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남자친구 요한이와 나는 3주간 한국과 일본에 다녀왔다. 가족과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으로 가득했던 3주는 순식간에 지나갔고, 우리는 다시, 우리가 사는 호주로 돌아왔다.
현실로 돌아왔다.
여행지에서 돌아온 다음 날이자 호주워홀을 온 지 만 6개월이 되는 날에 결국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나, 돌아갈래...!
호주는 참 재미가 없다. 재미도 없고 생각보다 외국인 신분으로 살기가 힘들어서 오래 살 계획을 수정하고, 2년 정도 살 생각으로 버티고 있는데 최근에 한국까지 다녀왔으니 자꾸 그립고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으니 우울하기만 하다.
우리집 상태. 지금은 훨씬 더 안 좋다.
살고 있는 집이라도 좀 괜찮으면 모른다.
돌아와 보니 안 그래도 시궁창이었던 집은 더욱 시궁창이 되었다.샤워실은 세면대 배관이 터져서 바닥에 물이 항상 자박자박하고, 주방 싱크대는 물이 잘 안 내려가서 쓸 때마다 뚫어줘야 하고, 춥기는 또 왜 이렇게 추운지 모르겠다. 한국에 있는 본가는 아무것도 안 틀어도 따뜻하고 포근해서 얼마나 잘 잤던지.
다들 재밌게 지낸다는 호주에서 나는 혼자도 아닌데 더 외롭고 자꾸만 다른 곳으로도망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다들 무엇을 위해 호주에 오는 걸까?
나는 왜 호주에 왔을까?
돈 많이 벌어서 저축하고, 외국인 친구도 사귀고, 한국에서는 하지 못할 경험을 하기 위해서.
한국에서 공무원 하면서 한 달에 잘 벌면 170 벌던 나는 호주에서 훨씬 잘 벌기는 하지만 그만큼 물가도 비싸서 버는 것의 절반도 저축이 안된다. 너튜브에 올라오는 다른 사람들의 워홀생활을 염탐하다 보니 나만 뒤처지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해진다. 호주에 오면 돈도 쉽게 벌고 빚은커녕 돈도 많이 벌어 저축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벌리고 싶지 않았던 손을 결국 엄마, 아빠, 그리고 남자친구인 요한이에게까지 벌리고 말았다.
빨리 돈 모아서 빚을 청산하고 싶은 마음이 돈을 더 벌어야 한다는 스스로에 대한 닦달과 이로 인한 불안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다.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한국으로든,
새로운 삶이 기다리고 내가 요한이에게 의지할 수 있는 오스트리아든.
특히 오스트리아로 자꾸 가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무런 데이터도 없으면서 자꾸 그곳에서의 삶이 이곳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기대가 자꾸 든다. 호주에서의 삶이 내 기대와 다르고 만족스럽지 못하니 자꾸 회피하고 싶은가 보다.
그리운 오스트리아. 나중에는 꼭 잘츠부르크에서 살고싶다.
호주워홀이 빨리 끝났으면 하는 사람이 나 말고 또 있을까? 그러면서도 세컨비자를 위해 정보를 알아보는 내가 참 모순적이기도 하고 웃기다.
마지막 방황이라고 생각하고 온 호주이기도 하고 벌써 다른 곳을 가기엔 호주는 아주 큰 기회다. 여기서 버티는 게 내 기회가 될 수도 있는데,라는 생각이 나를 계속 붙잡는다. 결국 내 안의 모순과 갈등은 '나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과 '이 시간에 다른 곳에서 경력을 쌓고 돈을 벌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서로 부딪혀 일어나는 것 같다.
결국 내가 할 일은 호주에서의 삶에 집중하는 것.
여기서 기반을 다지고 준비를 잘해야 나중에 한국 가서도, 오스트리아 가서도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호주워홀의 목표였던 포크리프트 라이센스도 최근에 땄으니 웨어하우스에 이력서 뿌려봐야지.
그리고 돈 열심히 모아서 자금에 여유가 생기면 빚도 갚고 바리스타도 천천히 준비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