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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쥐꼬리 Jun 12. 2024

호주워홀 6개월 후기: 나 돌아갈래!

빨리 워홀이 끝났으면 하는 사람의 한탄


최근에 남자친구 요한이와 나는 3주간 한국과 일본에 다녀왔다. 가족과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으로 가득했던 3주는 순식간에 지나갔고, 우리는 다시, 우리가 사는 호주로 돌아왔다.

현실로 돌아왔다.


여행지에서 돌아온 다음 날이자 호주워홀을 온 지 만 6개월이 되는 날에 결국 이런 생각이  수밖에 없었다.



나, 돌아갈래...!




호주는 참 재미가 없다. 재미도 없고 생각보다 외국인 신분으로 살기가 힘들어서 오래 살 계획을 수정하고, 2년 정도 살 생각으로 버티고 있는데 최근에 한국까지 다녀왔으니 자꾸 그립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으니 우울하기만 하다.


우리집 상태. 지금은 훨씬 더 안 좋다.


살고 있는 집이라도 좀 괜찮으면 모른다.

돌아와 보니 안 그래도 시궁창이었던 집은 더욱 시궁창이 되었다. 샤워실은 세면대 배관이 터져서 바닥에 물이 항상 자박자박하고, 주방 싱크대는 물이 잘 안 내려가서 쓸 때마다 뚫어줘야 하고, 춥기는 또 왜 이렇게 추운지 모르겠다. 한국에 있는 본가는 아무것도 안 틀어도 따뜻하고 포근해서 얼마나 잘 잤던지.


다들 재밌게 지낸다는 호주에서 나는 혼자도 아닌데 더 외롭고 자꾸만 다른 곳으로 도망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다들 무엇을 위해 호주에 오는 걸까?

나는 왜 호주에 왔을까?

돈 많이 벌어서 저축하고, 외국인 친구도 사귀고, 한국에서는 하지 못할 경험을 하기 위해서.


한국에서 공무원 하면서 한 달에 잘 벌면 170 벌던 나는 호주에서 훨씬 잘 벌기는 하지만 그만큼 물가도 비싸서 버는 것의 절반도 저축이 안된다. 튜브에 올라오는 다른 사람들의 워홀생활을 염탐하다 보니 나만 뒤처지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해진다. 호주에 오면 돈도 쉽게 벌고 빚은커녕 돈도 많이 벌어 저축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벌리고 싶지 않았던 손을 결국 엄마, 아빠, 그리고 남자친구인 요한이에게까지 벌리고 말았다.

빨리 돈 모아서 빚을 청산하고 싶은 마음이 돈을 더 벌어야 한다는 스스로에 대한 닦달과 이로 인한 불안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다.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한국으로든,

새로운 삶이 기다리고 내가 요한이에게 의지할 수 있는 오스트리아든.

특히 오스트리아로 자꾸 가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무런 데이터도 없으면서 자꾸 그곳에서의 삶이 이곳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기대가 자꾸 든다. 호주에서의 삶이 내 기대와 다르고 만족스럽지 못하니 자꾸 회피하고 싶은가 보다.


그리운 오스트리아. 나중에는 꼭 잘츠부르크에서 살고싶다.


호주워홀이 빨리 끝났으면 하는 사람이 나 말고 또 있을까? 그러면서도 세컨비자를 위해 정보를 알아보는 내가 참 모순적이기도 하고 웃기다.

마지막 방황이라고 생각하고 온 호주이기도 하고 벌써 다른 곳을 가기엔 호주는 아주 큰 기회다. 여기서 버티는 게 내 기회가 될 수도 있는데,라는 생각이 나를 계속 붙잡는다. 결국 내 안의 모순과 갈등'나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과 '이 시간에 다른 곳에서 경력을 쌓고 돈을 벌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서로 부딪혀 일어나는 것 같다.


결국 내가 할 일은 호주에서의 삶에 집중하는 것.

여기서 기반을 다지고 준비를 잘해야 나중에 한국 가서도, 오스트리아 가서도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호주워홀의 목표였던 포크리프트 라이센스도 최근에 땄으니 웨어하우스에 이력서 뿌려봐야지.

그리고 돈 열심히 모아서 자금에 여유가 생기면 빚도 갚고 바리스타도 천천히 준비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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