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꼼지파파 Dec 01. 2023

첫눈

까만 것과 하얀 것의 만남



매일 가는 카페 뒷 쪽에 가구 공장이 있다.

카페 주차장이 좁아서 가끔 그 공장 앞에

차를 대곤 한다.


카페에서 작업을 하다 보면

모르는 전화가 오곤 하는데  

서툰 한국말로 차 빼달라는 말을 한다.

그 공장에 컨테이너 차가 들어오는 날이다.

난 미안한 마음에 차를 빼러 달려 나간다.   


까만 피부를 한 외국인 노동자들 몇 명이

하얀 이를 내 보이며 미소 짓는다.

나도 살짝 손을 흔들며 웃어 보이고 차를 뺀다.


오늘도 차를 몰고 공장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여느 때와는 다른 공기가 느껴졌다.  

멀쩡하던 공장이 하루아침에 까만 잿더미로 변해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 어떻게 …….’


그 모습이 너무 처참해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앞에서만 볼 때는 몰랐는데 폭삭 내려앉은 모습을 보니

뒤쪽까지 꽤 넓은 공장이었다.  

타다 남은 가구, 목재들 휘어진 철골 판넬들이 뒤엉켜 있고

그을린 간판이 덜렁 거리며 달려 있었다.


아이들 방에 들어갈 책장, 신혼 방에 들어갈 침대,

이삿집 부엌에 놓일 식탁들이었을 것이다.

 

그전에는 어딘가에 뿌리내렸던

나무들이었을 것이고   

힘차게 움트던 새싹들이었을 것이고

희망을 가득 품은 씨앗들이었을 것이다.


‘결국 모두 잿더미가 되었구나. ’


‘산불에 타 버린 나무들도 많던데

너희들은 여기서 타 버렸구나. ’


하필 오늘 첫눈이 오는데

저 잿더미 위로 시린 겨울이 시작되는 걸 보네.


난 내일도 모레도 차를 대야 하는데.

저 까만 것들 위로 눈이 덮여 가는 걸 겨우내 보겠구나.  





 

 


이전 09화 아메리칸 숏 헤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