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토에 서서 철학-지명 속의 세계관-을 생각하다. 5화)
누구나 평생을 함께하는 이름이 있다. 그 이름은 염원이나 주변 환경요소를 고려하여 짓는다. 이른바 철학적 관점에서 여러 인자가 이름에 관여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지어진 이름이 나중에 그 사람의 속성을 잘 나타낼 수 있을까?
지명의 경우 어떠할까?
지명은 공동체의 바람을 입지에 실어 1~2글자로 만든다. 이들 글자는 생김새, 방위, 색깔을 나타내어 이름만 보아도 쉽게 특징을 알 수 있다.
또 지명이 생긴 후 오랜 세월이 흘러 예전의 모습이 많이 바뀌었을 지라고 이름만으로도 당시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그래서 이를 바라본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더 나아가 한나라의 문명까지도 엿볼 수 있게 한다.
지명에 쓰인 글자를 통해 지역의 입지 특징을 알 수 있는데 예를 들면 높은 지역이나 흙이 쌓여 이뤄진 구릉임을 알 수 있는 지명을 보면 광동 고주高州시, 산서 고평高平시, 요령 부신阜新시, 서안 고릉古陵시, 강서 양주시 광릉廣陵구등을 들 수 있다.
평원이나 계곡임을 연상할 수 있도 있는데, 산서 태원太原시, 태곡太谷시, 섬서 삼원三原현 부평富平현, 포두시 구원九原구등 이다. 어떤 중심지에서 방향 방위를 알 수 있게도 한다. 산동 대남시 동산구, 해남의 동방시, 북경의 동성구, 상해 포동신구 등.
그런데 삶의 방식이 다르면 상하좌우도 달라질 수 있다. 초원지역은 일반적으로 북쪽을 바라보고 앉아 좌우를 정한다. 그래서 동쪽을 우의 글자로 표시한다. 농경지역과 정반대이다,
하늘과 땅의 변화와 이치를 설명하는 건곤팔괘도 지명에 쓰이면 방위를 표현한다. 예를 들면 서북은 건이라 하고, 서남은 곤이라 하는데 섬서성 건릉乾縣은 장안의 서북쪽에 있어 건 글자를 넣었다. 무측천과 고종의 합장묘이다. 길림성 건안현乾安縣은 위치가 성의 북쪽이다.
강 흐름과 산의 모습 알 수 있는 지명도 있다. 곡曲 글자가 있는 지명은 대부분 산수山水와 관련이 있다. 산서성 곡옥은 옥수의 물이 소용돌이치고 틀어짐에서, 하북성의 곡주曲周현은 물이 흘러들고 돌아감에서 이름을 얻었다. 공자 고향 곡부는 성안의 구불구불한 토산 언덕이라 그렇게 이름 지어졌다.
지역의 칼라를 알 수도 있다. 내몽고 적봉은 경내에 홍색의 산봉우리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땅의 형세를 알 수도 있는데 호북성 천문시와 형문시, 안휘성 기문시는 강의 모양과 관련이 있다. 즉 강 양안에 봉우리가 있는데 마치 출입문 같은 형세를 이뤄 문 글자를 사용했다. 더욱이 양쪽 산이 숲으로 우거져 그 사이로 해가 떠오르는 광경은 시인에게 특별한 영감을 주었다.
또 지명에 포浦·항港·구口가 있으면 강변의 중요한 지역임을 나타낸다. 예를 강소성 장가항과 연운항시, 남경 포강구, 호북성 노하구의 경우를 들 수 있다.
만일 지명중에 통通·리利가 있으면 이곳은 교통의 요지였음을 말한다. 예를 들면 강소성 남통시는 강과 바다의 만남 지역이며 북경의 통주구는 조운이 모이는 지역이었다.
지명의 글자로 그 지역의 입지를 쉽게 나타낸다. 예를 보자. 중구는 도심의 중심임을, 중곡동은 두 산 사이의 골짜기이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안팎을 알 수 있는 지명도 있는데 내동과 외동을 예로 들 수 있다.
지명은 단순히 위치·방위를 나타낼 뿐만 아니라 삶터의 환경을 알 수도 있으며 더 나아가 풍수와 조화를 이뤄내 자연의 장소를 인간의 어떤 특정 공간으로 인식하게 하였다. 그래서 지명은 전통 철학을 통해 자연을 해석하고 발전해 온 인문지리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종합하면
지명은 이른 시기에 나와 그곳과 함께 하여온 문화의 기억 장치이다. 우리는 이름 하나로 어떤 사람을 기억하듯 지명에 쓰인 한 두 글자로 한 시대의 삶의 철학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그래서 지명은 철학의 원시적인 표현이며 삶의 탐사 기록이다. 그래서 지명은 한 민족의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