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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해영 Jul 31. 2024

죽은 후 이름이 어떻게 쓰일까
(범강장달 등 설화)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


 남겨진 이름은 어디에 있을까? 책에 있을까 아니면 기억되어 사람들이 이야기할 때 꺼내 쓸까? 우리는 남겨진 이름으로 그 사람의 관계와 역할을 짐작할 수 있다. 사람의 관계는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착한 관계, 나쁜 영향력을 미치는 악한 관계 그리고 착함과 악함이 혼재하는 관계가 있다.  

   

이런 관계에서 사람은 어떤 역할을 맡는다. 이 역할의 여하가 남겨진 이름의 쓰임을 결정한다. 그런데 이 역할은 주어진 바도 있고 본인의 의지나 줏대로 선택한 것도 있다. 


본인이 선택한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였는지가 이름의 남겨짐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역할을 어찌하여 사회와 선한 관계를 맺었는지 반대로 사회에 해를 끼치는 나쁜 관계를 맺었는지를 가름할 수 있다. 여기에 역할의 여하에 따라 이름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이야기하는 설화가 있다.  

   

설화에 사용된 이름들    

 

지하대적퇴치

어떤 두 사람이 큰일을 하려고 대화를 나누면서 하는 말이다. “우리 둘이 다니면 어디를 가서나 누구도 어찌하지 못할 거야!” 그러면서 형님이라고 하고 동생이라고 하였다. 마치 유현덕이 장비나 운장을 만나 의형제를 맺은 것처럼.    

 

구 부 삼십 년  

   

부잣집 청상과부가 어떤 남자와 새로 인연을 맺기로 하였다. 과부는 새 인연의 남자와 함께 다른 곳으로 가서 새 출발을 하려고 귀중품을 지니고 밤에 몰래 집을 나섰다. 그런데 깜박 잊고 집에 두고 온 보물이 생각이 나서 가져오겠다고 말하고는 다시 집으로 갔으나 길을 잃고 말아 새 인연을 다시 만나지 못하였다. 


그 남자는 청성과부가 맡겨놓은 재산을 가지고 낙향하여 결혼도 하고 살았다. 많은 세월이 흘렀으나 과부는 이 남자를 찾아내서 복수하려 하였다. 복수할 때 쓰려고 칼을 가는데 여자라서 칼 가는 방법을 몰랐다. 칼날을 한쪽으로 갈면 칼날이 쉽게 날이 설 텐데 이리도 갈고 저리도 갈아 칼날이 여포 창날같이 되어버렸다.    

      

무능한 박문수와 영험 있는 당신     


박문수는 어사출도 하는 일은 제쳐놓고 돈 벌 궁리를 하였다. 어떤 노인하고 작당하고 어느 상갓집에 가서는 상주 곁에서 이렇게 말하라 했다. “에이! 하관을 헛한다. 두골이 없는데 하관을 하노?” 과연 상주가 관을 열고 죽은 이를 보는데 머리는 없고 그 자리에 인형이 놓여있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하관해 놓은 관을 다시 파야 하는데 겁에 잔뜩 눌려 마치 범강과 장달이 오가도 못한 것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였다. 박문수는 이런 일을 만들어 해결해 주면서 돈벌이를 하였다.   

  

관계 맺기와 역할 그리고 이름 기억하기


상식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며 살아가기를 바랄 것이다. 이런 역할을 하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자기 역할이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하고 그 역할에 성심을 다해 살아가야 할 것이다. 


이런 사람이 더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는 역할을 맡게 되면 선한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다. 그로 인해 선한 영향력을 받은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기억하며 본받으려 할 것이다.


설화에서 어려운 일을 함에 있어 재능은 부족하나 합심하여 일을 도모하려고 있다. 마치 유비가 선한 관계 맺기로 관우 장비와 의형제를 맺어 고난을 헤치고 큰일을 담당했던 것처럼.     


다음으로 나쁜 영향력을 미치며 악한 역할을 하는 경우를 보자.

범강과 장달은 용감하고 장대하며 무장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었음에도 촉나라가 오나라를 정벌할 때 상관인 장비를 죽이고 적국으로 투항한 역할관계를 한다.


 설화에서 박문수는 어사역할을 팽개치고 다른 일에 몰두한다. 이런 인생은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공동체를 내팽개치고 살아간다. 그와 관계 맺은 사람들이 그의 악한 영향력을 받아 일이 망쳐지기도 하고 삶이 헝클어지기도 한다. 


이런 사람은 주위의 눈총과 손가락질로 응과응보를 받으며 주변 사람들이 그의 행실을 이름을 욕되게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무개념 줏대 없이 그때의 형편에 따라 어떨 때는 선한 관계와 역할을 하기도 하그 반대의 관계와 역할을 한다. 이런 부류도 본인이 의도와 관계없이 사람들이 나쁜 영향과 역할을 기억하며 그의 이름을 그에 걸맞게 사용한다.      


설화에서 칼날을 만드는데 원하는 모양과 다르게 갈아져서 칼이 여포의 창처럼 되어 버린다, 여포는 용맹하고 뛰어나나 공감할 줄 모르고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르고 마는 것처럼.    

  

지명이야기


위 설화는 서울과 옥구 그리고 봉화에서 채집된다. 옥구는 백제 시기 마서량이라 하였으나 신라 경덕왕 때 옥구현으로 개명되어 지금까지 사용된다. 그리고 지명의 격이 조선말에 군, 부로 승격하다 일제 때 면으로 격하되기도 한다. 봉화는 고구려 때 고사마 경덕왕 시기 옥마현이라 하다 고려에 들어 봉화라 하여 지금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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