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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꼼지파파 Nov 30. 2023

아메리칸 숏 헤어

두 손에 올려놓을 만한 크기의 아기 고양이



커다란 우산을 쓰고 시내를 걷고 있었다.

애견샾 옆을 지나던 중

슬쩍 쇼윈도를 봤는데

아주 쪼그만 고양이 한 마리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두 손에 올려놓을 만한 크기였다.

우산을 든 채로 창가로 다가갔다.

유리창에 ‘아메리칸 숏 헤어’라고 씌어 있었다.  

작은 유리 진열장 속에서

창 밖을 바라보는 아기 고양이.

아메리칸 숏 헤어는 유리구슬 같은 작은 눈으로

커다란 내 우산을 이리저리 살펴본다.

나는 우산을 빙글빙글 돌린다.

숏 헤어는 우산을 따라 눈을 빙글빙글 돌린다.

빗물이 빙글 돌아 우산을 타고 창에 흘러내린다.

숏 헤어의 눈길은 어느새 흐르는 빗물을 따라간다.

나를 한 번쯤 봐주길 바랐는데

숏 헤어는 우산과 빗물에만 관심이 있었다.

창문을 두들기고 싶었다.

“두드리지 마세요”라고 씌어 있는데

“딱 한 번만 두드릴게요”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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