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서울대학교에 김태유 교수님이라는 분이 계신다. 좋은 기회에 그분의 수업을 들을 일이 생겼다. 그리고 그분의 뜻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이 책은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태유 교수님은 대한민국을 발전시키기 위해 국가의 성장원리가 무엇인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공학, 경제학, 역사학의 학문적 경계를 넘나들며 연구한 결과, 국가발전의 원리는 산업혁명에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셨다. 그리고 2003년에 초대 대통령정보과학기술보좌관에 임명되며 4차 산업혁명을 대한민국에서 일으키기 위해 수많은 정책을 펼쳤으나,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세력에 의해 좌절되며 1년이 채 못돼서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책에서 표현하기를,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 최신 부품을 다 사놓고 이제 조립만 하면 되는데, 그걸 못하게 하고 쫓겨났다 하셨다. 컴퓨터 조립을 즐기는 사람으로서, 복창 터지는 일임에 깊이 공감했다.
그리고 3개월간 잠도 제대로 못 주무시며 일이 이렇게 된 이유를 파악하려 애쓴 결과, '학문이 완성되지 않아서 그렇다.'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리곤 "내 남은 생을 다 바쳐 국가발전과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이론을 완성하리라"라고 다짐하며 그 길로 수년간 연구실에 틀어박혀 학문을 완성시키는데 전력을 다했다. 주변에서 이민을 갔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니, 그 노력이 가늠조차 힘들다. 그렇게 해서 국가성장 원리를 다룬 7권의 책을 펴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이 <한국의 시간>이다.
"세상에 검을 휘둘러 세상을 평정하는 무사가 있다면, 무사가 휘두른 명검을 만드는 도공(刀工)이 있다. 비록 내 손으로 4차 산업혁명을 완성할 수 없다 할지라도 이 책이 4차 산업혁명을 성공시킬 어느 무사의 명검으로 빛을 발할 수 있다면, 나는 도공으로서 필생의 소임을 다한 셈이니, 필부의 일생에 그 이상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다."
독립투사의 다짐에 못지않은 문장이다. 이 감동은 내가 장차 4차 산업혁명 사업을 하게 만드는 운명 같은 만남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그렇게 이 책을 완독 했다. 이 책의 내용은 뭐 하나 빠트릴 것이 없고, 심지어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 그러나 정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내용이 많으므로 정독해야만 머릿속에 들어왔다. 그중 요즘 가장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출산율에 대한 이야기만 한번 해보자. 여야를 막론하고 출산율 대책에 시원한 답을 못 내고 있지만, 이 책에는 출산율에 대한 시원한 해결책이 있다. 내용이 길지만 최대한 간략하게 요약해 보겠다.
대한민국은 지금 대세 하락의 길을 걷고 있고, 출산율만 봐도 이 나라는 국가소멸의 위기에 놓여 있다. 이미 출산율 대책에 약 280조 원이나 썼으나 출산율은 고꾸라지고 있다. 며칠 전 여야를 막론하고 아이를 낳으면 돈을 더 주겠다는 정책을 발표했지만, 과거엔 돈이 없어서 아이를 못 낳았을까? 지금보다 훨씬 가난했던 대한민국의 과거엔 '베이비 부머' 세대가 존재할 정도로 출산율이 높았다. 그렇다면 이유가 무엇일까? 사실 그 모든 원인은 경제에 있다. 과거엔 성장하는 국가경제 덕분에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런지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길고, 그 내용은 책에 있으니 일단은 대책을 살펴보자.
출산율은 점점 줄어드는데 평균수명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뭐가 문제일까? 나이 든 사람의 부양이 문제다. 출산율이 낮다는 것은 경제활동 인구의 감소를 뜻하고,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부양인구의 증가를 뜻한다. 경제활동 인구가 75%면 3명이 일해 1명을 부양해야 한다. 그런데 50%라면 1명이 일해 1명을 부양해야 한다. 일하는 자의 부담이 3배나 커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하는 청년들의 허리는 휘어지다 못해 부러지게 되고, 이런 사회는 결코 존속될 수 없다. 이에 대해 김태유 교수님은 유동지능과 결정지능을 활용하자 하신다.
카텔과 혼의 모형에 따르면 젊은 층은 창의성과 연관된 유동지능(fluid intelligence)이 높고, 고령층은 경험과 관련된 결정지능(crystallized intelligence)이 높다고 한다. 젊은 층이 가진 능력과 중장년층이 보유한 능력이 다르다는 점에서 문제해결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청년 세대와 중장년 세대가 같은 직업군에서 경쟁할 것이 아니라, 젊은 층은 창의적인 유동지능을 활용해 4차 산업혁명 분야에 종사하며 가치창출을 극대화하고, 중장년층은 경험을 통한 결정지능을 활용해 전문서비스, 관리, 행정, 사무 같은 일을 맡으며 세대 간 분업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부양받던 사람이 부양하는 사람이 되고, 젊은 층은 더 큰 소득으로 은퇴 후를 대비한 자구책까지 마련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대학생들이 의사, 변호사가 되는 것에 목을 맬 것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에서 기회를 찾고, 그런 직업은 이모작 교육을 통해 중장년층이 맡아 함으로써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1명의 젊은 영재가 벤처기업이나 중견기업에서 새로 차세대 스마트 반도체를 개발하면 공장자동화에서 가전산업에 이르기까지 전 산업의 생산유발 효과를 불러 수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
이런 일이 가능해지면, 국가경제는 다시 발전하며 '희망'이 생기고 출산율 문제는 자연히 해소되는 것이다. 너무 짧게 정리하느라 교수님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할 수 없을지 모르니, 궁금하신 분들은 <한국의 시간>을 꼭 읽어보시길 권한다.
내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하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치와 경제에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