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조증: 뭐든 될 수 있는 나
세상에는 못할 것이 없다. 누군가는 몇 살에 변호사가 됐고, 의사가 됐고, 대통령이 되었다. 나는 고작 스무 몇 해의 생을 살았고, 언제든 무엇이든 도전할 준비가 되어 있다. 운동을 해야겠다. 몸을 마구 움직이고 싶어졌다. 정신력으로 벽에 매달릴 수 있는 클라이밍이 좋겠다. 전신 근육을 쓸 수 있는 수영을 좋아하고, 요가는 매번 명상과 함께 관심사였다. 갑자기 테니스 라켓이 보인다.
살면서 몇 번, 코딩 학습에 도전해본 적이 있다. 사이트에 들어가 처음부터 반복하길 또 몇 번, 그런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당연히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당장 나는 아무런 노력없이 나의 사업체를 a부터 z까지, 어쩐지 운영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바로 시작한다면 안될 게 있으랴. 좋은 생각만 하면 어디로든 날아갈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게 기분이다.
가볍고 싶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싶고, 모국에서 동떨어지고 싶었다. 안온한 소속감이 좋지만 나는 모험을 원했다. 이국적인 곳은 내게 뺏어간 적도 없는 자유를 내밀고, 숨통 트이게 했다. 어둑한 시간이 흘러도 잠은 오지 않는다. 그런 상상들로 딱 반시간이면 내 안의 공기가 채워지기 때문에. 태엽시계가 며칠 전부터 한 시간, 두 시간, 한참을 감겨놓고 머릿속에서 또닥 소리를 내며 돌아가다가 곧 존 레논 전시에서 구매했던 오르골의 노래 Hey Jude로 바뀐다.
단순한 삶을 살고 싶으면서 영화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사람을 아는가. 영화는 언제나 절망적인 순간에 나를 살리고는 네 멋대로 하라고 했다. 더이상의 모험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또 떠날 생각을 하면 기어코 실패에게 머리채를 붙잡혀 돌아오게 될 거라고, 그렇게 수십번 결심을 내렸는데. 이상하게 미래를 그리면 혓바닥에 달콤하게 살아갈 맛이 났다.
더이상의 허송세월은 없고, 남들이 소위 말하는 성공한 내가 저 멀리 서있다. 그런 나는 뜨겁게 사람이 안고 싶어진다. 그것이 위로든, 작별이든, 고마움이든, 슬픔이든, 한 인간의 온기는 많은 의미를 전한다. 나도, 너도 할 수 있다고.
그런데 하지 않아도 된다고, 나선형의 돌고 돌아오는 생을 그냥 살기만 해도 된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곁에 없었다.