹굴. 


나 예뽀?

귀여워 "야옹" 소리를 내니 또 "야옹" 대답도 해준다. 덕분에 대부도의 첫인상은 매우 호감상.


마침 우리가 간 날은 하루 종일 제부도로 향하는 길이 열려있었던 지라 차를 타고 제부도로 향했다. 제부도는 일명 '모세의 기적'으로 불리는 바닷길이 열리는 신비의 섬이다. 그 물때를 잘 알아보고 가야지만 차로 제부도로 향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물에 길이 잠겨있을 땐 케이블카를 타고 제부도로 들어갈 수 있으니 각자의 시간과 여행 계획에 맞춰 제부도를 즐기면 된다. 


대부도와 마찬가지로 제부도에서 받은 인상 역시 굉장히 아기자기한 섬이라는 것이었다. 대부도에 비해 제부도는 그 규모가 작지만 꽤나 아기자기한 매력으로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 매력을 잘 느낄 수 있는 건 제비꼬리길이라 이름 붙은 약 1km의 산책로다. 


그리 길지 않지만 이 산책길이 즐거운 건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산책길의 조형물들 덕분이다. 



산책길 곳곳에는 사진 찍기 좋은 조형물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꽃게도 있고, 바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새 모양의 조형물들도 있고. 보기만 해도 흐뭇한 미소 지어지는 귀여운 조형물들이 산책길에 나선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더욱 가뿐하게 만들어준다. 


중간중간 쉬어가게끔 만들어놓은 의자도 꽤나 독특하다. 조개를 연상케 하는 의자도 있고, 앉으면 파아란 하늘과 그만큼 파아란 하늘을 넋 놓고 바라볼 수 있는 의자들도 많다. 그리 길지 않은 코스이지만 그냥 가끔은 다리 아프다는 핑계 삼아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대부도, 그리고 제부도의 아기자기한 매력에 정점을 찍은 건 갈매기 가로등이라고나 할까. 

마침 걷다가 우연히 만난 갈매기 가로등을 보며 힘들었을 하루에 살짝 웃음 한 번 지어보시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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