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온 나는 책에 대해 이것저것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혼자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선생님 말씀대로 인터뷰집을 10주 안에 끝내는 건 역시 무리라고 느껴졌다. 어찌 됐든 10주 안에 책을 완성하려면 원고가 이미 있거나, 아니면 원고를 쉽게 쓸 수 있는 방식으로 다시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10주가 지나 <당신만의 책 만들기> 교육이 모두 끝나고 혼자가 되면 혼자서 이 많은 걸 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교육이 진행되는 10주 안에 어떤 책이든 꼭 만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 진짜... 인터뷰집은 10주 안에 정리하는 게 불가능한데 이제 난 어쩌지?'
나는 수업 시간에 구경하고 온 독립출판물의 콘셉트를 좀 자세히 떠올려 봤다. 소라빵 선생님께서는 한 권만 만들어서 누군가에게 선물하는 것도 독립출판이라고 하셨고, 여행지나 여행 테마를 주제로 한 제주에 관한 책도 괜찮다고 하셨다.
'제주에 살고 있으니까, 나도 제주 여행과 관련한 책을 만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내겐 제주 관련 콘텐츠가 없나?'
문득 앞서 제작하려다 덮은 '드로잉 북'이 생각났다. 제주의 사계를 바탕으로 각 계절에 맞는 제주 여행지를 조사하고 그곳에 대한 정보를 모은 뒤 글을 써 나갔었던 그 '드로잉 북'. 지금 시점에 그 원고를 한 번 다시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나는 컴퓨터를 뒤져서 예전에 저장해 놓았던 파일을 다시 열었다.
'오? 이거 뭐야? 어떻게든 이걸 다시 작업하면 될 것 같은데?'
드로잉북 원고는 관광지에 대한 소개를 적어놓았기 때문에 이 원고를 수정하면 뭔가 여행 콘셉트의 관광과 관련된 책자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작가로 살아가려면 그냥 뭐든 일단은 쓰면 되는구나. 모든 게 다 엎어져서 다시는 쓸 일 없을 것 같던 이 원고가 이렇게 다시 쓰일 수 있을 줄이야...'
나는 그때 머리를 뭔가로 '탁' 치는 듯한 깨달음을 살짝 얻은 것 같다. 그때부터 나는 글을 잘 쓰든 못 쓰든 생각나는 건 뭐든 일단 적어놔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인터넷 카페에 가입하고 이번에 만들 책에 관한 출판기획서를 다시 작성하기로 했다. 지난번 인터뷰집을 계획할 때 기획서를 한 번 써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이번에 쓰는 건 처음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느껴졌다. 확실히 책 만들고자 할 때, 출판기획서를 작성하는 건 꽤 많은 장점이 있는 것 같다. 머리에 있는 생각을 적기 시작하면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더 샘 솟기도 하고 책의 목적과 결과 등의 방향성을 정하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새로 기획안을 작성하면서 나는 책에 대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정리할 수 있었다. '드로잉 북'을 만들 때 썼던 글은 단순히 관광지를 소개한 글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정보 전달 목적으로 여행책을 쓰면 독자가 읽기에 좀 재미가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내가 여행책을 에세이 형식으로 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삼의악에 갔다가 노루를 만나서 신기한 경험을 한 것처럼 어떤 특정 관광지에서 야생동물을 만나는 이야기를 쓴다면 꽤 재미있을 것 같았다. 산책하는 걸 좋아하는 나는 실제로 곳곳에서 꿩, 노루, 달팽이, 토끼, 돌고래, 나비, 백로, 딱따구리 등등을 만나고 다녔었는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야생 동물과 갑자기 만나는 경험은 일단 신기하기도 하고 신비롭기도 하다. 그걸 글로 잘 풀어서 쓸 수 있다면 독자들도 꽤 흥미있어 하지않을까? 길을 걷다가 갑자기 야생동물과 만나는 경험은 환경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는 요즘에 꽤 값진 경험이기도 하고, 제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기도 하니까...
'좋아! 우연히 야생동물을 만났던 그 감정들을 담아서 에세이를 쓰고 그 장소를 소개하는 여행책을 써보자.'
나는 만약 글을 쓰다가 분량이 부족하면 시화집을 만들 때 사용하려 했던 시도 적극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장소의 느낌과 맞으면 아마 꽤 설득력 있지 않을까? 나는 이 모든 영감이 다 사라져 버리기 전에 얼른 출판기획서를 완성했다.
1. 이 책을 왜 만들고 싶은가
- 갑자기 신기한 동물을 만나거나 특이한 경험을 하는 제주 여행지 추천 책
- 식상한 여행지 말고 진짜로 가면 진짜 제주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을
주소 정보와 함께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2. 어떤 형식의 책을 만들 것인가? 책의 주제는?
- 에세이 형식 짧은 글+ 여행지 주소+ 사진으로 구성된 제주 여행지 소개 책
- 주제: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제주의 좋은 장소를 소개하는 책
3. 내 책의 특징은?
- 감성이 부족한 여행정보지에 감성 한 스푼 더하기.
- 투박하지만 유머러스한 제주 감성이 담긴 책
- 구성: 여행지와 관련한 에세이 + 찾아가기 주소 + 장소 관련 사진 + 짧은 시 한 편 선물
나는 일단 이렇게 기획서를 완성하고 부족한 부분은 수업에서 배우며 개선해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 주 월요일 수업에서 작성한 기획서를 발표할 텐데 그때 선생님과 다른 수강생분들의 피드백을 들은 뒤 콘셉트를 좀 더 다듬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야생동물을 만나는 제주 여행 콘셉트라...? 그래도 꽤 신기하고 재밌는 책이 완성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