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나를 향해 걷는 열 걸음은 새말새몸짓의 최진석 교수님께서 10권의 책을 읽고, 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교수님의 독후감도 함께 실려있는 책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이 10권의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최진석 교수님이라는 데에 있다. 교수님은 늘 말씀하신다. "이 세상에 대답의 결과로 나온 것은 단 하나도 없다. 모든 것은 질문의 결과다." , "자신을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한다."
자신을 섬긴다는 것은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굴하지 않고,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가는 일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다루는 '데미안'에서의 "인간이 자기 자신을 향해 나아가는 일보다 더 하기 싫은 일은 없다."라는 말처럼 자신 섬기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끊임없이 숙고하고 나를 넘어서는 일, 이는 니체가 이야기하는 '초인'과 같다.
"내가 원하는 내가 된 사람이 창의적이고 선도적인 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큰 성취도 다 그런 사람들에게서 일어나고요. 스스로 원하는 사람이 된 자는 질문하는 자이고, 스스로 원하는 사람이 되지 못한 자는 대답하는 자입니다." -P96-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숭고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오직 자신만이 할 수 있다. 이 질문은 이어서 내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살다 가고 싶은지를 묻는다. 그리고 그렇게 하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등등 끊임없이 질문을 생산해 낸다. 이 모든 질문들에 답을 구하며 그 길을 따라갈 때 비로소 '자신을 섬기는 자'가 되는 것이다. 잠깐만 상상해도 이 질문의 고리는 끝이 없다. 질문에 대한 답으로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면, 온전히 나로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삶을 살아온 자들의 책으로 '돈키호테', '어린 왕자', '페스트', '데미안', '노인과 바다', '동물 농장', '걸리버 여행기', '이솝 우화 전집'을 꼽아 앞쪽에 8권을 배치하고. 정 반대의 삶을 그린 '아Q정전'과, 아Q 같은 사람이 많아지면 어떤 일지 벌어지는지를 알려주기 위해 '징비록'을 맨 뒤에 배치하며, 총 10권의 책으로 교수님께서는 '자신을 섬기는 자'가 되기를 권고한다.
돈키호테는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취미도 끊고 땅을 팔아 책을 샀다. 어린 왕자는 아늑한 자신의 별을 떠나 새로운 세상으로 여행을 떠났다. 페스트에서는 전염병에 맞서 싸우며 자신의 의지대로 사는 사람이 있었고, 데미안에서는 싱클레어가 자신을 마주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불굴의 의지로 싸우는 노인의 이야기를 다룬 노인과 바다. 읽고 쓰기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우두머리가 된 돼지들의 세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세상으로 떠난 몰리가 있는 동물농장. 끊임없이 새로운 세상을 탐구하던 걸리버 여행기. 인생의 이야기를 우화로 풀어내며 생각할 수 있는 여백을 만들어 주는 이솝우화로 '자신을 섬기는 자'를 이야기하고. 아Q정전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삶, 합리화하며 사는 삶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려주고, 징비록을 통해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나라가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 12위의 위치에 있으나, 선진국이 아닌 중진국의 끝에 있다고 교수님은 이야기하신다. 생각을 생산하는 나라가 선진국이고 생각을 수입하는 나라는 중진국, 후진국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생각을 수입하는 나라다. 생각을 생산하는 나라가 되려면, '자신을 섬기는 자'가 많아져야 한다. 아Q 같은 이가 많으면 남의 생각을 가져오기 바쁜 것이다.
내 꿈을 좇을 때 국가에 도움이 되겠다는 거창한 생각은 하지 않았으나, 나의 이상인 '거인'은 결과적으로 국가에 도움이 되는 한 사람이 될 것이고. 내가 만들 기업은 국위선양 기업이 될 것이니, 나는 자동적으로 애국자가 되는 길을 걷고 있다. 교수님의 말씀처럼 꾸준히 덕을 쌓으며 수양하면, 필히 그리 될 테니 나는 최선을 다해 나의 삶을 살겠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에 이어 두 번째로 읽은 교수님의 책인데, 역시나 울림이 있는 책이었다. 책의 내용중 인상 깊은 구절 몇개를 정리하며 독후감을 마무리한다.
삶의 요점은 부조리한 내가 부조리한 세계와 투쟁해서 어떻게 자기만의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행복과 사랑을 만들어내는가입니다. -80-
읽기와 쓰기로 성장한 힘이야말로 지배력의 근원이다. -180-
삶은 생존 너머에 있는 나만의 환상을 좇으면서 진실해진다. -184-
양심이 깨어 있는 자만 여행할 수 있다. 양심을 굳지 않게 하려면 항상 긴장해야 한다. 긴장은 온몸과 온 마음으로 금방 죽는다는 사실을 체득해야 유지된다. 죽음을 자기 자신의 일로 인식하지 않으면 사람은 풀기 없이 푹 퍼져버린다. -228-
객관적 패배를 심리적 승리로 바꿔버리는 한 패배의 정도는 점점 심해질 수밖에 없다. - 297-
성공하는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은 불편함과 부족함을 느끼는 겁니다. 그것을 문제로 인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덤비는 거지요. 그래서 위대해지는 거예요. -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