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은 마음이 너무 힘들어 며칠간 씻지 않고 나를 방치했던 적이 있다. 어긋났던 반항과 방황으로 내 몸과 마음에는 악취로 가득했고, 과거 상처를 준 이들에 대한 미움으로 하루하루가 예민하게 느껴지던 나날들이었다.
그들처럼 살게 되면, 난 그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이해하게 된다면, 더 이상 상처로 여길 것이 아니라며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을까. 스스로를 위로하고 나면, 나는 상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며 말이다.
내 몸과 마음에서 나는 악취로 인해, 그날 하루의 모든 거리의 냄새는 내 기억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그저 악취만 기억날 뿐이었다.
다음 날 나는 일어나 깨끗하게 나를 씻어냈다. 거품과 함께 불안정한 내 마음이 깨끗하게 씻겨 내려가길 바라며.
깨끗이 씻고 어제 걸었던 거리를 똑같이 걸었다.
분명 같은 거리인데.
어제 맡지 못했던 시장의 생선 냄새.
아저씨 외투에 밴 담배 냄새.
젊은 여자의 화장품 냄새.
좋고 나쁜 다양한 냄새들이 느껴졌다.
아. 그래.
내가 깨끗하다면, 나에게 다가오는 냄새를 분별할 수 있겠다.
즉, 내가 좋은 사람이 된다면.
내게 다가오는 사람이 좋은 향을 품고 내게 오는지, 악취를 가득 묻히려고 오는지 분별할 수 있겠구나.
이 깨달음이 오는 순간,
그간 방향 없이 감정으로만 살아왔던 반항과 방황을 멈출 수 있게 되었다. 마치 샤워를 할 때처럼, 무언가 깨끗하게 씻겨 내려가는 그런 기분.
개운했다.
그 이후로 난, 더 이상 방황하지 않게 되었다.
그저 다가오는 인연의 향을 기록하고 기억하고 분별할 뿐이다.
앞으로 좋은 향만 가득한 나날이 되었으면.
삶의 향이 아름다운 잔향으로 마무리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