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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해영 Jan 24. 2024

어떡해야 보물임을 알아볼까?
(왕희지 설화)

 

누구나 살아가면서 누군가로부터 받은 보물이 있었을 텐데 가치를 몰라보고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나중에 후회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한 번 받은 보물은 다시 받을 수가 없다면 값어치를 만회할 길이 없어 아쉬움이 더 클 것이다.


지난 삶의 보물찾기


나의 경우 60여 년을 살아오면서 세상이 나에게 준 값진 보물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값어치를 못 알아본 것이 있었을까 하고 기억을 더듬어 봤다. 


짧지 않은 세월을 지나오면서 이런저런 상황과 대면을 했을 터 딱 이거다 하고 떠오르는 바가 뭘까 하고 생각을 해보니 한때 시간을 헛사용한 경험이 떠올랐다. 

   

예전에 고3병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 병에 걸렸을 때에 이야기이다. 대부분의 학우들은 고3학년 때의 시간을 곧 닥칠  대학입시에 최선을 다해 사용했다. 


그때에 나는 아프다는 핑계로 공부하는 학우들의 대열에서 빠져나와 많은 날을 학교에 가지 않고 몸을 추스른다는 핑계로 시골집으로 낙향하여 빈둥빈둥 거리며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시골에서 농사일을 빼면 할 일이 없었다. 또 학교 다닐 때는 책가방에는 책보다는 위장약 등 여러 가지의 약(마음의 의지처 역할)이 있어 학우들이 약가방이라고 놀려대기도 했다.     


그려면서 나에겐 몸의 아픔이라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니 나중에 고3대열에  참여하여 다른 학우들과 제대로 겨뤄볼 시간이 다시 올 거라고 스스로 되네이었다. 


 어찌하여 대학생활을 시작하였으나, 난 고3이라는 대학생 선발 시간경기에 제대로 임하지 않았으므로 가짜 대학생 같은 느낌이 들었으며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고3 시기에 대한 어리석은 생각으로 소중한 시간 보물을 무가치하게 사용했다는 후회가 많이 들곤 했다.


 또 당시 방황하는 나를 누군가가 좀 잡아주고 통제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렇게 시간을 사용하지 않았겠다는 어리섞은 생각도 했다. 그래서인지 대학생활과 직장생활 초기에 고3시기로 다시 돌아가 시간을 다시 사용해 보는 꿈을 많이 꿨다.      


시간은 다시 되돌아올 수 없음에도 특히 인생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고3시기의 시간에 제대로 대처할 줄 모르고 아니 더 나아가 스스로를 학대하는 시간으로 사용하였던 것이다. 고작 몸이 좀 아프다는 핑계로 현실에서 도망하여 망상의 시간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대학입시에 대한 자신감 상실에 따는 현실 도피증이라 함이 맞을 것 같지만 그 당시 내 마음과 행동은 어리석고 비겁하기까지 했다.    


 



왕희지와 부채 그림


무더운 오월초 왕희지가 동네 앞에 있는 정자에 앉아 있는데 그 마을의 촌부(시골 아주머니)가 장에 가는 김에 합죽선(조선 후기 사치스러운 고급 부채)을 팔고 있음을 보고 하나를 샀다.


 “저 놈을 사서 남편에게 드리면 시원하니 부치고 호사하겠다!” 귀가 도중에 왕희지가 앉아있는 동네 정자 앞을 지나갈 참인데,


 “부채를 샀습니까? 내가 거기에 좋은 기림을 기래줄께요” 왕희지가 부채에 산수를 그려줬는데 깨끗하지 않고 먹칠을 해놓은 것 같아 참 안 좋아 보였다(촌부라 그림 볼 줄 모름).     


촌부 “어이 여보시오 부채를 이렇게 물 짜게 (못 쓰게)해 놓다니!”

왕희지 “부채를 장에 되가져 가서 그 부채장사에게 바꿔달라고 하시오. 만약 안 바꿔주면 내가 사리다” 


부채 장사는 자기는 팔아먹기만 했지 바꿔줌은 곤란하다 하는데 옆에 있던 어떤 사람이 부채 그림을 찬찬히 보니깐 낙관이 왕희지 인지라 부채값의 열 배를 더 주고 사겠다 했다. 촌부 생각에 돈 벌었다고 여기고 열 배에 그 부채를 팔고 다시 부채 하나를 사서 왕희지가 앉아있는 동네 앞 정자로 가서 또 그림을 그려달라고 하니까,


왕희지 “아까는 그렸지마는 시방은 안 그림니다.”

부채를 산 사람이 집에 가지고 가서 낮에 부치고 저녁에 따악 놔두니까 그 속에서 새가 나오고 물소리가 났다. “꼬을 꼴꼴”     


▪ 왕희지 : 중국 동진시대(4세기)의 서예가로 글씨 쓰기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림  

 

   




어떻게 살아야 보물을 제때에 알아볼까     


과거 내 삶에서 시간이라는 보물을 알아보지 못한 적이 있었고 설화에서는 촌부가 왕희지의  그림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런 실수를 다시 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짧은 지혜가 지금은 제대로 보완이 됐는가? 자신이 서지 않는다. 촌부도 공부를 하면 왕희지 그림을 알아보는 안목이 생길까 역시 의문이다.    

  

살다 보면 불행의 때가 닥치는데 주변 상황이 바뀌어 상황은 더 나빠지기도 한다. 그간 쌓아온 지혜도 연거푸 찾아오는 불행 앞에서 효과도 없다. 이는 살면서 받은 보물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해서 그러한가? 반대로 큰 수고들이지 않고도 일이 잘 풀리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보물을 제대로 알아보고 잘 대처하여 그러한가?     


하나 분명 해지는 것은 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내가 받을 어떤 것들에 대해 보물여부를 알아보는 지혜가 생길지는 어려울 수 있으나, 그것들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내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려 노력을 할 것이다.  마음의 소리에 그간 쌓은 경험과 경륜의 잣대를 들이대면서.  

   

함평군 자명 변천


함평에서 채집되는 설화이며 왕조가 바뀔 때마다 지명이 개명된다. 사회변화에 따른 주류층의 교체나 그들의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해 개명을 자주 하였을 것이다.


다지(백제) ⇒ 다기(只를 수준 높은 한자 岐로 변경, 경덕왕) ⇒ 모평(평야지 취락 뜻, 고려) ⇒ 함평(모평+함풍 통합,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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