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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꼼지파파 Dec 05. 2023

딸에게

갓 스물 넘긴 딸, 혼자 결정해서 처음으로 가는 해외여행길



아빠는 지금 카페에서 7080 음악을 들으며

이 글을 적는다.

지금 나오는 노래의 제목은

‘어디쯤 가고 있을까’


넌 지금 오사카 어디쯤 돌아다니고 있겠지.

카톡에 올라온 사진들 보니까

얼굴에 함박꽃이 피었더구나.

어릴 적부터 절친이던 친구와 함께 하는 여행

마냥 즐겁고 마냥 설레는 청춘들이어라.


오늘 새벽 너희들을 태우고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길이 참 몽롱했었다.

3시 반부터 깼던 것 같다.


아빠가 지금 보다 조금 더 젊었을 때

중국 출장을 자주 갔었는데

새벽비행기를 타러 오늘쯤 되는 시간에

혼자 운전을 해서 자주 갔던 길이다.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은지 새벽 운전이

졸리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몸이 굼뜬 느낌이었다.

다행히 너희 둘이서 좀비 얘기로 열을 올리며

떠드는 바람에 잠이 좀 달아나긴 했었지.


어젯밤에 네 방에서 엄마와 둘이 짐을 꾸리는 모습이

멀리 유학 가는 딸

짐 싸는 것 같았다.

우리 네 가족 중 처음으로 한 명이 며칠간 집을 떠나 있는 것 같구나.

목석같은 네 오빠가 너를 안아주며 배웅했다는 사실에 이 상황이

더 실감 났었다.


너희들이 워낙에 집돌이 집순이라 지금이 더 낯선 것 같다.

맛난 것 많이 먹고, 좋은 것 많이 보고 건강하게 지내다 오길 바란다.

 

돌아올 때는 공항버스가 다니는 시간이라

그걸 타고 오라 했었다.


“공항에 내렸을 때 아무도 안 나오면 좀 쓸쓸할 것 같아.”


’ 그래 이별했던 곳에서 재회하는 게 맞지 ‘ 했었다.


‘000’ ,‘000‘ 입국 환영이라고 적힌

작은 피켓과 꽃다발을 준비할까 한다.


그때 보자 딸.



맘 여린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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