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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꼼지파파 Nov 28. 2023

사나이에게 시계란?

명품 손목시계 이야기




몸에 뭐가 닿는 게 정말 싫은 나.


오해를 많이 받기도 하는데 어쩔 수 없다.

결혼반지마저도 견디지 못하는 나를

꼼지맘은 오래전에 포기한 듯하다.


지금은 내 결혼반지를 꼼지맘이 끼고 다닌다.

본인 거는 좀 작아진 모양이다.


남자들끼리 만나는 술자리에 가면

가끔 나오는 화젯거리가 있는데 다름 아닌 손목시계.


다들 크고 작은 걸 하나씩 손목에 차고 다닌다.

그리고 남자에게 시계가 어떤 의미인지 저마다의

생각을 한 마디씩 내뱉는다.


그 상황이 전혀 공감되지 않는 나는

‘핸드폰에 시계가 있는데 왜 하필 저런 걸?’


특히 두툼하고 널찍하며 뭔가 탁상시계로

써도 될법한 크기의 손목시계는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무게가 상당해 보이기 때문이다.

 

얘기들을 종합해 보니 크고 바늘이 여러 개고

뭐가 좀 복잡하게 보이는 게 비싼 시계란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값어치나 실용성을 떠나서 내겐 아무 의미가 없는

물건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잘 알고 지내는 동생과 술자리가 있었다.  


“형, 이거 내가 정말 아끼는 건데 함 차봐.”

“싫어 나 몸에 뭐 차는 거 싫어해. “

”아는데, 그게 아니고 이거 진짜 명품이야,

형, 내 말 듣고 해 봐 남자는 이런 거 하나쯤은 있어야 해. “


녀석은 평소와 다르게 중저음의 낮은 톤으로

내 손목에 시계를 채워주며 말했다.


그 목소리가 얼마나 진심 어리게 느껴지는지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얼핏 봐도 주먹만 한 크기에

시계 속에 또 시계가 있고 작은 바늘이 여기저기서

돌아가고 마치 항공기의 계기판을 보는 듯했다.


테두리를 따라 보석 같은  줄줄이 박혀 있는 것이 

딱 봐도 꾀 값나가는 물건처럼 보였다.

 

갑자기 왼 손목이 묵직해졌다.

남자 치고는 가느다란 내 손목이 더욱 가늘어 보였다.


그래도 동생이 준 아끼는 물건을 안 하고 다닐 수도 없고

며칠만 끼다가 돌려주려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늦 게 귀가한 후였다.

혼자 거실에 소파에 반쯤 누워 있었는데

그날따라 주위가 참 고요했다.

평소 들리던 고양이소리 오토바이소리 행인들 소리

그 어떤 소리도 들어오지 않는 고요한 밤이었다.


그때 갑자기 차고 있던 손목시계의 초침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째깍째깍 ……..  째깍째짝 …….. 째깍째깍 ……..

오랜만에 들어 보는 손목시계의 초침소리가 반가웠다.


어릴 적 테옆을 감아 쓰는 아버지의 손목시계에서 나던

추억의 소리였다.


그런데 자세히 들어 보니 초침의 소리가 좀 이상했다.  

초침이 한 바퀴 도는 동안 소리가 나는 구간이 있고

소리 없이 지나가는 구간이 있었다.  


수제시계라서 그런가?  


잠시 어리둥절하던 내 입가에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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