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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답의 AI 시대, 느리게 생각하는 연습

AI 시대, 멈춰서 질문하는 힘

by 윤세문

1. 질문이 사라지는 시대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발전하는 AI 기술을 보며, 내게는 하나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금 우리 아이가 받고 있는 교육은, 과연 20년 뒤 그가 살아갈 세상에 맞는 준비가 될까?”


생성형 AI는 이미 삶 깊숙이 들어와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지식과 판단을 기계가 대신하게 될 것이다. 그 속에서 아이는 어떤 능력을 가져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단순히 ‘어떤 전공이 좋을까’, ‘어떤 직업이 살아남을까’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이 머리를 맴돈다. “우리는 아이에게 어떤 ‘생각하는 방식’을 길러줘야 할까?”


얼마 전, 딸아이가 물었다.
“아빠, 왜 바다에 소금이 있어?”
사실, 스마트폰을 켜면 단 몇 초 안에 그 답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일부러 검색하지 않았다. 딸과 함께 여러 가능성을 떠올려보며, 책도 뒤져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답을 찾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면서 문득 깨닫게 된다.


“요즘 우리는 얼마나 자주 ‘왜?’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있을까?”


이 질문 하나가, 결국 AI 시대를 살아갈 아이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일지도 모른다. 바로, 인내심 있게 생각하는 힘, 비판적으로 정보를 바라보는 힘, 넓게 연결해 통찰하는 힘이다.


2. 너무 쉽게 답을 얻는 시대

궁금한 것이 생기면 3초 안에 검색할 수 있고, AI는 그에 대한 요약본을 단 10초 안에 보여준다. 발표자료, 메일, 기획안조차도 프롬프트 몇 줄이면 자동으로 생성된다.

얼마 전 직접 그걸 경험했다. 발표용 파워포인트를 만들어야 했는데, LLM 기반 슬라이드 생성 도구를 활용해봤다. 아주 기본적인 방향만 넣었는데, 몇 시간 걸릴 작업이 1분 만에 끝났다.

물론 효율은 좋았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쉽게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나는 과연 얼마나 고민하고, 생각하게 될까?”


답을 너무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 우리는 점점 생각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이는 단순한 편리함을 넘어, 깊이 있는 사고 자체를 빼앗아갈지도 모른다.


3. 우리가 다시 길러야 할 세 가지 생각의 힘


1) 인내심 있게 생각하는 힘

지금은 빠른 답에 익숙한 시대다. 하지만 중요한 질문에는 원래 시간이 걸린다. 창의력이란 건, 정답이 없는 질문에 끝까지 붙들고 있는 힘에서 비롯된다. 그런 점에서, 아이에게 가장 먼저 길러주고 싶은 건 바로 이 ‘인내심’이다.


요즘 내가 아이와 함께 해보려는 실천

정해진 시간에 핸드폰을 꺼두고, 아이와 함께 조용히 책 읽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완독이 목적이 아니라, 책 속에서 어떤 질문이 떠올랐는지를 함께 이야기하는 게 더 중요하다.

아이가 “왜?”라고 물을 때마다 바로 답하지 않고, “넌 어떻게 생각해?”라고 먼저 되묻는 습관을 들여보려 한다. 답보다 생각의 흐름을 함께 따라가보는 게 목표다.


2) 비판적으로 정보를 바라보는 힘 (크리티컬 사고)

AI가 주는 정보는 방대하고 빠르지만, 가끔 엉뚱한 답을 내놓기도 한다. 이를 환각(Hallucination)이라고 부르는데, 사실이 아닌 내용을 그럴듯하게 말해서 헷갈리게 만든다. 문제는 그 자체보다도, 우리가 그걸 귀찮거나 불편해서 그냥 믿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필요한 건, “이게 정말 맞는 걸까?”를 묻는 힘이다.


AI 시대, 멈춰서 질문하는 힘


요즘 내가 아이와 함께 해보려는 실천

뉴스나 영상 콘텐츠를 함께 보고 나서, “이건 어디서 나온 이야기일까?”, “다른 의견도 있을까?”를 자연스럽게 물어보려 한다.

주말마다 가볍게 ‘진짜일까 게임’을 해보려 한다. 일부러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섞어서 아이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맞춰보게 하는 식이다. 놀면서도 스스로 의심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


3) 넓게 연결해 통찰하는 힘 (제너럴리스트적 사고)

AI는 특정 분야의 전문 지식에서는 이미 인간을 훨씬 뛰어넘는다. 수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정리하고, 정답을 정확히 제시하는 능력은 매우 뛰어나다. 하지만 AI는 어디까지나 주어진 데이터 안에서 학습하고, 그 범위 안에서만 답을 만들어낸다.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이나 현상을 연결해 새로운 통찰력을 얻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AI는 각각의 문제에 대한 데이터와 답은 줄 수 있지만, 이 모든 것을 종합해서“왜 이런 문제가 생겼는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한 깊이 있는 통합적 사고는 인간의 몫이다.


마치 AI가 퍼즐 조각 하나하나를 빠르게 정확히 맞추는 데 강점이 있다면, 인간은 전체 그림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상상하고, 조각들 간의 관계를 파악하며 큰 흐름을 이해하는 데 더 강하다.


Gemini_Generated_Image_xgmblsxgmblsxgmb.png 빠른 답 vs. 깊은 생각: AI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요즘 내가 아이와 함께 해보려는 실천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연습을 해보려 한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라는 주제를 기술뿐 아니라, 교통 정책, 에너지 문제, 도시 구조 등과 연결해 이야기해보는 식이다.

산책하거나 식사 중에 “이 현상은 다른 분야와 어떻게 연결될까?” 같은 질문을 자연스럽게 던져보려 한다. 생활 속에서 연결하는 사고를 함께 연습해보고 싶다.


4. 마무리 – 질문하는 인간으로 살아가기

기계는 답을 줄 수 있지만, 좋은 질문을 던지는 건 인간만이 할 수 있다.
질문하고, 생각하고, 의심하고, 연결하는 이 모든 과정이 결국 인간다움의 본질이다.

아이와 함께 그 힘을 잃지 않기 위해, 오늘도 나는 딸의 질문에 빠르게 답하지 않고 다시 묻는다.

“넌 왜 그렇게 생각해?”


그 질문이 바로, 우리가 AI 시대를 살아가는 방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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