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토에 서서 철학-지명 속의 세계관-을 생각하다. 4화)
어릴 적 하늘을 맹세 대상으로 여겨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게 도와주고 지켜봐 달라고 기원해 보곤 했다. 땅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나와 하늘을 연계해보려 함이다. 장년이 되자 이제는 하늘의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며 무탈하기를 바라며 살아간다.
아주 오래전 이 삶터의 사람들은 어떠했을까? 하늘을 보며 어렵고 힘든 상황을 모면해 달라고 빌었을까 아니면 마음에 어떤 인생관과 세계관을 담아 보려는 수련의 대상으로 여겼을까?
어찌 보면 옛날 사람들은 먹고사는 것이 제일 큰 과제였다. 하늘을 바라보고 풍년을 기원하다가 하늘의 변화를 알아채고 이를 목 화 토 금 수의 다섯 가지(오행) 기운으로 규정하여 먹고사는 문제을 의탁해 보려 하였다.
즉 농사를 지을 때 하늘을 보고 날씨를 예측하던 경험이 쌓이고 쌓여 이를 이론으로 정립하게 된다. 어떤 별이 보이면 날씨가 추우져 농사를 못 짓게 되고 어느 별이 떠 있으면 농사 준비등등, 하늘의 기운이 땅에 닿으면 어떤 변화기 있는지를 정리함.
그런데 한반도와 중국에서 다른 인식이 있게 된다. 오행의 관찰과 해석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특정한 사람만이 해야 한다와 공동체 구성원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런 인식의 차이가 지명에 다른 영향을 미쳤다.
별자리가 지명에 스며들듯이 오행이론도 지명에 융합되었다. 그 역사는 진한秦漢시기로 올라간다. 중국 강역의 상징인 9주는 오행의 속성을 부여받았다고 서진西晉의 태강지지地志에 기술돼 있다, 예를 들면 청주는 산동지역에 있어 오행의 목에 속하며 서측의 양주는 금, 중원의 예주는 토에 속한다 하였다,
지명에 영향은 가장 큰 지방행정 구역인 주州에만 있다. 도시는 주보다 훨씬 작은 지라인지라 연관이 작았다. 서진학자 장화는 그의 저서 박물지에 낙양의 지명에 관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기록했다.
낙양洛陽의 낙洛은 물水변에 각各이다. 한漢 왕조는 화행火行으로 물과는 상극忌水이다, 조조의 위魏나라는 토土로 물水은 흙土를 얻어 흐른다流, 또 흙은 물을 만나 부드러워진다. 전국 시기 음양가 추연의 오행상극에 따르면 낙양에 수도를 둔 동한 왕조는 천부화덕天賦火德이다.
동한의 수도는 낙양이었다. 낙洛은 수水자가 있어 불火과 상극이라 동한 개국자인 광무제는 낙양洛陽을 낙양雒陽으로 개명한다. 동한의 정권을 뺏은 조위曹魏는 화덕火德이 토덕土德과 상생하려면 물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낙양雒陽을 낙양洛陽으로 되돌렸다.
중국의 오행사상을 수용했지만 국가 단위의 공간 설계로 작용하지는 않았다, 즉 오행 원리가 작용하려면 자연지리 조건이 차이가 있어야 하나 한반도의 경우 기후대가 같고 자연지리의 차이도 크지 않아 계절과 절기의 차이가 적다.
우리 겨레의 제천행사인 영고 동맹등을 보면 구성원이 모두 모여 하늘에 제사하였다. 즉 하늘을 왕이 독차지하는 않고 모두가 공유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왕이 독단적으로 오행이론을 이용하여 공동체 삶터를 질서화할 필요가 적었다. 자연히 오행과 지명 연계도 낮았다.
중국은 지도자를 하늘을 대리한 아들로 천자天子라 칭하며 하늘의 권한을 독점 수임받았다고 인식하였다. 그래서 하늘의 변화 예측과 해석을 천자만의 권한으로 만들었다. 왕조 교체는 천명天命의 이동으로 여겼다.
그러나 한반도의 하늘은 왕의 독점이 아닌 구성원들 모두의 하늘이었다. 농사를 지을 때 하늘을 올려다보고 기원하는 모습이 중국의 경우와 달랐다. 왕조 교체는 군사권을 기반으로 정치 세력이 바뀐 것으로 봤다. 그리하여 오행 이론으로 국가 질서를 규정하거나 지명에 그 의미를 반영할 필요가 적었다.
그런데 묘지등을 선정할 때 오행 이론을 많이 이용하였다?
우리 겨레가 중화질서에 편입되어 중국의 황제는 하늘의 대리자이고 우리의 왕은 중국의 제후로 그 격이 격하되어 알아서 분수를 지켰다고 봐야 할까? 우리 겨레의 지도자는 오행 해석권이 없다고 여겨졌지만 하늘은 함께 공유하며 살아온 구성원들은 이런 생각에 동의를 하였을까? 아니면 각자 오행이론을 무장하여 살면서 개인의 길융화복과 묘지 주거지 등 선정에 활용하였을까?
현대에서 오행을 단순히 길흉을 점치는 도구가 아닌 스스로의 성향을 이해하고 주변과 조화를 이루어 더 나은 삶을 선택하는 나침판 역할을 하게 하면 어떻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