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어느 날, 도복 주짓수 수업에서 오버헤드 스윕을 배울 때의 일이었다.
오버헤드 스윕은 매트에 누워있는 가드 포지션의 사람이 서 있는 상대방의 골반을 두 다리로 밟아 비행기를 태운 채 하늘로 들어 올려서, 바닥을 짚고 있는 상대방의 양 소매 끝단을 잡아 상대방의 다리 쪽으로 밀면서 상대방의 몸을 허공에서 지지할 곳 없이 둥글게 말아 놓고, 상대의 머리를 내 머리 위쪽으로 넘겨버리는 동작이다. 이때 떨어지는 사람은 뒤통수로 떨어져야 목이 꺾이지 않는다.
관장님께서 기술 설명을 하시면서 시연해 주실 때는 하나도 안 무서워 보였고, 내가 상대를 넘길 때도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내가 블루벨트 친구에게 들어 올려져서 하늘에서 넘겨질 때는 가슴이 매우 두근두근했다.
막상 당해보니 비행기를 탈 때까지는 손으로 매트를 짚을 수 있어서 괜찮았는데, 블루벨트 친구가 내 소매 끝단을 잡을 때부터는 내 몸이 상대방을 의지해서 하늘로 들어 올려진다는 생각이 드니까 몸의 중심을 어디로 잡아야 할지, 블루벨트 친구가 내 무게를 잘 지탱해서 안전하게 머리 뒤로 넘겨줄지 등등 많은 생각이 들면서 심장이 쫄깃해졌다. 가장 무서웠던 건 손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상태에서 상대방에 의해서 공중에서 내 머리가 땅으로 박힌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서로 열 번씩 공수를 바꿔가면 연습했기에, 내가 수비하는 차례가 되어서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하늘로 들어 올려져 있음에도 최대한 내 몸의 무게를 고루 분산시켜 중심을 잡아보려 노력했다. 블루벨트 친구에게 너무 내 체중을 다 실으면 그 친구가 아프거나, 아니면 중심을 잃고 쓰러질까 봐 그런 것도 좀 걱정이 됐고, 떨어질 때 내 몸 특정 부위에만 체중이 과하게 실려서 부상을 입는 것도 걱정이 되었다.
나는 떨어질 때 호흡을 깊게 하고, 요가를 한다는 생각으로 몸의 힘을 최대한 빼고 부드럽게 만들어서 사뿐사뿐 떨어지는 게 가장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 내 몸을 그 상태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마침, 블루벨트 친구와 합도 잘 맞아서 다행히 몇 번은 뒤통수로 제대로 잘 떨어졌다. 그러다가 한 번은 블루벨트 친구가 나를 넘길 때 하늘에서 그만 내 옆통수를 땅에 꽂아버렸다. 다급했던 나는 블루벨트 친구가 나를 넘겨버리기 전에 아주아주 빠른 속도로 말했다.
"아! 아! 잠시만요. 저 목이 꺾였어요. 지금 넘어가면 각도가 안 나와요."
평소라면 그 정도의 반응속도가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목이 꺾여서 땅에 잘 못 박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아주 빠르게 말했다.
"좋아요. 이제 목이 꺾이는 각도도 알고! 목이 꺾이는 각도를 알면 주짓수가 많이 는 거라고요!"
'아! 그런 건가?'
나는 목이 꺾이는 각도를 알아서 관장님께 칭찬을 들을 거라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지만, 그래도 관장님께 주짓수 늘었다는 칭찬을 들으니, 기분은 아주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