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본반 개설을 기다리며 근근이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던 터라 새로 바뀌는 게 생기면 그만큼 적응해야 하는 것들도 많아지게 되니까 뭔가 바뀐다는 게 좀 두려웠다.
관장님도 비슷한 걸 느끼셨는지 수요일 수업이 끝나고 내게 물으셨다.
"공지 보셨죠?"
"네. 노기 주짓수 하신다고요."
나의 대답에 관장님은 고개를 끄덕이셨다. 나는 뭔가 어려운 난이도의 수업이 시작되나 싶어서 관장님께 물었다.
"노기 주짓수는 저 같은 초보도 할 수 있는 건가요?"
"그럼요. 하실 수 있죠. 복장은 도복을 입지 않고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오시면 되는데, 반바지 없으시면 도복 바지 입고 오셔도 됩니다."
관장님 말씀에 나는 노기 주짓수의 난이도를 가늠할 수가 없었기에 수업 참여해 보면 알겠지라고 생각했지만관장님의 살짝 걱정하시는 듯한 표정을 보고 어려울 것 같아 떨리는 마음을 감출길이 없었다.
다음 날 도장에는 래시가드에 반바지 차림의 회원들이 많았다. 나는 갑자기래시가드를 입기부담스러워서 도복바지에 반팔티를 입고 갔다. 늘 그렇듯 우리는 리커버리 드릴로 몸 풀기를 한 후 관장님 앞에 동그랗게 모여 앉았다.
노기 주짓수가 도복 주짓수와 다른 점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평소보다 많이 출석한 걸로 봐서 뭔가 재밌는 수업인가 보다싶었다.
노기 주짓수에서 우리는 백 테이크, 트라이 앵글 초크, 포켓 스윕 등등을 배웠다.
배워보니 노기 주짓수는 도복 주짓수보다 훨씬 관절이 아픈 느낌이었다.도복을 벗고 주짓수를 하니까 상대를 쉽게 홀딩하지 못해 의지할 곳 없이 맨몸으로 싸우는느낌이 들었고그래서 한 층 더어렵게 느껴졌다.
'인간에게 옷이 이렇게 중요했었나?'
그날 이후로 난 노기 주짓수를 하는 날은 연습 횟수가 너무 많으면 다음날 관절이 쑤신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난 노기 주짓수 하는 날은 몸에 힘을 최대한 빼고 물 흐르는 듯한 움직임을 가져보려 노력했다.
노기 주짓수가 정말 신기한 건 당일 체육관에서 배울 때는 움직임이 기억나는데 다음에 또 하려고 하면 모든 게 리셋돼서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스파링 할 때는 잡을 곳이 없고 상대가 쉽게 몸을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에 뭘 해야 할지 감도 못 잡고도망만 다니다 끝났다.
주짓수를 공부에 비유한다면 도복 주짓수는 기본 편 같은 느낌이었고 노기 주짓수는 응용 편 같은 느낌이었다. 기본이 안 되어 있다면 응용문제는 손도 못 대는 뭐 그런 느낌이랄까?
하지만 응용 편 공부를 하다 보면 기본도 해볼 만하다고 느껴지는 법.
열심히 노기 주짓수에 참여한 결과 좋은 점은 노기 주짓수에서 배운 기술을 도복 주짓수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특히 상대에게 머리를 박는 기술은 스파링에서 상대를 제압할 때 참 유용했다.
도복 주짓수랑 노기 주짓수를 병행하다 보니 어느새 주짓수도 해볼 만한 운동이 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